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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스토리

by 이수빈

브런치스토리



어두운 밤, 글을 읽는다

꾹꾹 눌러쓴 누군가의 마음을 보다보면 수만가지 꽃이 피었다 진다


먼저 다가와주는 글이 있고 모퉁이 뒤에 서서 슬금슬금 눈치를 보는 글이 있고 새파랗게 투명하다 못해 깨질 듯 위태로운 글이 있다 뒤도 보지 않고 따라가 보고픈 글이 있고 거짓 속에 갇혀 그 자신조차 가둬버린 글이 있고 견고한 성을 쌓은 글이 있고 글을 위한 글이 있다 조금 더 거침없이 빠져보고 싶은 글이 있고 손을 뻗어 이어보고 싶은 글이 있고 저 멀리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는 글이 있고 외롭고 외롭고 외로운 글이 있고 진심을 담은 숨죽인 글도 있다


글을 읽고, 밤은 깊어간다

솔솔 불어오는 바람에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수만가지 꽃이 피었다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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