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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광진 Jan 13. 2019

15.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

상대에게 양보하는 자가 이기고, 남보다 낮추는 자가 결국 위에 오른다

삶에서 성공을 거두기란 쉽지 않습니다. 많은 고난과 시련을 헤쳐야 겨우 성공에 진입합니다. 그런데 그 성공에서 다시 물러서는 것은 더욱 쉽지 않습니다. 역사 속에서는 최정점의 자리에서 물러나지 못하여 화를 입은 위인들이 많습니다.


아무도 견제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때, 경쟁하는 상대가 없을 때, 홀로 권력을 독점하게 되었을 때 그들은 화를 불러옵니다. 스스로 불러오게 됩니다. 그래서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것이 인생의 이치입니다. 내가 스스로 내리막을 찾아 내려가지 않으면, 떠밀려 떨어지게 됩니다. 《주역》의 원리가 순환이라고  했습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것.


사마천이 지은 《사기》의 많은 위인들이 최고의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지 못해 화를 당했습니다. 먼저 진나라의 법제를 개혁해서  천하통일의 기초를 쌓은 상앙의 죽음입니다. 그는 타국 출신으로 뛰어난 능력을 보여 진나라 효공에게 등용되었습니다. 법가의  창시자답게 그는 진나라를 일대 개혁해서 부강하게 만들었습니다. 법질서를 확립하는 과정에서 태자가 부정을 저지르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이때 상앙은 가차 없이 처벌했습니다. 그렇게 진나라는 상하고하를 막론하고 법질서를 지키게 되니, 당연히 부국강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진효공이 죽고, 즉위한 태자가 호혜왕이었습니다. 그는 상앙을 잡아다가 거열형으로 죽였어버렸습니다.


여불위는 진시황이 왕에 즉위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도운 사람입니다. 왕위 계승 서열에서 한참 못 미치던 장양왕(진시황의 아버지)에게  재물과 정보를 주었습니다. 한마디로 수익률은 높지만, 리스크도 높은 상품에 투자한 것인데 상인 출신 여불위 답습니다. 어쨌든 그의 공작이 성공하여 장양왕은 왕에 즉위합니다. 즉위한 이후 여불위는 재상이 되어 군현제도를 확립하면서 내치를 안정시키고, 천하통일에  일조합니다. 그러나 그런 여불위는 장양왕의 아들, 진시황이 즉위한 이후 제거됩니다. 식객을 3,000명이나 두면서 진나라  안에서의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진시황은 통일전쟁 전에, 왕권 강화를 위해 여불위를 제거합니다.


이사는 여불위의 식객 출신이었지만, 진시황이 여불위를 제거하며서 동시에 등용합니다. 그리고 진나라의 재상이 되어 진나라가 천하통일을  이루는데 공을 세웁니다. 통일 이후에도 재상이 되어 진시황을 보좌합니다. 그러나 진시황 죽은 후 황위 계승을 둘러싸고 환관 조고의  농단에 넘어가 협조하게 됩니다. 이후 진시황 2세가 환관 조고에게 완전히 장악되자, 그의 의도에 따라 죽임을 당합니다.


한신은 유방의 천하통일에 가장 큰 공을 세운 무장입니다. 그는 초한지 전쟁 중에 혼자 독립했으면, 삼국 분열을 만들어냈을 만큼 막강한 군사력과 리더십을 갖춘 무장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유방을 배신하지 않고, 끝까지 싸워 유방으로의 천하통일을 세운 인물입니다.  그런 한신은 결국 통일 이후 모반을 꾀한다는 이유로 처벌받습니다. 유방은 한신을 죽이지는 않고, 왕에서 제후로 강등시켰습니다. 그러나 이후 유방의 진희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수도를 비운 사이, 여후와 소하의 계책에 속아 죽임을 당합니다. 왕보다 권력과 명망이 높으면 스스로 경계해야 합니다.


대신 최고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자신의 목숨을 보전한 위인들도 있습니다. 범려는 월나라 구천이 오나라에 복수할 수 있도록 도운  신하입니다. 월나라가 오나라에 대패하여 나라가 망할 위기에 들어서자, 무조건 항복하고 신하의 예를 갖추어 오나라를 속이는 계책으로  복수를 준비했던 신하가 범려입니다. 그렇게 7년이 걸려 결국 오나라를 대패하고, 춘추시대 패자의 지위에 월왕을 올려놓은 뒤 모든  것을 뒤로하고 월나라를 떠납니다. 그는 월왕 구천을 "한난은 함께할 수 있지만, 태평성세를 함께 나눌 사람은 아니"라고 하면서,  토사구팽(兎死拘烹)이라는 말을 남기고 떠납니다.


