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바리 왜 하냐고요?

잘못 이해해서 쓰게 된 짧은 트레바리 리뷰

by 고운

2016년 봄에는 모든 클럽 모임에 대표님이 참석했다. 클럽이 8개 밖에 안 될 때니까. 귀가 마르고 닳도록 들었던 말이 있다. “사람들이 적지 않은 돈을 내고, 수고롭게 읽고 쓰며, 책과 인간과 세상에 대해 말한다. 아직은 한 달에 한두 번 있는 특별한 이벤트다. 이게 사람들에게 일상이 된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좀 더 나은 모습일 거다.”

함께 영화 <캐롤>을 보고 수다 떨었던, 2016년 2월 23일 첫 번개.

나에게도 트레바리는 무척 색다른 이벤트였다. 어릴 때의 나, 직장에서의 나, 누구의 딸이나 누구의 애인인 나 말고 그저 지금의 나, 앞으로의 나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은 드물다. 신변잡기나 월급루팡 대회 같은 대화 대신에 사회, 예술, 문학, 기술, 인간에 대해 대화 나눌 수 있는 사이도 흔치 않다. 압구정도 드럽게 멀다.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아지트를 찾았다.


그로부터 2년 4개월, 이제는 트레바리가 설레는 일탈이 아니라 즐거운 일상이 되었다. 누가 날마다 반복되는 것은 권태롭다고 했던가. 지루할 틈이 없다. 워낙 흥미로운 사람과 이야기들이 넘실대는 일상이어서이기도 하지만, 트레바리의 시계가 한 시즌 4개월로 빠르게 가기 때문이다. 일 년 중 하루라면 성기게 흘려보내기도 하지만, 넉 달 중 하루라고 생각하면 좀 더 촘촘하게 보내게 된다. 덕분에 요즘 나의 1년은 트레바리를 하기 전보다 다채롭게 물든다. 이쯤 되니 그 빛깔이 트레바리 외의 삶에도 배어들기 시작했다. 나는 트레바리 덕분에 제2의 진로도 찾았다. 부모님 날 낳으시고 트레바리 날 기르시니...


내 개인의 삶이 들썩거리는 동안 공교롭게도 세상이 덩달아 격변했다. 촛불시위가 대통령을 바꾸었고, 분단된 땅에 평화의 광풍이 불고 있고, 세월호는 건져졌고, 성범죄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2년 전의 세상보다 지금이, 확실히 좀 더 낫다. 사회가 그저 우연이 겹쳐 변모하는 게 아니라 수많은 필연이 모여 진보하고 있다고 믿을 수 있는 건 트레바리에서의 대화 덕분이다. 좀더 나아가, 트레바리와 함께 우리 사회가 발전하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기분 탓인가.


* 일상을 더 즐겁게 만드는 방법>>> http://trevari.co.kr/club_appl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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