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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마리 Oct 07. 2021

성급한 위로

인간관계

내가 아직 대학 전임이 되기 전이었다. 그날도 학회 일로 사람들을 만났다. 그 가운데 어떤 분이 내게 위로를 해 주었다. 그는 어느 대학 전임 교수였다. 학계에서 이미 어느 정도 실력을 인정받았던 그는 나보다 몇 살 나이가 많았다. 그날 테니스 복장을 하고 테니스 체를 가지고 회의에 참석한 그의 모습은 넥타이를 맨 나의 모습과 묘한 대조를 이뤘다. 너무나 여유 있는 모습에 그의 위로는 온전히 나의 것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을 자랑하려는 모습 정도로 비쳤다. 얼른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미 대학 전임이 되고 나서의 일이다. 그날도 학회 일로 사람들을 만났다. 그 가운데 어떤 분이 내게 위로를 받았다. 그는 아직 강사였다. 학계에서 이미 어느 정도 실력을 인정받았던 그는 나보다 한두 살 위였다. 그날 넥타이를 매고 양복을 입은 나는 수수한 복장을 한 그의 모습과 대조를 이뤘다. 걱정기 어린 나의 위로는 온전히 그의 것이 되지 못한 듯했다. 그는 얼마 후 우리나라 최고 학부의 교수가 되었다.


나는 나를 위로했던 교수를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위로했던 교수를 생각했다. 나를 위로한 교수는 정말 나를 위로하려고 했을까. 내가 위로한 교수는 정말 마음 편했을까. 같았다. 성급한 위로는 차라리 말하지 않는 위로보다 못하다. 이후 나는 성급한 위로를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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