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언어학
[교수] 그런데 이 이야기를 마무리하기 전에 여러분과 함께 꼭 생각해 보고 싶은 게 있어요. 질문 하나 합니다. 언어가 자의성 대신 필연성을 가지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좀 당황스러운가요? 내 얘기가 아니라, 지금 세계적인 전기자동차 회사나 세계적인 사회 관계망 서비스 회사의 CEO들이 초미의 관심사로 여기고 있는 사업 프로젝트 주제예요, 이게! 그 사람들이 언어의 자의성에 도전하고 있다니 흥미롭지 않나요? 이런 시점에서 우리도 이 문제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그 사람들은 도대체 왜 이런 문제를 제기하게 되었고, 어떻게 이 문제를 풀려고 하는지. 문제 제기를 하는 이유, 그리고 문제 해결의 방법에 대해 조별로 잠시 토의를 해 주세요.
( 학생들은 얼굴에 약간의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무언가 말을 꺼내려고 한다. 왜 언어의 자의성을 필연성으로 바꾸려 하는지, 그렇다면 어떠한 방법론을 통해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는지, 짧은 시간에 풀 만한 쉬운 물음은 아니지만, 이런 걸 세계적인 회사의 회장들이 지금 고민하고 있구나 하는 걸 알게 되어 놀랍다는 반응이다. 길지 않은 시간이 흘러 함께 얘기를 나눌 시간이 되었다. )
[교수] 두 가지 물음을 던졌죠. 하나는 왜 언어의 자의성을 필연성으로 바꾸려고 하는가? 두 번째 물음은, 어떻게 자의성을 지닌 언어를 필연성을 지닌 것으로 바꿀 수 있는가? 먼저, 문제를 풀어 왔던 4조에서 발표해 주면 좋겠는데요. 가능한가요?
[학생18] 예, 저희 조에서도 모두들 매우 흥미로워했어요. 그런데 답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하는 생각을 감히 우리 같은 사람들이 어떻게 해 낼 수 있느냐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교수] 나는 그런 생각을 바꾸었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그 사람들은 언어학을 전공하는 사람들도 아니면서 과감하게 그런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구하려고 하지 않나요? 그게 도전 정신인 것 같아요. 생각은 자유죠. 누가 먼저 멋진 문제를 생각해 내고, 그 문제에 달려드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현대는 답을 잘하는 사람보다 질문을 잘하는 사람을 더 높게 평가합니다. 정해진 문제에 대한 정해진 답만 잘 외우는 시대는 지났다고들 합니다. 이젠 자기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그 문제를 능동적으로 풀어나가고자 하는 사람이 각광을 받는 시대가 되었어요. 언어 연구에서도 그렇고 사업에서도 그런 것 같습니다. 자, 일반론은 그만하고, 이제 물음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봐야죠! 그럼, 4조는 별다른 답을 찾지 못한 건가요?
[학생18] 예, 아쉽게도 그렇습니다. 재밌는 주제인데 답은 좀 어려운 것 같습니다.
[교수] 괜찮습니다. 이런 문제가 있다는 걸 함께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으니까요. 그럼, 다음으로 1조 혹시 무슨 의견 있었나요?
[학생19] 예, 저희 조에서도 일단 비슷한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어떤 조원이 그냥 편하게 이야기해 보자고 하여서 저희들 나름대로 생각을 나누어 보았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좀 어렵기도 했고, 첫 번째 질문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다 보니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만 좀 생각해 봤습니다.
[교수] 좋습니다. 그럼, 첫 번째 문제에 대한 이야기 좀 들어 보죠.
