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운 Apr 07. 2019

행복은 복리다

트레바리 국내이슈에서 <한국이 싫어서>를 읽고

충분히 행복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예측 가능해서 오는 안정감,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 



한치 앞이 불안하거나 보이는 미래가 내리막길이라면 행복을 느끼기 힘들기 때문이다. 둘 다 가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순간의 강렬한 감정이라도 느끼고 싶겠지.


그게 계나가 '한국이 싫어서' 떠난 이유이겠다. 
현재가 안정적이지 않은데, 미래가 핑크빛일 가능성도 매우 낮아서. 진짜 직업과 가짜 직업을 나누는 애인, 가족을 위해 앞으로의 시간도 재산도 저당잡혀달라는 부모, 존엄성 해치는 출퇴근길, 직원이 자살하게 만드는 회사 틈바구니에서 '이대로가 계속된다면...'하는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하다. 


행복의 주기가 짧을수록, 행복의 이유가 많을수록 그런 생각이 더 들 것 같긴 하다. 행복을 판단하는 주기가 일주일쯤 되면, 일주일에 하루도 '아 행복하다'하는 순간이 없을 때 쉽게 힘겨워진다. 자주 행복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역설적으로 더 행복하기 힘들다. "난 딱 한 가지 OO만 있으면 행복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할 가능성이 더 높다. 행복을 다양한 데서 찾는 사람이라면, 늘 다양한 걸 누릴 수 없는 일상 속에서 더 견디기 힘들다. 

단위행복이 무척 작다고 행복의 총량이 작은 건 아니다.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적다고 덜 행복한 것도 아니다. 

순간순간 향수처럼 흩뿌려지는 행복감에 취하던 때가 있었다. 온몸에 향기가 그득해서 한껏 환상적인 순간을 보내고 나면 일상은 더 퀴퀴한 냄새가 나는 것 같은 게 당연했다. 지금은 행복은 복리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현금흐름성'도 '자산성'도 아니다. 자산은 내가 하는 일, 내 꿈, 목표같은 거다. 행복은 차근차근 삶의 단계를 밟아오르고 견뎌내면서 곁다리로 쌓이는 것이다. 꾸준히 내 삶을 가꿔나가면 행복은 부지불식 간에 저절로 불어난다. 행복이 그저 덤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덤으로 더 이득보려면 내 삶에 더 최선을 다하면(원금을 늘리면) 된다.


각자도생에 매진해야 한다거나 지금 불행한 게 오롯이 개인의 책임이라는 얘긴 아니다.

한국사회가 한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행복에 집착하지 않게 해 주면 좋겠다. 행복을 덤처럼 여기고 자신의 일과 삶과 관계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주면 좋겠다. 오죽하면 힐링 찾고 욜로 찾을까. 한 번 시원하게 웃을 여유도 없는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에게는 향수같은 행복이 너무 귀해진다. '이정도면 괜찮을 것 같다'는 안정감을 가질 수 있게 바텀라인을 단단히 메워줬으면 좋겠다. '앞으로 더 나아지겠지'하는 기대감 가질 수 있게 변화할 줄 아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내가 한국이 때때로 싫어도 떠날 생각을 않는 건, 한국사회와 그 구성원들이 두 가지를 구축해나갈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요즘 사회가 꿀렁대는 것 때문에 살맛 난다. 더 꿀렁꿀렁 변하고 깨지고 기우면서 전진해나갔으면 좋겠다. 한국 화이또.






2018.02.08.

트레바리에서 파트너로 활동하면서 조금 지쳤을 즈음, 멤버로 등록했던 첫 클럽 국내이슈.

이 안에서 멤버로서의 여유를 즐기면서 다시 파트너할 힘을 얻었었다.

이날은 사실 책도 토론도 그저 그랬지만?

국내이슈를 하는 동안 여덟 편의 독후감이 남았고, 좋-은 친구들이 남았다.


행복 원금 늘리는 좋-은 친구들 남길 수 있는 곳 여기여기!

>>>https://trevari.co.kr/apply

'트레바리'는 독서모임 기반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에요. 5-8월 시즌 모집중이랍니다!

함께 지적인 대화, 온기있는 관계 만들어가요 :)

매거진의 이전글 슬픔도 아름다움의 영역이라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