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ngolian Way 더 몽골리안 웨이.
15.
2015년 8월 17~19일
17일-아침부터 분주하게 환전을 하고 혹시 모를 몽골(?)에 대비하기 위하여 가지고 있던 짐들을 정리해본다. 처음부터 가벼운 마음으로 준비해서일까 정리라고 해보았자 별거없다. 가지고 있던 캠핑용 의자 중 하나를 버리고 물통 4리터짜리 두 개 채우고 몽골 국경으로 출발, 점점 목가적으로 변하는 풍경들 소와 비포장... 비포장!! 또다시 시작된 오프로드, 슬슬 불안이 몰려온다.
몽골 가기 전 기름을 가득 채우고자 들어선 허름한 주유소 뭔가 싸한 기분, 불안하다... 결국 차량 퍼짐! 왜? 무슨 이유로? 난 메카닉이 아니다. 그러나 평소 많은 중고차를 몰아본 경험에 의한 추측으로 지금 돈독이는 배터리가 방전된 게 틀림없다. 그래서 점프라도 하려는 생각에 주변 카센터를 수소문 산골마을이라 있을까 하면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데 짠 하고 어디선가 나타난 아시아계의 어르신, 그리고 점프 심폐소생술로 살아난 우리의 돈독이.
*고마운 분. 이런 분들이 세상 곳곳에 숨어있다. 영웅은 화려하게 나타나는 게 아니라 조용하게 숨어있다.
이제 중간에 시동이라도 꺼지면 진짜 큰 일이다. 그래서 선택한 몽골 국경 가기 전 마지막 러시아 마을 “kkokorya” 구글맵에도 한글로 이름이 안 뜨는 아주 조그만 마을이다. 늦은 시간에 도착한 우리는 과연 이 조그만 마을에 호텔이 있을까 걱정하면서 천천히 돌아본다. 그러다 발견한 유령이 나올 거 같은 허름한 호텔, 그래도 뜨거운 물 나오고 객실도 넓어서 나름 훌륭한 밤이었다.
18일-역시나 시동이 걸리지 않는 돈독이. 틀림없이 배터리 방전이다. 이 문제를 틀림없이 해결해야 한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너무 많이 남았다. 급하다 마음이, 이 조그만 마을에 과연 카센터가 있을까 싶어 불안하다. 그래도 가만히 있으면 변하는 건 없다. 그래서 무조건 마을을 둘러본다. 멀리 보이는 3명의 러시아 청년들과 한대의 차량, 그들이 그 차량의 본닛을 열어서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 그렇다 저들은 틀림없이 메카닉 이리라 단정하고 접근, 판단은 결과적으로 틀렸다. 이들은 메카닉이 아니고 다만 차량에 관심이 많은 좋은 친구들 다행히 동네에 있는 차량용품점에서 배터리를 실비로 구입하고 이 러시아 친구들이 손수 배터리를 교체해준다. 또다시 고마운 날이다. 돈이나 담배라도 줄려 하니 필요 없다며 웃음 짓는 친구들.
휘파람을 불며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시원한 바람을 손으로 느껴본다 좋다. 삶이 여행이 사람이, 문제는 언제나 발생하고 언제나 그 문제를 풀 열쇠는 근처에 있다. 운이나 우연이 아닌 인연으로.
러시아 출국, 이제 몽골 입국이다. 생각보다 긴 러시아와 몽골 국경 사이, 그러다 드디어 만난 또 다른 몽골랠리팀, 대박! 그랬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었다. 따뜻한 악수와 웃음... 오늘은 또 다른 축복이 우리에게 온다.
몽골의 국경은 꼼꼼하며 느리고 답답하다. 그래도 다행히 대기 중인 차량이 많지 않아서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는 않았다. 드디어 몽골! 비포장이 있을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너무나 깔끔한 도로 흠.... 또 불안하다.
남쪽 루트 “을기”와 북쪽 루트 “울란곰” 중 어디로 갈까 하며 고민 중 멀리서 나타난 한 몽골인, 멀리서 망원경으로 보고 우리를 찾아왔다. 이유는 자기가 훌륭한 “게르”를 가지고 있으니 자기 집으로 가자고, 한 명당 10달러 라며... 흐흐흐 몽골에서 처음 만난 양민이 삐끼다. 거절하고 우리는 북쪽 루트인 “울란곰”으로~
또 다른 영웅들을 만나게 된 사고?
실수는 언제나 훌륭한 스승이다. 그렇다 우리는 실수를 했다. 초반 북쪽 루트를 타자마자 오프로드! 그리고 지옥이 시작되었다. 모래 지옥과 강, 돌, 위치를 알 수 없는 끝없는 벌판, 결국 차량은 모래에 빠지고 우리는 그렇게 공포에 떨어야 했다.
멀리서 보이는 모래먼지바람 그리고 나타난 바이크 한대 두 명의 몽골청년, 덕분에 차량을 옮겨 모래지옥을 통과, 이건 인연을 초월한 기적이다!
“강” 눈앞에 보이는 건 강이었다. 지도에도 없고 사람들이 미리 알려 줄수도 없는, 이곳은 언제 비가 와서 강이 만들어질지, 언제 물이 모래가 될지, 땅이 흙이 될지, 그냥 황무지가 “길”로 변할지, 알 수 없는 곳이다. 난 이제야 알았다 내가 미친 짓을 시작했다는 걸!
강 옆 조그만 “게르” 옆에 우리도 텐트를 치고 돈독이 를 주차(?) 시켰다. 한밤중 수많은 소음들 양, 소, 말 그리고 알 수 없는 흐느낌... 뼈를 애는 차가운 냉기가 온몸을 휘감는다. 새벽 3시, 그래 자는 건 이미 포기다. 나가서 텐트를 정리하고 차가워진 코펠에 물을 올린다. 커피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기호 식품이다. 물론 담배와 최고의 궁합이다. 지금 이순가 난 담배와 커피가 필여하다. 이 지치고 지친 마음과 몸에.
19일-멀리 보이는 아침해에 눈이 부시다. 이 조그만 부락에도 어르신은 있다. 어디선가 도끼를 들고 천천히 다가오시는 어르신 그리고 미소,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나와 크루들을 “게르”로 초대하신다. 진짜 몽골식 음식과 차를 대접받는 건 상상만 했지 진짜 경험하게 될 줄이야, 밤새도록 추위와 마음의 진통에 힘들어한 것이 한방에 날아간다.
결국 “울란곰” 행을 포기하고 남쪽 루트인 “을기”를 지나 “호브드” 방향으로 루트를 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