[학생19] 예, 언어의 자의성을 필연성으로 바꾸려고 하는 건, 언어의 자의성으로 인한 불편함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언어의 자의성 때문에 세상에 수많은 언어가 있는 거고. 그래서 언어가 다른 사람들이 말을 주고받기가 어려운, 아니, 불가능한 거니까, 그런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교수] 매우 훌륭합니다. 그렇죠. 정말 그렇습니다. 그게 그 사람들의 고민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그런 고민 말이죠. 우리 모두가 일상의 경험을 통해서 이미 자주 느껴 오던 거 아니겠어요? 사회 관계망 서비스, 그러니까 SNS 같은 걸 제공하는 회사에서는 언어가 달라 생기는 의사 불통의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여겨졌겠죠. 이미 모두가 알고 있지만 감히 그걸 풀려고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그렇게 과감히 문제를 제기하고 풀려고 노력하는 거죠. 그럼, 두 번째 문제로 가 보겠습니다. 2조에서는 혹시 두 번째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았나요?
[학생20] 예, 저희도 좀 생각을 해 보았는데요, 답은 쉽지 않았습니다.
[교수] 힌트를 하나 드릴까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언어는 음성이라는 형식과 의미라는 내용을 가지고 있고 그런 음성과 의미의 연결이 자의적이라는 거죠. 그 틀에서 어떻게든 방법을 찾으려고 시도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학생들은 그런 방법을 택했을 거예요. 그러나 그 사람들은 다른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어떤 시도가 가능할까요?
[학생20] 혹시 언어가 가진 형식과 내용에 대한 틀을 깨는 건가요?
[교수] 무엇이든, 학생이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말해 보세요. 아무 제한이 없습니다.
[학생20] 음, 만약에 언어가 가진 형식과 내용을 그대로 두지 않을 수 있다면, 형식 없이 내용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방금 들었습니다. 어차피 언어로 말을 하는 건, 의미를 주고받으려고 하는 거고, 그렇다면 음성 없이 의미만 주고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교수] 여러분, 일단 이 학생에게 박수 한번 보내 주세요. 탁월합니다. 이 순간 학생은 일론 머스크나 마크 저커버그처럼 생각한 거예요. 구체적인 방법을 따지기 이전에 그런 가능성 자체를 생각해 본다는 게 정말 중요하거든요. 사람들은 정해진 틀 안에서만 생각하기 쉬워요. 한 번쯤은 그렇게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게 필요합니다. 판 자체를 바꾸어 보는 거죠. 학생은 방금 그런 일을 직접 해 낸 거예요. 정말 대단합니다! 그럼, 이제 남은 문제는 어떻게 하면 의미를 직접 주고받을 수 있을까입니다. 혹시 학생 더 들려줄 말 있어요?
[학생20] 아니요. 좀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거 같아요.
[교수] 그래요. 방금 생각해 낸 건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발견입니다. 그럼, 혹시 다음 3조에서는 의견 말할 사람 없나요?
[학생21] 예, 저도 방금 이야기 듣고 생각난 게 있는데요. 언어의 의미는 머릿속에 있는 거고, 그렇다면 사람과 사람의 머릿속을 직접 이어주면 의미를 직접 전해 줄 수 있지 않을까요?
[교수] 놀랍습니다. 우리 수강생들의 미래가 정말 기대됩니다. 일단 박수 부탁드립니다. 그렇습니다. 그 사람들이 생각해 낸 것은, 간단히 말하면, 의미라고 하는 것은 머릿속의 뇌파다. 그런 전기 작용을 그대로 뽑아서 연결하면 의미를 직접 주고받을 수 있다. 그런 논리입니다. 그걸 이루기 위해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하나는 뇌 표면에 센서(sensor) 즉, 감지기를 심는 방법이 있고, 다른 하나는, 감지기를 뇌에 심는 대신 두피를 통해 간접적으로 뇌파를 읽어 내는 방법이 있습니다. 회사에 따라 세부적인 방식은 더 달라질 수 있겠지만, 대략 그 두 가지로 수렴된다고 합니다. 지금 열심히들 연구하고 있답니다. 어떤가요? 여러분들은 지금 세계적인 기업의 CEO들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생각을 직접 체험해 보았습니다. 아니, 직접 그런 생각을 스스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언어에 관한 아주 기본적인 지식을 가지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