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정 Lee Sep 13. 2015

그룹 <동물원>

그 순수의 번뜩임


그룹 <동물원>..

난 동물원의 노래들을 참 좋아한다.

솔직히 김광석이 있던 때보다 다섯 명이 함께 노래할 때가 좋았다.

그들이 학생 시절 처음 발표한 1집부터

멤버 다섯 명이 마지막으로 뭉친 8집까지 빠짐없이 듣고 있다.

원년 멤버가 나간 지금은 허전한 마음이 많이 크다.


사랑이나 이별의 슬픔만을 듣는 이에게  동화시켜가는 대중가요들 속에서

그들에게선 열정과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

김창기, 박기영, 유준열, 박경찬, 배영길 등 멤버 전원이 직업 가수가 아니라는 점이

좋은 의미의 아마추어적인 감성을 지니게 했을까.

상업주의에 물들지 않는 평범하고 순수한 목소리들이 좋았다.

돈을 위해서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좋아서 즐기는 사람들 같았다.

요컨대 그들의 노래에는 순수가 번뜩였다.


처음의 좋아하게 된 계기가 순수와 열정이었다면

나이 들면서는 '시청 앞 지하철 역'이나 '길' '잊히는 것' '혜화동' '월급봉투'처럼

삶의 애환과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느껴져서 좋다.

특히 지금은 소아 정신과 의사가 된, 김창기의 깊이 있고 절제력 있는 가사가 참 좋았다.

<잊히는 것>과 <우리가 세상에 길들기 시작한 후부터> 제일 좋아하는 이 두곡....


https://youtu.be/_Jkom0p9pAk


<잊혀지는 것>

                                        -김창기


사랑이라 말하며 모든 것을 이해하는 듯

뜻 모를 아름다운 이야기로 속삭이던 우리

황금빛 물결 속에 부드러운 미풍을 타고서

손에 잡힐 것만 같던 내일을 향해 항해했었지


눈부신 햇살 아래 이름 모를 풀잎들처럼

서로의 투명하던 눈길 속에 만족하던 우리

시간은 흘러가고 꿈은 소리 없이 깨어져

서로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멀어져 갔지


우 그리움으로  잊혀지지 않던 모습

우 이제는 기억 속에 사라져 가고

사랑의 아픔도 시간 속에 잊혀져

긴 침묵으로 잠들어 가지



https://youtu.be/Q1ejZYWVX6U


<우리가 세상에 길들기 시작한  후부터>


어렸을 때 우리들이 좋아했었던
우주소년 아톰 마루치 아라치
함께 뛰놀던 골목길 공 좀 꺼내  주세요!라고
외치며  조마조마했었던 그 티 없는 얼굴들

이젠 모두 다 우리의 추억 속에서
빛을 잃고 있어 우리가 세상에 길들기 시작한 후부터
 

고등학교에 다닐 때 라디오와 함께 살았었지
성문 종합 영어 보다 비틀스가 좋았지
생일 선물로 받았던 기타 산울림의 노래들을 들으며
우리도 언젠간 그렇게 노래하고 싶었지
이젠 모두 다 우리의 추억 속에서
빛을 잃고 있어 우리가 세상에 길들기 시작한 후부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대답할 수 없는 것들이 아직 너무도 많아
하지만 성큼성큼 앞서가는 세상을 따라
우리도 바쁜 걸음으로 살아가고 있잖아
돌아 갈 수 없음을 알아 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조차 없는걸

이젠 조금씩 체념하며 사는 것을 배워 가고 있어
우리가 세상에 길들기 시작한 후부터
 

대학교에서 만났었던 우리들의 여자 친구들은
모두 결혼을 해서 엄마가 됐다고 해
우리들이 꿈꿨었던 새로운 세상을 위한 꿈들은
이젠 유행이 지난 이야기라고 해
이젠 모두 다 우리의 추억 속에서
빛을 잃고 있어 우리가 세상에 길들기 시작한 후부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대답할 수 없는 것들이 아직 너무도 많아
하지만 성큼성큼 앞서가는 세상을 따라
우리도 바쁜 걸음으로 살아가고 있잖아
돌아 갈 수 없음을 알아 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조차 없는걸
이젠 조금씩 체념하며 사는 것을 배워 가고 있어
우리가 세상에 길들기 시작한 후부터

매거진의 이전글 순결한 님의 목소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