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졸업생 답사
<2021년 국어교육과 졸업생 답사>
안녕하세요, 저는 졸업식 답사를 하게 된 국어교육과 17학번 이수빈입니다.
이렇게 저를 소개하게 되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인데요. 대학교 4년 동안 수업에서 발표를 시작할 때, 그리고 뒤풀이 자리에서 선배들을 처음 만났을 때 항상 국어교육과 17학번 이수빈, 이었는데 이 말도 오늘 함께 졸업을 합니다.
원래 졸업식이라면 졸업을 축하해주러 온 가족들과 친구들로 북적북적거려야 하는데 이렇게 조용한 졸업식이라니.. 조금은 어색하기도 하고 뭔가 허전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런 온라인 졸업식을 언제 또 해보겠어요? 언젠가 오늘을 돌아봤을 때 “그때 우리 온라인 졸업식 했었잖아?” 이러면서 하나의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게 될 것 같습니다.
2017년, 제가 새내기로 입학한 스무살 성년의 날에, 한 선배가 장미꽃 한 송이와 편지를 함께 줬었는데요. 그 편지에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조금조금, 그리고 어느 순간 어른이라고 불리기 시작하고, 작은 자유를 얻은 대신 너무 큰 책임도 생기고, 어렵고 힘들 때도 많은 게 불안도 한 게 성년의 시작일 테지만, 수빈아 너의 시작을 응원해!” 저에게 어른이란 어떤 건지 알려준 그 선배가 졸업을 앞두고 생각이 납니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값을 매길 수 없는 진기한 경험들을 했습니다. 그 하나하나의 경험들이 점들로 남아있고 언젠가 이 점들이 선으로 이어지고 면으로 연결돼서 제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줄 거라고 믿습니다. 이게 선배가 말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고요.
대학생활을 하면서 또 우리 국어교육과에서 너무나도 좋은 선배, 후배님들을 만났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교수님들, 많이 배우고 많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나와 빛나는 20대를 함께 보낸 이름도 똑같은 최수, 너무 고맙고 투수빈으로 함께 했던 시간 절대 잊지 못할 거야. 이 세상에서 제일 멋진 부모님, 감사합니다. 졸업생 분들 옆에서 혹시 지금 옆에서 같이 듣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항상 자식들을 위해서 물심양면으로 응원해주신 모든 부모님, 혹은 지지해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드립니다. 긴 세월동안 자식의 꿈을 응원해주고 기다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제야 조금씩 깨닫습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그러니까 여덟 살부터 스물셋, 혹은 스물넷, 스물다섯, 그 이상까지. 장장 16년에서 18년 정도를 학교라는 공간에 있었는데 이제 그곳을 떠납니다. 설레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말 그대로 싱숭생숭 합니다. 이 말을 했더니 제가 존경하는 한 어른께서 그러시더라구요.
“이 녀석아, 완전히 떠나는 것도 없고 완전히 머무는 것도 없는 게 인생이야. 앞으로 더 무궁무진한 날들이 있을 거다. 두 눈 크게 뜨고 세상을 바라봐. 그리고 인생 길게 봐라.”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봄이 옵니다. 무궁무진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물론 쉽지만은 않겠죠. 그래도 걸어가 봐야겠죠.
이제 학교와는 안녕이지만 졸업생들에겐 사회에서의 새로운 출발입니다. 앞으로도 빛나는 청춘으로, 아직 연결되지 않은 점들을 선으로 이어나가면서 살아가시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아직 남아있는 국어교육과 학우분들, 모두 후회없는 대학생활 하시길, 그리고 그 대학생활이 다채로운 경험들로 남아서 졸업 후의 삶에 큰 원동력이 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이제는 국어교육과 16학번 민00, 이00, 이00, 17학번 이수빈, 최00, 최00 가 아니라 우리를 표현하는 또다른 멋진 이름을 가지게 될 겁니다.
졸업을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진짜 마지막이네요. 국어교육과 17학번 이수빈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2월 24일, 봄학기 졸업식을 마지막으로 나는 대학교를 졸업했다. 시원섭섭했다. 어떤 날들이 앞으로 펼쳐질지 예상이 되지 않았다. 한 가지 예상되는 게 있다면, 여전히 글은 끄적이고 있을 것 같다는 것. 다행이었다. 하나라도 예상되는 일이 있어서. 그리고 그 일이 내 마음에 썩 들어서.
누군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네 명함에 있는 이름, 직업, 직함 다 떼고 넌 어떤 사람이냐고. (물론 이때의 명함은 비유였다.) 이런.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지 진정한 내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했는데... 마음이 조급해졌다. 왜 이런 요상한 질문을 던져서 사람 마음을 헤집어놓는지.
정확히 하루가 지나 답할 수 있었다. 휴, 안도감이 들었다. 이제야 내 인생의 조종간에 앉은 느낌이었고 잘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바뀔 수 있겠지만 그게 불안하거나 걱정되진 않았다. 그건 그거대로 또 기대가 되고 의미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어쩌면 이 질문에 담긴 제일 중요한 핵심은 '나에 대한 믿음'이 있는지 없는지가 아니었을까. 아, 내 대답은 "세상에 물음표를 던지는 사람"이었다.
글을 쓰는 과정은 즐겁고도 괴로웠지만, 결국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구성되고 형성되어왔는지를 되짚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하면서 사범대생이란 신분 또한 졸업했지만 이름만 졸업일 뿐, 나는 여전히 젊은, 사범대생일 것이고 교육에 대한 생각, 나에 대한 고민은 멈추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나의 초·중·고 10대 시절이 인생 1막이었다면, 대학생 시절이 인생 2막, 사회인으로 첫 발을 내딛는 지금, 인생 3막의 시작점에 서있다. 다시 시작점이다. 언제나처럼 낯설고 우당탕탕거리겠지만 졸업생 답사처럼 무궁무진한 날들이 기대되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다려지는 하루하루가 되길 바란다. 세상에 더 많은 물음표를 던질 수 있기를!
-2021년 어느 날의 기록, 간추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