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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운 Apr 16. 2021

내 인생의 바벨 전략

트레바리 국경에서 <주식하는 마음>을 함께 읽고서 쓰다


흔히 안정적인 직장이라고 불리는 곳에 있는 나는 오목한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다. 어찌나 심각한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가장 위험한 선택'입니다(p246)에서 그 위험한 선택을 안전하다고 착각하고 살아온 게 한 세월이다. 저자의 투자클럽을 도와 두 시즌 운영할 때 멤버들은 정말 열성적이었다. 따로 주식+부동산 스터디를 열어 같이 공부하시는 걸 보면서도 느긋했다. 책을 읽은 지금은 나태했다고 말하는 게 더 적절하겠다. 투자 클럽에서 배운 방법대로 투자를 시도해보지 않았던(그래서 부끄럽게도 책과 토론에 이해도도 낮았던) 것도 눈에 보이는 손실에 취약하기 때문이라는 변명을 스스로에게 하곤 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사실은 그저 게을렀던 것이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진짜 손실이 무엇인지 공부해본 적도 없이 그냥 그렇게 믿은 거에 가깝잖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내가 '언제 어떤 경로로 틀렸음을 인지'해가며 정교하게 생각하고 개선해나가는 노력을 얼마나 하고 살았나 반문하면 열없다. 이것도 훈련이라, 평소에 그렇게 생각하는 연습이 되어 있는 사람이어야 투자를 할 때도 삐걱이지 않고 시나리오를 설계하고 수정해나갈 터다. 그러니 사실은 손실을 걱정했다기보다, 투자하겠다고 덤볐다가 나태하게 사고하는 습관이나 다시 확인하고 정교하게 생각하는 일에 적응하지 못해 삐걱댈 나를 마주하는 게 불편하고 자신없었던 것 아닌가 싶다. 이런...변명이 불어난다!



그렇게 하는 것도 없이 나 빼고 다 주식하고 나 빼고 다 부동산 하는 것 같아 불안감만 커지는 때에, 이 책은 나 같은 쪼렙에게도 용기를 준다. 전문가들처럼(특히 진채님처럼ㅋ) 시나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하고 논리 고리를 세분화해가며 질 좋은 의사결정을 하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틀릴 수 있는 원칙'을 이해하고 세워볼 수는 있을 것 같다. 내 원칙을 세우고 고쳐가며 성장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든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주식을 했다면, 난 아마 투자를 투기로 생각하고 주식에 매달리면서도 주식을 부정적으로 여기며, 원칙 없이 종목 추천에 팔랑거리고, 잦은 매매를 반복하며 확실하게 잃고 살았을 거다, 내 원칙을 세운다는 게 무엇인지 이해한 적 없는 채로.




진채님은 '투자를 고매한 철학으로 포장하지 말라, 남의 잘못으로부터 이득을 취하는 일이고 돈으로 돈 버는 일이라는 냉정한 진실은 제대로 보라'고 말했지만, 저자가 투자를 할 때 사고하는 과정이나 투자를 포함해 삶을 이해하는 방식을 엿볼 수 있는 문장들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오히려 투자하는 일이 무척 우아하고 기품있는 삶의 방식 같다고 생각했다. 자주 아름답다고 느꼈는데 적절한 설명일지 모르겠다. 주식투자에 대한 관점을 새롭게 열어준(처음으로 세워준 것에 가깝겠다) 고마운 책이다.




투자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만나는 크고작은 의사결정에도 큰 도움이 됐다. 잘 설득하고, 등 떠밀고, 팩폭하고, 다독이고 다 한다. 어떻게 의사결정하는 게 현명할까, 어떤 태도를 견지해야 할까 고민했던 지점마다 열쇠가 되는 조언들이 가득해서, 선물을 받는 기분으로 혹은 상담을 받는 기분으로 소중하게 읽었다. 이 책을 곁에 두고 종종 펼쳐보는 것이 내 인생의 바벨 전략을 비로소 시작하는 첫걸음이겠다.





1차 독서 후 기록해둔 문장들

https://www.notion.so/mangotango/32b46a1e87a4473cb24a15299edba7b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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