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f _ 1부

장면 7

by 실마리

# 카이저 호프3



//야아, 그것 참 거창한데! 그런데 과학자들이 너무 앞서 가는 거 아냐? 감히 생명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는 말이야? 나는 가당치도 않은 말이라고 생각해. 아마도 연구비나 더 뜯어내자는 속셈이 아닐까? 황당무계하지만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더욱 막연하게 연구를 진행시키면 돈을 대 주는 쪽도 뭐라 시비를 걸기도 힘들겠지... 안 그래?

//야! 그건 너무 싸구려 논리야. 일단 더 들어보자. 좀 더 들어 보고 판단하자구.

//그래. 좀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어. 그렇지만 인공생명 프로젝트는 실제로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란다. 1986년에 미국에서 제1차 인공생명 학술대회가 열렸었지. 그때 거의 모든 사람이 지능만을 모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생명 자체를 모사하면 결과적으로 인공지능까지도 자연스럽게 획득할 수 있다는 쪽으로 입을 모았지. 그러고 보면 인공생명도 이제 40년이 훨씬 넘게 연구가 된 셈이네.


준호가 세었던 손가락을 펴며 맥주를 죽 들이켰다.


//어떻게 컴퓨터에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거지? 그리고 그때의 생명이라는 것이 과연 뭐야. 만일 컴퓨터가 생명이라는 것을 가지게 된다면 그것들을 우리 인간이나 고양이, 개와 마찬가지로 취급해 줘야 한다는 거니?


재석이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준호를 째려보았다.


//그렇다면 너는 생명의 본질이 뭐라고 생각하니? 뭐가 생명을 정의하는 데 가장 중요한 조건이냐 말이야.


준호가 정색을 하면서 재석이를 바라보았다.


//야, 그건 너무 큰 질문이야. 응... 야! 그 질문에 대해서 말이야, 나는... 음...

//저, 죄송한데요. 저희가 오늘은 이만 문을 닫아야 할 것 같습니다. 죄송하지만, ....


호프집 주인이 다가와 얼굴에 잔뜩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양해를 구했다.


//아, 예. 저희도 막 일어서려는 참이었습니다. 괜찮습니다. 얘들아! 어서 일어나자. 얼른 가방 들고.

//이런! 쯧쯧. 막 생명에 대한 나의 기막힌 탁견을 내놓으려는 찰나였는데. 아저씨가 나를 도와주지 않으시는군. 쯧.

//아저씨 덕분에 창피나 모면한 줄 알아!


소연이가 재석이의 귀를 잡고 일어섰다.


//얘는!

//죄송합니다. 단골손님들인데... 오늘 저희 집 할아버지 제사가 있거든요... 다음에 오시면 안주 하나는 꽁짜로 드리겠습니다.

//아이구, 괜찮습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친구들은 호프집 문 앞으로 나왔다. 겨울의 을씨년스러운 바람이 그들의 몸을 감싸 안았다. 벌써 시간은 9시 반을 넘기고 있었다.


//자! 그러면 2차 갈까? 닭발에 소주 한 잔 어때? 다들 괜찮지? 응? 오랜만이잖아!

//저어, 나는 그만 가 봐야 할 것 같애. 랩에서 호출이 왔어. 먼저 일어서려 했는데 마침 잘 됐다.


용재가 호출기를 꺼내들고 어설프게 변명을 하고 서 있었다.


//뭐야! 의리 없게시리. 뭐가 그리 바빠! 오랜만에 보는데. 짜식! 그리고 호출기는 다 뭐냐! 의대생도 아니고. 꼭 티를 내요.

//야, 너무 나무라지 마라. 어디 용재가 술자리에 잘 빠지는 애니? 됐다. 괜찮아. 얼른 가 봐. 네 얘기도 좀 듣고 싶었는데. 그래. 다음에 보자. 안녕!


정수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용재에게 손짓을 하였다.


//미안하다. 다음엔 내가 쏠게. 자, 그럼, 나 먼저 간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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