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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실 고인물 3인방

미국임상병리사 이야기

우리 검사실에는 30년 가까이 일하고 있는 고인물 3명이 있다. 제니,크리스, 존이다.


먼저 검사실매니저 역할을 담당하는 제니, 필리핀 할머니이다. (지금은 생물학을 전공한 젊은 군인출신 매니저 제이슨이 있다, 하지만 아직도 휴가나 근무변경 시 제니한테 먼저 허락을 맡는다.) 나이는 60 초반으로 알고 있다. 일한 지는 30년이 되었는데, 아직도 영주권을 받지 못해서 워킹비자로 일하고 있다. (이런거 보면 병원에 정뚝떨.) 처음 병원출근했을 때, 나를 가장 반겨주었고, 병원투어를 시켜주었다. 영어는 정말 알아듣기 힘든 발음을 구사하셔서, 아마 검사실내에서 나랑 의사소통이 가장 힘든 분이 아닐까 한다. 요새는 나이트 근무만 해서 거의 마주 칠일은 없다. 페북메시지로만 연락하는 사이. 그리고 제니가 검사실의 실세인 이유는 가장 오래 일하기도 했지만, 본인 조카도 땡겨와서 지금 일하고 있고, 조카의 대학동기 3명까지 해서 5명이 거의 혈맹이다.(그래서 크리스 할아버지가 싫어함) 하지만 제니는 정도 많고 사람을 잘 챙겨준다. 이번에 드디어 영주권 진행을 시작한 거 같은데, 빨리 받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검사실 나이대장 크리스, 전형적인 미국 백인 할아버지고, 나이는 70 초반으로 알고 있다. 아직도 건강하고 팔팔하시며, 매일아침 일등으로 출근한다. 근무시간도 본인 맘대로 정하셔서, 5시 30분부터 3시까지 일한다. 출근하면 나이트를 하고 있는 나에게 거의매일 검사실닥터 욕을 한다.(할아버지가 이렇게 뻑이란 단어를 많이 써도 되는 건가 생각하게 됨.) 그리고 검사실에 필리피노가 너무 많다고 항상 불만을 토로한다. 내가 처음으로 검사실에 왔을 때, 크리스가 엄청 반가워하면서 자기 연락처를 주면서 모르는 거 있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하며 엄청 반겼었다. 아마도 남자에 필리핀사람이 아니라 자기랑 잘 맞을 줄 알았나 보다. 그 이후로도 자주 말을 걸었지만, 내가 리액션도 바로바로 안되고, 영어로 맞장구도 잘 안돼서 인지 그 이후로는 나를 별로 신경 안 쓰는 듯하다. 한 번은 이야기하다가, 내가 캘리포니아 가고 싶다고 말했더니, 자기 젊을 때 요세미티 국립공원 내에 있는 보건소 같은 곳에서 일했다고 한다.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고립돼서 며칠 동안 나가지도 못한 적도 많았다고 한다. 어쨌든 지금은 여기 촌동네에서 미생물만 담당하는 병리사로서 일하고 계신다.


마지막은 존 할아버지, 이 동네 출신으로 나이는 60 정도 된다. 존은 항상 예전에 독일이랑 유럽에서 일했던 이야기를 한다. 불과 얼마 전 이야기를 하는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본인 20대 때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것저것 말이 굉장히 많으시고, 자기 자랑도 많이 하신다. 얼마 전 디렉트 쿰즈 트레이스결과가 나온 것을 본인만 찾아냈다며, 다른 사람들은 찾아내지 못했다며, 어깨가 한껏 올라가서 그 애기를 20분 동안이나 하셨다. 그리고 검사실에서 최고로 자리를 잘 비우시는 분이다. 담배 피우러도 자주 나가고, 나가면 30분씩 감감무소식이다. 다른 파트에서 커버를 해줘야 한다. 그래도 검사실내 CBC 디프를 제일 잘 친다고 하니까, 인정할수밖에..(확인은 안되었지만)


이렇게 고인물 3명을 포함해서 15명정도의 임상병리사가 있고, 15명정도의 채혈사가 같이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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