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세우고, 세상을 바라보다
시대정신이란 무엇일까. "한 시대의 문화적 소산에 공통되는 인간의 정신적 태도나 양식 또는 이념"이라고 합니다. 좀 더 쉽게 말하면, 그 시대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요구하는 어떤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시대정신이라는 것이 극적으로 표현되는 때는 사회의 경제적 구성이 변화하면서 새로운 시대정신이 등장할 때아닐까요.
로마제국의 팽창과 노예제 사회의 발달의 끝은 노예들의 이반, 생산력 저하 등으로 제국의 붕괴로 이어졌습니다. 그런 모순이 심화되던 시기, 새로운 시대정신은 '평등'입니다. 그리고 '평등' 사상을 종교로 승화한 그리스도교가 탄생했습니다.
동양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나라와 제후국의 긴장관계, 철기 사회로 진입하면서 높아진 생산력에 따른 삶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변화된 삶에 대한 새로운 시대정신이 생겨났고, 그에 대한 응답이 공자의 사상입니다. 공자의 사상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지만, 저는 '평화'라고 생각합니다.
제후국들의 전쟁이 빈번했던 춘추전국시대, 많은 사람들의 공통되는 정신적 태도나 이념은 평화를 바라고, 삶을 안정적으로 영위하는 것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공자의 <논어>가 치국을 기조로, 어떻게 잘 다스릴 것인지에 대한, 군자의 태도에 대해서 서술한 것 아닐까요. 그 목표는 단연 '평화' 일 것입니다.
시대정신을 반영한 사상과 철학은 시대를 풍미하게 됩니다. 그래서 철학을 하려면 먼저 시대정신을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시대의 사람들의 공통되는 정신적 태도나 이념은 한 가지로 규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구조적, 맥락적으로 살피면, 큰 흐름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말해, 철학 한다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면서, 구조적, 맥락적 고찰을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전체 세계를 대상으로 하면 위대한 철학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자신이 속한 작은 집단을 대상으로 하면, 현명하고 리더십 있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앞선 시대의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살피고, 그 시대정신에 대응한 사상과 철학이 무엇이었는지 살피는 것은 지금 우리 현실의 시대정신을 찾는 준비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시대정신을 따르지 못할 때,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사람이 됩니다. 그렇게 춘추전국시대의 많은 국가들은 스스로 무너져버렸습니다. 우리 역사 속에서도 시대정신을 역행하면서 수난을 당한 사례는 많이 있습니다. 명나라와 청나라가 교체되는 시기를 잘 알지 못하여 병자호란을 불러왔습니다. 청나라를 경시하면서 '소중화' 사상으로 성리학 외의 학술을 이단으로 몰아 '사상적 진공 상태'를 불러왔고, 그런 '사상적 진공 상태'에서 결국 조선을 망조로 이끌어 일제에 강점되었습니다.
우리 삶에서도 시대정신을 역행할 때 그 집단은 와해될 것입니다. 비즈니스적인 관점으로 보면 시장에서 호응을 받지 못하고 퇴출될 것이고, 정치적으로 본다면 대중들의 외면으로 도태될 것입니다. 집단의 리더로서 구성원들과 타깃이 되는 대상의 "정신적 태도나 양식, 이념"을 읽지 못하면, 사람들을 따르게 할 수 없게 됩니다. 그만큼 시대정신을 읽는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흔히 '판'을 읽을 줄 알고, '판'을 그릴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자기 상황에서 주변의 소재들을 대상으로 구조적, 맥락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판을 읽는 것이고, 그 소재들을 자신의 요구에 맞게 구조적, 맥락적으로 위치시키는 것이 '판'을 그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철학이 세계를 보는 입장과 태도라면, 당신은 당신 주변의 세계를 어떤 입장과 태도로 바라봅니까? 주어지는 대로 봅니까. 아니면 자기중심에서 새롭게 구성시켜나갑니까? 이는 스스로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문제로 이어집니다. 당신은 주인으로 살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