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알쓸신잡3 에피소드5를 보다가 이탈리아의 도시 시에나와 캄포 광장 이야기 도중 번영하는 도시의 기준을 게이 지수(Gay Index)로 알 수 있다는 대화가 나왔다.
참고로 시에나는 피렌체와 로마 사이에 있는 도시로 중세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도시이다. 좋게 말하면 문화와 역사가 보존되어 있고 정치적으로 말하면 피렌체가 강해지면서 기싸움에 밀려 낙후된 도시되겠다. 르네상스가 꽃피기 전 십자군 전쟁 시절엔 십자군이 지나가는 길목 도시로 번영을 누렸다고 한다. 이탈리아 갔을 때 피렌체에서 로드트립으로 로마를 거쳐 나폴리를 갔었는데 이런 역사적 배경을 알았다면 시에나도 방문했을 것을… 모르면 손해인 것이 여행이다.
유시민 작가가 번영하는 도시와 게이 지수를 언급하길래 찾아봤더니 리처드 플로리다의 저서 <신창조 계급> (The Rise of Creative Class)에 내용이었다. 창조(창의성)와 혁신은 지금의 사회에 가장 요구되는 조건으로 책에서는 3T (Technology 기술, Talent 탈랜트(재능), Tolerance 포용성)의 조화와 더불어 기술혁신과 재능 있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도시에 포용성이 높다는 것은 게이 지수(Gay Index)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하는데, 그래서 내가 사는 시드니에 게이 지수를 찾아봤다.
미국은 샌프란스시코가 게이 지수가 가장 높게 나왔는데 실리콘벨리가 센츠란시스코와 인접해 있다는 사실이 그 이유를 설명해주는 것 같다.
호주는 2017년 12월 9일에 연방정부 동성결혼이 합법화되었다. 물론 그 전에도 동성의 동거/사실혼 관계 (De facto)가 인정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차별되는 부분이 있었고 동성결혼법이 통과되면서 동성과 이성의 모든 혼인 형태가 누리는 법적 지위가 동등해졌다.
예상대로 시드니는 5년마다 하는 전국인구조사(census)에서 2011년에 이어 2016년에도 가장 높은 비율의 게이 커플 인구가 거주하는 도시이다. 특히 시드니 시내 중심가 주변으로 형성된 레인보우 리본은 게인 인구비율이 높은 지역을 보여준다. 재미있게도 LGBT 계층은 호주 전체 평균보다 교육, 연봉이 높다고 한다.
나는 호주에서 퍼스(서남부), 킴벌리(서북부), 선샤인코스트, 브리즈번(동북부), 시드니(동남부)에서 살아 봤는데 다른 도시들은 주도(State Capital City)임에도 시골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시드니 만은 정말 도시라는 기분이 든다. 맬번은 문화/스포츠의 도시답게 Australia Open(테니스 그랜드 슬램)과 Australian Football League의 결승전이 열리고 각종 문화 예술 공연이 많지만 여전히 시드니에 비해 일자리나 도시 개발 수준이 떨어진다.
호주의 행정수도는 캔버라(Canberra)이지만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시드니를 호주의 수도로 인지하는 것이 우연이 아니라고 본다. 시드니의 번영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에 불타오른 것 점도 있지만 게이 지수가 현재의 시드니를 대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미래에도 경쟁력 있는 도시가 되기 위해 다양성(Diversity)과 포용성(Tolerance)이 창조(Creative)의 밑거름이 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어가고 있다.
한 도시의 인구가 500만명을 넘어가면 임계치를 넘어간다고 하는데 시드니는 2016년 인구조사에서 500만을 넘기기 시작했고 매년 성장중인 도시로 메가시티의 도시문제가(교통, 주택, 임금, 환경 문제 등) 들어나기 시작하자 중앙정부와 NSW주 정부는 2056년까지의 도시 균형 계발 개획을 발표하며 성장하는 시드니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 누군가 나에게 만약 호주로 이민이나 유학, 워홀을 간다면 어느 도시로 갈까를 묻는 다면, 교통체증, 대기오염(호주 타도시에 비해) 문제가 있긴 하지만 여전히 시드니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