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3시.
점심이라 하기엔 너무 늦고
저녁이라 하기엔 너무 이르고
오후라고 하기엔 선뜻 떠오르지 않는 애매한 시간
슬슬 배가 고파오는 것도 같지만
그렇다고 무언가를 먹기엔 위장이 준비되어있지 않은
그런 애매한 시간
무언가 새로 시작하기엔 늦고
무언가 마무리 짓기엔 이른
어찌해야 좋을지 당최 알 수 없는 미지의 시간
그런 시간을 통과해 우리는
비로소 저녁이라는 시간에 도달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저녁을 먹고
고단했던 하루를 정리하고
일기를 끄적이며 그래도 괜찮았다며 마음을 도닥이는
그런 시간.
3시를 지나지 않으면 어디로도 갈 수 없다
너의 존재 이유, 찾았다
(202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