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 글을 읽는다
꾹꾹 눌러쓴 누군가의 마음을 보다보면 수만가지 꽃이 피었다 진다
먼저 다가와주는 글이 있고 모퉁이 뒤에 서서 슬금슬금 눈치를 보는 글이 있고 새파랗게 투명하다 못해 깨질 듯 위태로운 글이 있다 뒤도 보지 않고 따라가 보고픈 글이 있고 거짓 속에 갇혀 그 자신조차 가둬버린 글이 있고 견고한 성을 쌓은 글이 있고 글을 위한 글이 있다 조금 더 거침없이 빠져보고 싶은 글이 있고 손을 뻗어 이어보고 싶은 글이 있고 저 멀리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는 글이 있고 외롭고 외롭고 외로운 글이 있고 진심을 담은 숨죽인 글도 있다
글을 읽고, 밤은 깊어간다
솔솔 불어오는 바람에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수만가지 꽃이 피었다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