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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 Lee Sep 29. 2015

책을 말하다 4 - Eres Tu

조병준 <제 친구들과 인사하실래요>

나는 천사를 믿지 않지만          


이상도 하지

내가 걸어온 길에는

짐승투성이

꼬리를 흔들며 다가와서는

더러운 발톱으로 내 손가락,

내 손등, 손바닥에

꼭 한 번씩은 생채기를 내고

그러면 그게 억울해서

다음 길에 만난 어떤 이에게

그 짐승의 이야기를 하고

그 또한 짐승이었음을

그가 어느새 떠나고 없는

나무 등걸의 오후에야 알게 되고

그래서 언제나

늦은 저녁 길로만 다니게 되고          

그렇게 사는 거라고

짐승을 만날수록 천사를 믿어야 한다고

나는 천사를 믿지 않았지만,

내 길 반대편에서 오는

어린 여행자들에게 타일렀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천사를 믿고 싶었지만          

그래서

힘에 부친다는 말도 하기 힘들어서

내가 길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을 때

한번 더 마지막으로 돌아보고 싶었을 때

이상도 해라, 저기서

상처투성이 짐승들에게

흉터투성이 양 손으로 서툴게

붕대를 감아 주고 있는

저 짐승은 누구일까

저 짐승의 이름은 무엇일까      

              


이 글은 평론가이자 번역가인 조병준 씨가 쓴  <제 친구들과 인사하실래요>에서 발췌했다.

90년대에 두 권짜리 초판을 읽었는데

현재 두 권이 합쳐진 개정판으로 나오고 있다.

이 책은 세상의 피곤과 차가움에 지친 그가 인도 마더 테레사의 집에서

빈민과 병자들을 돌보는 발룬티어 활동을 하며 따뜻함과 희망을 깨달아 가고

거기서 만난 천사 같은 사람들에 관해 쓴 수필이다.      


<제 친구들과 인사하실래요>이 책은 내게 소중한 의미가 있다.

세계 여러 곳 구호단체에서 봉사하는 삶에 대한 동경은 배낭 하나 달랑 지고 훌쩍 떠나는 계기를 주었고,

죽을  뻔하기도 하고, 고생도 눈물도 많이 흘렸지만 많은 날들을 가득 채울 잊지 못할 추억을 주었으니까.      

걸어가는 이 길에서 만난 이들의 모습이 짐승의 그것을 많이 닮아있어

힘들어 절망하고, 상처 투성이가 되어 있다가

천사의 얼굴을 보여주는 누군가가 있어 기쁘고 행복해진다.     


시간은 참 알 수 없는 장소와 사람과 숱한 사건들 속으로 우리를 데려다 놓는다.

그 시간의 길이 길게 드리운 환영 속에서

사람들은 곧잘 헤매기도 하고 지나온 그 길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길 위에서 만나고, 정들고, 헤어지고..사람의 삶은 그렇게 이어져 가나보다.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이별과 추억이 있다.

그때의 음악에는 그때의 추억이 담겨 있고, 그래서 음악은 열쇠가 된다   

이 노래도 정들었던 친구와 헤어질 때 그 눈가에 가득 담긴 눈물을,

 언젠가 이 노래를 모국어로 함께 부르자던 아쉬운 약속을 떠올리게 한다.

길 위에 삶에서 만나고 헤어졌던 많은 사람들을 나는 이 노래로 추억한다.


Mocedades의  "Eres Tu"      

굉장히 오래전 노래지만 누구나 알 것 같다.

한때 "상투스"라는 그룹이 번안하여 부른 적도 있다.

바람아.. 내 마음을  전해다오 라고.


오늘, 나도 바람 결에 가만히 아쉬운 내 마음을 속삭여 본다.   

      


https://youtu.be/naAC37W42ro

Mocedades \\"Eres Tu\\" (Remastered Audio) HD - YouTube                                             



Eres Tu     

Como una promesa, eres tu', eres tu'. 약속과 같이, 그대는 그대는

Como una man~ana de verano. 어느 여름 아침과 같이

Como una sonrisa, eres tu', eres tu'. 미소와 같이, 그대는 그대는

Asi', asi', eres tu'. 그렇게 그렇게 그대는..     

Toda mi esperanza, eres tu', eres tu'. 나의 모든 희망, 그대는 그대는

Como lluvia fresca en mis manos 내 손에 담긴 맑은 빗물처럼

como fuerte brisa, eres tu', eres tu'. 시원한 바람과 같이, 그대는 그대는

Asi', asi', eres tu'. 그렇게 그렇게 그대는..     

Eres tu' como el agua de mi fuente (algo asi' eres tu')

그대는 나의 샘물(그렇게 좋은 것, 그대는)

Eres tu' el fuego de mi hogar 그대는 나의 온기

Eres tu' como el fuego de mi hoguera 그대는 내 모닥불

Eres tu' el trigo de mi pan. 그대는 내 빵의 밀     

Como mi poema, eres tu', eres tu'. 나의 시와 같이, 그대는 그대는

Como una guitarra en la noche, 한 밤의 기타와 같이

todo mi horizonte eres tu', eres tu'. 나의 저 지평선, 그대는

Asi', asi', eres tu'. 그렇게 그렇게 그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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