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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제영 Oct 31. 2017

제 3 인지와 마음의 눈

제 3 인지

마음의 눈이 작용할 때 이를 제 3 인지라 부르며, 우리는 이미 기초적인 제 3 인지를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다. 단지 이를 명료하게 배운 적이 없어서 그것이 제 3 인지라는 사실을 모를 뿐이다. 가령 눈치 없는 사람과 함께 살다 보면 속이 터지는데, 그 이유는 매번 구체적으로 말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그 눈치가 바로 기초적인 제 3 인지의 하나이다.


눈치

학창시절에 우리는 눈치의 고급형을 배웠다. 그것은 바로 이심전심(以心傳心)이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은 말이나 글을 통하지 않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뜻이 전해진다는 표현이다. 마치 공상과학 영화에서 나오는 텔레파시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심전심(以心傳心)은 텔레파시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두 사람의 인지 능력이 사안이나 상황을 이해하는 그 수준이 비슷해서, 어떤 상황에서 서로의 얼굴만 쳐다봐도 서로가 무엇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소위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끼리는 말하지 않아도, 어떤 상황에서는 각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아는 것과 비슷하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인지 능력이며, 이심전심(以心傳心) 역시 제 3 인지의 하나라는 사실이다.


두 사람의 인지 능력이 사안이나 상황을 이해하는 그 수준이 비슷해서,
어떤 상황에서 서로의 얼굴만 쳐다봐도
서로가 무엇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영어 표현 중 하나인 ’Read between the lines’는 ‘행간을 읽는다’라는 의미로, 글로 직접 표현되지 않은 의미를 읽는다는 뜻이다. 이는 글쓴이가 전달하려는 가치를 읽는 것이자, 글쓴이의 마음을 읽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역시 제 3 인지를 나타내는 표현이다.




2016년에는 인류에게 큰 변화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사건이 있었다. 바로 인공 지능 알파고의 등장이었다. 알파고는 세계 최정상급 바둑 전문가인 이세돌에게 4대 1의 압승을 거두었다. 그 이후 알파고는 더 진화하였고, 더는 인간이 이길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이는 인간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던 정신 영역의 일부를 인공 지능에 내어줄 수밖에 없는 시대가 왔음을 알려주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오늘날 이를 4차 산업 혁명의 시작이라 부른다. 약 300년 전 산업혁명으로 인해 자동 기계가 육체 노동자의 역할을 대체하면서 엄청난 변화를 겪어야 한 것처럼, 이 시대의 우리도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다행인 것은 여전히 생명체인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능력과 영역이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그 중 하나가 공감 능력이다. 공감 능력은 타인이 처한 상황과 마음을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아는 능력이다. 이는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며 이 역시 제 3 인지의 하나이다.


지금까지 소개한 기초적인 제 3 인지의 네 가지 사례는 모두 타자의 마음을 읽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사례 별로 차이는 있지만, 타자의 마음을 읽는 것은 감각 정보와 언어 정보를 바탕으로 상황과 타자에 대하여 종합적으로 이해한 결과이다. 이는 제 3 인지가 감각 인지 그리고 언어 인지와 분리된 그 무엇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더 발달된 통합적인 인지 능력임을 보여준다. 


한편 제 3 인지는 타자의 마음을 읽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모른 채 살아간다. 단지 자기 마음의 일부인 감정과 욕구 그리고 생각을 아는 정도이다.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읽을 수 있다면 무엇이 좋을까?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이 생기며 지식을 이해하는 힘이 증가한다. 또한, 창의적인 생각과 발견, 발명하는 힘이 생기고, 가치 판단과 선택 능력이 향상되고 삶의 질이 높아진다. 그뿐만이 아니다. 자기를 사랑하는 힘이 생기며 통찰력과 혜안도 생겨난다. 이에 관해 전부를 자세히 설명하기 어려워, 뉴턴의 사례를 통해 제 3 인지가 어떻게 창의적인 생각과 발견으로 작용하는지를 소개한다. 



영국 출신의 고전 물리학자인 아이작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였다. 들리는 바로는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걸 보면서 당연히 여기지 않고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가졌다고 한다. 하늘에 떠 있는 달은 지구로 떨어지지 않는데, 사과는 왜 떨어질까? 라고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뉴턴의 마음속에서 그 의문이 생겨났을 때, 이를 자신이 쓸데없는 생각이라고 여기지 않고 중요한 연구의 주제로 삼았다는 점이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중요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는 마음속의 생각을 놓치지 않고 읽었다는 즉 인지했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는 그 생각을 무시하지 않는 태도이다. 이를 바탕으로 꾸준히 노력한 끝에, 뉴턴은 위대한 역사적 발견을 한다. 바로 만유인력의 법칙이다. 이처럼 뉴턴이 지닌 자신의 마음을 읽는 능력은 창의적 생각과 발견의 바탕이 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중요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는 마음속의 생각을 놓치지 않고 읽었다는 즉 인지했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는 그 생각을 무시하지 않는 태도이다.

그런데 여기서 매우 중요한 점이 있는데, 이는 제 3 인지의 가장 중요한 인지 대상과 연결된다. 바로 뉴턴의 태도이다. 왜 그런지를 지금부터 살펴보자. 제 3 인지는 타자의 마음과 자신의 마음을 읽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뉴턴의 경우 자신의 궁금증에 관한 생각을 읽고 나서, 그 생각을 대하는 태도가 남달랐기에 위대한 발견을 할 수 있었다. 뉴턴이 보여준 그 태도는 다름 아닌 뉴턴의 마음이며, 그 마음에는 남다른 힘이 담겨 있었다. 그 힘은 매우 이성적이며 지혜로운 면을 지녔다. 사실상 그 힘이 있었기에 사과와 달을 통합적으로 보았고, 마음속 생각을 놓치지 않았고, 그 생각을 신중한 태도로 대할 수 있었다.

 

지혜 배움 명상에서는 그 남다른 힘을 보편적 가치라고 부른다. 보편적 가치는 제 3 인지의 최종 목적이자 궁극적 인지 대상이다. 보편적 가치는 인간 의식의 발달 과정에서 인지하게 되는 가장 추상적이며 통합적 가치이다. 그 보편적 가치를 인지하게 되면, 그 가치는 마음을 변화시키고 마음의 힘으로 작용한다. 이에 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다루니 여기서는 더 소개하지 않는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인공 지능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제4차 산업 혁명의 시대에는 현재의 학교가 지향하는 지식 습득으로는 미래 사회를 대처할 수 없다. 미래의 사회는 창의적이며 통합적 사고 그리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이들을 필요로 한다. 이에 걸맞은 인재를 육성하려면 제 3 인지를 발달시키는 체계적인 프로그램과 관련 강사의 육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필자는 제 3 인지를 발달시키는 프로그램을 지혜 배움 명상 혹은 지혜학이라 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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