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우정
그때 누군가 곰돌이의 앞발을 잡아주었습니다. 조바심을 내던 지네가 드디어 온 것입니다.
“곰돌이야, 힘 내! 내가 잡아줄게!”
“왔구나, 지네야! 나 좀 살려줘! 나 더 이상은 못 견뎌!”
축 늘어진 몸으로 곰돌이는 말했습니다.
지네는 몸의 3분의 2쯤으로 곰돌이의 팔을 감고 남은 몸으로는 9십 7번째의 계단을 있는 힘껏 붙잡았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곰돌이야! 넌 내가 구해 줄 거야. 정말이야. 날 믿어.”
“바보 같은 것들. 어서 손을 놔! 어서!”
또 다시 누군가 어둠 속에서 외쳤습니다.
“저건 또 누구야!”
“나도 몰라. 누군지 몰라도 미쳤을 거야. 아니면 우리를 잡아먹으려는 놈일 거야.”
지네의 남은 발 97개 중에 이미 2개가 또다시 끊어졌습니다. 끊어진 자리에 맑은 액체가 나옵니다.
“아, 안 되는데….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데. 이런….”
지네의 마디들도 더 이상 늘어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 버렸습니다. 이렇게 계속 된다면 지네의 몸 전체가 산산조각이 날지도 모릅니다.
“곰돌이야, 미안해. 나도 이젠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아. 어쩌지?”
“지네야, 미안해. 나 때문에 너까지 위험해졌구나.”
“아니야. 괜찮아. 우린 친구잖아.”
지네는 웃고 있습니다. 그러나 끊어진 다리로부터 새어 나오는 체액은 이미 지네의 몸을 적시고 곰돌이의 앞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네야, 안 되겠다. 내 앞발을 감은 몸을 풀어 버려. 우리 모두 죽을 수는 없잖아. 너라도 살아 이곳을 빠져 나가. 그리고 우리 엄마곰, 아빠곰을 찾아가 위로해 드려 줘. 제발!”
“안 돼! 그럴 수 없어!”
안타깝게 소리를 지르며 지네는 남은 발들로 더욱 힘껏 계단을 붙잡았습니다. 곰돌이는 남은 앞발로 자신의 오른쪽 앞발을 감은 지네의 몸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떨고 있는 지네의 마지막 다리 두 개를 풀자 곰돌이의 몸은 허공에 잠시 떠 있는 듯하다가 곧바로 무서운 속도로 추락하였습니다.
“안 돼!”
지네는 떨어지는 곰돌이를 보고 자신의 다리를 모두 놓아 버렸습니다. 곰돌이를 삼켜 버린 어둠 속으로 괴로움에 몸을 비트는 지네의 몸뚱이도 이내 사라져 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