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 머문 흔적
나의 20년 카페, 신촌 < 미네르바 >
학림다방이 아버지와 어릴적 추억의 장소라면
신촌 미네르바는 제 청춘의 시간이 머물러 있는
그런 곳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글 <생활의 발견>에 나오는 사이폰 커피는
바로 이곳, 미네르바의 이야기다.
1975년 부터 문을 연 미네르바는
처음에 커피 좋아하는 한 연세대 대학원생이 친구들과 카페를 열었다고 한다.
수도 시설도 없어 물통에 물 길어가며
사이폰 커피를 만들었는데 그게 대박이 났다.
(처음 다닐때만 해도 1층엔 푸세식 화장실이라
그게 가장 고역이었던 기억이 있다..)
예전엔 손님들이 밖에서 줄서서 기다리고 있다가 손님 한명이 나와야 들어가는 식이었다.
신촌에서 독수리다방은 이정표였다면
미네르바는 클래식 좋아하고 커피 좋아하는
학생들의 아지트 같은 곳이었다고.
여기 사이폰 커피는 맛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현 쥔장님이 커피에 대해 연구심이 뛰어나신 편.
처음 갔던 90년도에도 원두 커피가 종류별로 있었으니 그 당시에도 커피 맛 좀아는
꽤 고급진 카페 였었다.
내가 무엇보다 좋아하는 건
저 격자 무늬 나무 창틀과 뿌연 창문인데
비오는 날엔 그게 그렇게 몽환적이었다.
푹 꺼지는 낡은 소파, 어둑한 전등갓,
크리스마스 같은 빨간 체크 테이블보,
낮게 깔리는 클래식 음악,
그리고 알콜램프에 끓어 오르는 커피의 향기...
그때 함께 울고 웃던 젊음들은 다 사라졌지만
아직까지 그 자리를 지켜주는 미네르바가 있기에
커피 한 잔에 추억을 얹어 음미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내게 미네르바의 다른 이름은
청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