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정 Lee Sep 30. 2015

관계의 미학 - 괸다

점심을 먹고 정동길을 산책하던 길이었.

지나가다가 장미가 너무 예뻐서

꽃집 앞을 기웃 거리는데

한 노부부가 곁에 와서 섰다.    

  

할아버지가 할머니 손을 손을 잡고서

나직하게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당신, 이런 꽃 본 적 있소..?"

할아버지가 가리킨

정말 별처럼 작은 신종 미니 장미였다.

도 감탄하며 들여다 보고 있던..     

할머니가 본 적 없다고 하자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신기하지, 내가 이거 하나 사줄까..?"

하고 슬며시 물어 보신다.

할머니는 극구 사양했지만

입가에 떠오른 미소만큼은 감추질 않으셨다.   

  

결국 꽃은 사지 않았지만

처음부터 서로 잡은 손 그대로

꽃집 앞을 떠나가는 그 노부부가 얼마나 아름답던.

나와 눈이 마주친 꽃집 아줌마도 같은 생각이었을 거다.

순간 서로 흐뭇하게 웃었으니.  


노인들의 구부정한 자세와 허름한 차림은

영화가 끝나고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주변의 젊은 아이들에게 순식간에 묻혀

금세 그 뒷모습 조차 보이지 않았지만

그 아름다운 세월의 광채는

순식간에  공간을 메꾸고도 남았었다.   

  

인생의 즐겁고 기쁜 웃음만큼

수없이 많은 어렵고 힘든 순간에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위로해가며

서로의 아롱진 시간을 간직해 가는 것.

정말  축복받은 일일 것이다.        


다. 고이다..

이성간 애정 표현하는 우리 옛말이다.

강이 물을 모아내듯..

생각을 담아내듯..

숲의 나무가 서로의 기울임을 받아내듯이..     

가슴속에 한 사람을

담아내고, 모아 두고, 괴인다는 것.     


그건 화려하게 타 버리는

불꽃같은 열정만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다.      

불안정한 상태에서 안정된 상태로 가는

괴임과 희생의 미학.     


조용하지만 흔들림 없는 태도로

자신의 부분을 계속 가지 나가는 일이겠.   

가슴속에 한 사람을 평생 고인다는 것...

그것은 어렵고도 오랜 시간이겠지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학이란 무엇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