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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제영 Apr 23. 2020

바퀴벌레와 존재감

마음언어

필자는 오랜 시간 동안 존재감의 문제로 고뇌하였다. 필자의 존재감은 다음 세 가지 질문과 연결되어 있었다.


“ 나는 무엇인가? “

“ 나는 왜 태어났을까? “

“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


존재감은 모든 인간이 추구하는 고차원적 욕구이다. 이 존재감에 대한 욕구는 제 3 인지 발달과 연결되며 관찰의 동기로 작용한다. 존재감을 느끼게 하는 요인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 이유는 사람마다 의식 발달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의식 발달 수준이 다르면 가치 인지 능력이 다르고, 존재감을 충족하려는 욕구의 대상과 방법이 다르다. 지금부터 세 가지 사례를 통해 존재감이 우리 삶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십수 년 전, 필자는 휴일마다 종교 단체에서 봉사 활동을 하는 분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는 젊은 나이 때부터 봉사 활동을 하였고, 그 활동을 통해 보람을 느낀다고 하였다. 필자는 그에게 봉사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구체적인 자신의 욕구가 무엇인지를 물어보았다. 그는 정직한 사람이었고 한참을 생각하고 나서야 이야기를 했다. 자신은 봉사를 통해 존재감을 느끼고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봉사 활동의 주목적은 타인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행위였다고 말했다. 이 사례는 존재감에 대한 욕구가 자신도 모르게 작용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분의 경우 정직했기에 자신의 보이는 욕구와 가려진 욕구를 구분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사례를 통해 존재감에 대해 살펴보자. 아프리카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봉사 활동을 한 모 탤런트의 이야기이다.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자신의 경험을 밝혔다.


연기하지 않을 때는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없었어요. 왜 내가 살아야 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죽음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했지요. 하지만 불쌍한 아이들을 만난 뒤 삶의 이유를 찾게 되었습니다. 제가 아이들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그 아이들이 저를 구해 준 것이지요


그는 직업인으로서는 큰 성공을 이루었지만, 일반인으로 돌아왔을 때는 큰 불안감을 느꼈다. 그 불안감은 연예인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을 때 느껴지는 감정 즉 존재감의 상실을 의미한다. 그녀는 삶과 존재 이유를 찾지 못해 힘들어하다가, 아프리카에서 아이들을 돌보면서 그 의미를 찾게 되었다. 그가 겪은 불안감은 일반인들에게도 같은 맥락으로 작용한다. 정년퇴직한 직장인도 자신의 역할이 사라지면서 불안감을 느낀다. 아이들이 자라 성인이 된 후, 아이들을 돌보는 역할에서 벗어난 전업주부도 마찬가지이다. 이 역시 자신의 역할이 주던 존재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또 다른 사례를 통해 어린아이가 느끼는 존재감을 살펴보자.


유치원 아이들끼리 자기 자랑을 하고 있었다. 

한 아이가  말하기를 “우리 집에는 개도 있다.” 

이에 질세라 다른 아이가 말하기를 “우리 집에는 고양이도 있다” 

이처럼 아이들의 자기 자랑은 계속 이어졌다. 

그러다가 자기 자랑거리가 다 떨어진 한 아이가 한참을 고민하다가 하는 말이… 


우리 집에는 바퀴벌레도 있다~

이처럼 어린아이들도 존재감을 본능적으로 중요시한다. 이 아이들은 비교와 소유를 통해 존재감을 느끼고 있다. 이는 비단 어린아이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가령 돈, 권력, 학위, 지식, 기술, 인기 등은 성인들이 추구하는 대표적인 소유물이다. 이는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는 데 사용된다. 돈이나 권력을 가진 이들 중 일부는 타인에게 무례한 말과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타인을 지배하거나 타인의 인정을 받아야 만이 자신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심한 열등감을 감추기 위해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 돈과 권력의 힘을 사용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존재감을 느끼게 하는 요소인 역할, 비교, 소유, 우월감 이외의 다른 무엇이 없을까? 물론 존재한다. 이에 대한 이해를 위해 자존감이라는 단어를 살펴보자. 흔히 ‘자존감이 떨어진다’라고 할 때는 존재감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자존감은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을 의미하는 낱말이다. 우리는 자존감의 의미에서 존재감을 높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존중하는 마음이다.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존재감은 달라진다. 동시에 소유의 대상인 도구는 본래의 자리를 찾게 된다. 


자존감과 마음의 성장


그런데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은 무엇이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은 어떻게 하면 가질 수 있을까?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은 자신을 돌보는 마음이다. 

그리고 자신을 돌보는 마음은 자신을 관찰하는 마음에서 시작한다.


마음언어기초: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kJxgggJj3-a5_veqx32PAYPXEo-dHWpB

마음언어생활: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kJxgggJj3-ZkcoQpZahfd9Bn0hFdJD0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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