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아도, 여전히 흐르고 있다
이별 후,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감정은 정말 사라진 걸까?
아니면, 그저 익숙해진 걸까?”
처음엔
모든 게 무너진 것 같았고,
다시 웃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나는 여전히 살아 있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일상을 반복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이별 후 내가 품고 있는 감정은
슬픔일까? 공허함일까? 아니면, 기쁨일까?
어쩌면,
나는 이미 모든 감정을 다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날은 후회가 밀려오고
어떤 날은 놓아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날은 시간을 돌리고 싶고
어떤 날은 지금의 내가 더 나아졌다고 느낀다.
그리고 아주 가끔—
그 사람에게 감사하는 마음도 든다.
사랑했던 시간,
그 존재로 인해
내 감정이 풍요로웠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
사랑은 질문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는
정해진 답이 없다.
우리는 운이 좋으면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운이 나쁘면
그 감정에 무너진다.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는 감정이 있는 존재이고,
사랑할 수 있는 존재였다는 것.
이별 후의 태도는
사실 상대가 아닌,
나 자신에 대한 존중에서 비롯된다.
“나는 얼마나 사랑했는가”
“나는 진심이었는가”
“나는 나를 얼마나 사랑했기에,
이제 이 감정을 수용할 수 있는가”
그 물음들 속에서,
감정은 언젠가
조용히 흔들리지 않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라진 건 아니다.
감정이 희미해졌다고 해서
그게 사라진 건 아닐지도 모른다.
기억도,
결도 남는다.
다만
그것이 더 이상
나를 무너뜨리지 않을 뿐.
나는 이제
그 감정을 바라볼 수 있고,
그 순간들을 말 없이 감싸안을 수 있다.
그래서
이 질문은 오늘도 내 안에서 천천히 울린다.
감정은 정말 사라졌을까?
아니면, 내가 익숙해진 걸까?
이 글은
이별 이후의 감정이 흐려진 것인지,
나의 감정이 자라난 것인지를 묻는 사유의 기록입니다.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
무관심이 아니라,
내가 그 감정을 견딜 수 있게 되었다는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끝난 후에야
사랑이라는 감정을
진짜로 돌아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