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언을 위한 편지
공부를 하다 보면, 책장에 쌓여 있는 책과 논문 대신, 내가 정리한 노트만 내게 남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노트 정리를 하다 보면, 노트 대신에 내 머릿속에 들어 있는 지식들만이 오로지 내가 가진 전부임을 깨닫게 됩니다. 따라서 내가 간명하게 정리한 노트를 가지고 생각날 때마다 (최소한 일정한 주기로) 되새김질을 하며 그 지식들이 온전히 내 지식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게 됩니다. 내가 그러한 지식과 개념들을 입속의 혀처럼 자유자재로 놀릴 수 있을 때 비로소 그에 관한 논문을 쓸 수 있게 됩니다.
선행연구를 정리할 때에는 조바심을 버리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다음에 중요한 것은, 연구의 폭을 좁히는 것입니다. 책이 책을, 논문이 논문을 추천하는 그 흐름을 따라 계속 걷다 보면 흥미롭게도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읽을 만큼의 글을 읽었다는 뜻입니다. 연구가 많이 된 주제일수록 그 여행길이 길고, 연구가 안 된 주제일수록 그 여행길은 상대적으로 짧습니다.
많이 읽는 때가 있으면 그것을 정리하는 때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정리가 다 끝나면, 이제 모든 책과 노트를 덮고 나만의 생각에 빠져 보는 것입니다. 남들이 무엇을 어떻게 말했든 이제 내 생각대로 줄기를 잡아 보고 개요를 짜 봅니다. 개요 다음에는 마치 소설을 쓰는 것처럼, 청사진대로 글을 써 내려갑니다. 그러고 나서, 써 내려 간 글 속에서 어떤 부분이 내 얘기이며 어떤 부분이 다른 사람의 얘기인지 가려내어 각주를 달아 줍니다.
이것이 학문적 글쓰기의 기본입니다. 참고하시길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