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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제영 Nov 25. 2019

관찰 태도는 왜 중요한가?

마음언어

평소에는 아침밥을 잘 먹던 아이가 오늘따라 ‘깨작깨작 먹는다’라고 한다면 그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가? 이는 밥을 먹고는 있지만 먹고 싶지 않은 마음을 나타내는 행동이다. 먹고 싶지 않은 이유는 오늘따라 밥맛이 없거나 좋아하는 반찬이 없기 때문일 수 있다. 아이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고 이처럼 행동으로 자신의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는 아이의 ‘밥 먹는 태도’를 통해 아이의 마음 상태를 일부 읽을 수 있다. 태도는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공부하는 태도’, ‘말하는 태도’, ‘듣는 태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 ‘일하는 태도’ 등으로 존재한다. 즉 태도는 사람이 어떤 대상 혹은 사안을 접하거나 사람을 만날 때 나타나는 마음의 반응이다. 태도는 일시적인 마음의 상태뿐만이 아닌 인간의 품성, 성격, 가치관, 의식 수준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리고 태도는 의식적인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무의식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태도를 잘 관찰하면 사람의 무의식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내면 관찰에서는 태도가 매우 중요한 관찰 대상이다.


태도의 정확한 의미를 알기 위해 국립국어원 사전에 나와 있는 태도의 정의를 살펴보자.


1. 몸의 동작이나 몸을 가누는 모양새
2. 어떤 일이나 상황 따위를 대하는 마음가짐 또는 그 마음가짐이 드러난 자세
3. 어떤 일이나 상황 따위에 대해 취하는 입장


국립국어원 사전의 정의 그리고 태도에 관한 일상의 사례를 종합해 보면 태도는 ‘어떤 대상 혹은 사안을 대하는 몸의 모양새 혹은 마음가짐’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이때 몸의 모양새는 마음의 작용으로 나타난 결과이니 몸의 모양새로 나타나는 태도는 ‘겉으로 드러난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몸의 모양새가 아닌 마음가짐으로 나타나는 태도는 앞의 태도에 비해 인지하기 더 어렵다. 앞의 태도는 타인이 오감을 통해 인지할 수 있는 외형적 태도이지만, 뒤의 태도는 자신만이 인지할 수 있는 내면적 태도라 할 수 있다. 


마음 언어에서는 ‘관찰’과 ‘태도’라는 두 단어를 묶어서 관찰 태도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그 이유는 관찰 태도가 내면 관찰에서 매우 중요한 관찰 대상이기 때문이다. 관찰 태도는 앞에서 언급한 내면적 태도에 속하며, 자기 자신만이 자각할 수 있는 관찰 대상이다. 내면 관찰은 관찰 대상을 기준으로 다음과 같이 네(4) 단계로 나누어진다. 


1 단계 : 기억

2 단계 : 기억 + (반응하는) 마음 

3 단계 : 기억 + (반응하는) 마음 + 생각 

4 단계 : 기억 + (반응하는) 마음 + 생각 + 관찰 태도


인간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자신의 태도를 거의 자각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내면 인식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면 관찰을 통해 내면 인식 능력이 향상되면 자신의 태도를 자각할 수 있게 된다. 그 이유는 바로 내면 관찰시 관찰 태도가 관찰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관찰 태도를 자각(인지)하지 못하면 내면 관찰은 사실상 초보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내면 관찰을 통해 관찰 태도를 자각할 수 있게 되면, 일상에서 자신의 태도를 자각(인지)하는 힘이 생겨난다. 그렇게 되면 자신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자신의 태도를 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관찰 태도의 자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한 일화를 소개한다.


어느 날 그는 지인과의 약속으로 외출하게 되었다. 그런데 가는 도중에 햇볕을 잠시 쐬게 하려고 밖에 내놓은 난을 그냥 두고 왔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난은 햇볕을 오래 쐬면 죽어버리기에 그는 지인과의 약속을 취소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난을 다시 방에 들여다 놓았다. 이 일을 통해 그는 자신이 난에 집착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무척 괴로워하다가, 그 난을 지인에게 주면서 자신의 집착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그는 집착에서 벗어났을까? 그의 주장과는 달리 그는 집착 대상인 난을 지인에게 준 것뿐이다. 그의 집착은 난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려는 또 다른 형태의 집착으로 바뀐 것이다. 그의 집착은 대상을 바꾸어 작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에 대한 집착이 없어졌다고 착각한 것이다. 만약 난에 대한 집착이 진짜 사라졌다면 다시 난을 가지고 온들 무슨 문제이겠는가? 그는 집착하지 않고 난을 잘 돌볼 수 있을 것이다. 


난은 마음속 깊이 존재하는 집착을 볼 수 있는 관계의 거울 역할을 했다. 그는 관계의 거울인 난이 사라지면서 자신의 집착을 볼 수 없었다. 우리는 관계를 통해서만이 마음의 실체를 볼 수 있다. 이는 관찰 대상이 사라지면 마찬가지로 관찰 태도를 볼 수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는 왜 집착 대상이 없어지면 집착이 사라진다고 생각했을까? 그것은 무소유에 대한   욕구가 자기 생각을 정당화하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자각(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곧 난에 대한 집착은 관찰 대상으로 보였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 개념인 무소유에 대한 욕구가 관찰 태도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지 못했다는 뜻이다.


내면 관찰 과정에서 관찰 태도로 작용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다. 따라서 이 요소들을 세밀하게 관찰하지 않는다면 그 내면 관찰은 착각에 머물게 된다. 


관찰 태도는 내면 관찰에서 가장 중요한 관찰 대상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



마음언어기초: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kJxgggJj3-a5_veqx32PAYPXEo-dHWpB

마음언어생활: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kJxgggJj3-ZkcoQpZahfd9Bn0hFdJD0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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