마음언어와 영어
언어는 인식(인지) 구조를 결정한다.
이를 조금 쉽게 풀어쓰면 다음과 같다.
언어를 배우면서 인식(인지) 방식이 결정되고, 인식(인지)의 결과로 뇌에 형성되는 인식(인지) 구조를 형성한다.
여기서 인식 구조는 뇌에 형성되는 기억 구조이기도 하다.
그리고 ‘언어는 인식(인지) 구조를 결정한다’는
‘언어는 사고 구조를 결정한다’와 직결된다.
영어와 우리말의 비교를 통해 언어가 어떻게 인식(인지) 구조를 결정하는 지를 살펴보자.
1 in 3 leave the tap running while brushing their teeth.
직역 : 세 명중 한 명은 이를 닦는 중에 수도꼭지를 동작시켜 놓는다.
의역 : 세 명중 한 명은 수돗물을 틀어 놓은 채 이를 닦는다.
위 영어 문장은 수돗물을 아껴 써야 한다는 취지의 영어 잡지 기사에서 따온 것이다.
본격적으로 설명하기 전에 먼저 영어 단어 tap과 관련된 두 가지를 더 살펴본다.
tap water vs mineral water : 수돗물 vs 생수
1 : 수돗물이 나오고(흐르고) 있다 : The tap water is running. (X)
2.: 수돗물이 나오고(흐르고) 있다 : The tap is running. (O)
수돗물을 영어로 표현하면 tap water이지만 첫 번째처럼 표현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한국어와 영어의 인식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영어는 수도꼭지가 주어인데 반해 한국어는 수돗물이 주어이다.
(우리는 종종 ‘수돗물’이 아닌 ‘물’이라는 주어를 사용한다.)
그리고 영어는 ‘is running’ 이 술어이고, 한국어는 ‘흐르고 있다’가 술어이다.
즉 영어의 경우 수도꼭지에서 물이 흘러나오고 있을 때, 이를 표현하기 위해서 물이 아닌 수도꼭지와 수도꼭지의 작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술어로 작용하는 영어 단어인 run의 뜻을 살펴보면 더 명확하다. 다음은 영영 사전에 나온 run의 뜻이다.
run : to (cause something to) flow or produce liquid
즉 술어인 ‘is running’ 은 tap의 작용을 묘사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어는 물에 더 초점을 맞추고, ‘흐르다’라는 단어를 이용하여 물의 작용, 움직임을 표현한다.
알다시피 우리말의 ‘흐르다’는 주로 액체를 대상으로 사용된다.
이처럼 미국인과 한국인은 같은 상황을 놓고,
각자 사용하는 언어에서는 인식 대상과 작용이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물론 영어와 한국어가 같은 인식 구조가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참고로 영어단어 tap 은 주로 유체(액체와 기체)가 흐르는 긴 파이프에서 유체를 일부 뽑아내기 위해 파이프에서 일부를 따내는 장치라는 뜻을 지닌다. 따라서, 영어단어 tap은 수도꼭지만이 아닌 다른 장치, 가령 맥주나 포도주를 담고 있는 통에 달린 장치를 의미할 때에도 사용된다.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He passed the exam : 그녀는 시험에 붙었다.
He failed the exam : 그녀는 시험에 떨어졌다.
한국어의 경우 ‘붙었다’ 대신에 ‘합격했다’ 혹은 ‘통과했다’라고 쓰기도 하지만, 자주 사용하는 쉬운 우리말은 ‘붙었다’이다.
해마다 대입 시험을 치르는 학교의 문에 엿이 붙어있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어의 술어인 ‘붙는다’는 시험의 목적지에 연결된다는 관점을 내포하고 있다.
즉 시험에 합격하여 학교/회사/공동체의 한 구성원이 된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영어는 목적지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관문을 지나간다(통과한다)는 관점으로 본다.
영어를 제대로 배우려면 이러한 언어에 담긴 인식 구조를 자각하면서 배워야 한다.
마음언어의 구조가 언어에서 출발하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이다.
자기를 알려면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를 관찰하여 자신의 인식 구조를 자각해야 한다.
마음언어 기초 :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kJxgggJj3-a5_veqx32PAYPXEo-dHWpB
마음언어 생활 :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kJxgggJj3-ZkcoQpZahfd9Bn0hFdJD0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