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엘 자주 간다.
갈 때마다 깊은 한숨이 나온다.
고전과 시집은 여간해선 잘 팔리지 않고,
베스트 셀러엔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잘 살까를
중점 강조한 서적들이 줄줄이 올라 있으며,
가장 잘 팔리는 건 수험 서적임을 볼 때...
가슴이 답답해지는 건
단순히 책을 읽고, 안 읽고를 떠나
책 판매량을 통해 본 선호도의 문제를 넘어서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힘듬과
정신적 각박함을 반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세상이 왔지만
빠름은 기다림을 용납해주지 않았고,
그 편리함은... 불편하지만 애틋했던
감정의 자락들을 매끄럽게 잘라냈다.
빠르고 간단한 것이
사고의 깊이를 넘어서고..
시간과 공간의 거리는 쉽게 좁혀졌지만
사람들 감정의 거리는 더 멀어졌다.
시각적인 공유는 많아졌지만
진심 어린 공감은 더 사라졌다.
물질은 풍요로운데 가슴이 메마른 사람들.
가난하며 궁기가 흐르는 생활 속에서도
정신적인 윤택함을 잃지 않았던,
가슴속에 아름다운 상징을 지니고 살았던
그 시절에 그 사람들이 참말로 그립다.
길 -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 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