초한지의 한신과 같은 영웅 장량, 그도 처신을 잘하여 스스로를 보전했습니다. 그는 한나라 통일 이후 논공행상에서 유방이 3만 호의 땅을 주려 하지만, 받지 않습니다. 자그마한 땅을 하사받고 은거하여 몸을 숨깁니다. 유방과 함께 전하를 제패했던 영웅들이 한나라 건국 후  모두 제거되었지만, 장량은 목숨을 보전합니다. 후에 여후에 의해서 태자의 스승이 되어 다시 국정에 관여하기도 합니다.


 "우리 집안은 대대로 한나라의 재상이었다. 한나라가 멸망하고 원수를 갚고자 하였고 천하를 진동시켰다. 지금은 이 세 치 혀로 황제의 스승이 되었고, 만호의 봉읍을 받고 지위는 열후에 올랐으니 나는 이미 매우 만족한다. 이제는 세상사 모두 잊고 적송자의 뒤를 따라서 노닐고자 한다." 《사기》


초한지의 마지막 영웅 소하는 기지를 발휘하여 목숨을 보전합니다. 첫 번째는 유방이 항우와의 대결전을 벌이던 시기, 당시 유방은 항우에게 전패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소하가 관중 땅을 잘 다스려서, 보급이 끊이지 않게 하여 유방은 계속 재기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유방은 소하가 관중 땅에서 정치를 너무 잘하여 그를 의심했습니다. 이때 소하는 참모의 조언으로 자신의 식솔들 중 남자들을 모두 유방의 전장으로 내보내면서 의심을 거둡니다.


두 번째는 한나라 건국 후 유방이 역모를 다스리러 수도를 비웠을 때입니다. 이때도 유방은 소하를 의심하여 계속 사람을 보냈습니다. 이때도 소하는 참모의 조언을 받아, 일부러 백성들에게 고리대금을 하여 원성을 사고, 부를 축적했습니다. 유방이 난을 제압하고 수도로 들어온 뒤, 소하에 대한 탄원이 끊이지 않게 되자 그제야 의심을 거두었습니다. 소하는 스스로 물러서지는 않았지만, 위기의 순간 기지를 발휘하여 스스로를 보존할 수 있었습니다.


“작은 여우가 거의 물을 건너가다가 꼬리를 적시니 이로울 것이 없다." 《주역》의 64번째 마지막 괘인 화수미제


강을 다 건넜는데, 왜 마지막에 꼬리를 적실까요?《주역》의 원리를 순환이라고 했습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것입니다. 가장 완성된 괘, 높은 곳에 오른 것이 좋은 괘가  아닙니다. 왜냐면 내려갈 일만 남았기 때문입니다. 변방을 차지한 것이 득위의 자리이고, 중심을 차지한 것은 위태로운 자리입니다. 결국 겸손해야 함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삶의 순간에 성공했다고 느낄 때, 작은 성과에 만족하고 있을 때 우리는 더 긴장해야  합니다. 스스로 경계해야 합니다.


"공을 이루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도이다." 《노자》 <9장>

《노자》는 잘난 체 하거나 뽐내지 않아야 자아도취나 자기 기만에 빠지지 않는다고 경고합니다. 오히려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공을 빌어 다른 사람을 억압하지도 않기 때문에 사람이 그를 존중하고, 그 공로 또한 잊지 않게 됨을 하늘의 도라고 표현했습니다.


"자랑하지 않는 것이 자랑하는 것이고, 명리를 다투지 않는 것이 명리를 얻는 것이다. 상대에게 양보하는 자가 이기고, 남보다 낮추는 자가 결국 남 위에 오르게 된다. 군자가 다투는 길의 험난함을 마음 깊이 알아서 홀로 현묘한 길에 높이 오르면, 광채가 빛나고 날로 새로워져 덕성이 옛사람의 반열에 오를 것이다." 《인물지》 <석쟁>          


유소의 《인물지》의 결론은 겸양입니다.  



《사기》 《주역》 《인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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