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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광진 Jan 13. 2019

16. 욕망에 사로잡혀 앞을 못보다

《삼국지》의 뒷 이야기, 조상과 사마의의 대결

조조의 후손인 조예가 죽기 전에 조상과 사마의를 고명대신으로 발탁했습니다. 고명대신이란 왕이 어리니, 그들을 보좌해달라는 선왕의 유언으로 지목된 신하들입니다. 당연히 권력이 집중되는 것은 물론이고, 조정에서 명망이 두터워지게 됩니다. 그러나 사마의는 병을 핑계로 조정에 나가지 않고, 몸을 사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조상에게 권력이 집중되었습니다. 조상은 점점 안하무인 했으며, 부정부패를 일삼았습니다. 조상의 측근들이 횡포를 부리고, 전횡을 일삼으며 나라를 어지럽혀갔습니다.


조상, 사마의를 견제하다

그러나 조상은 내심 사마의가 거슬렸습니다. 같은 고명대신이고, 실력 있는 귀족이었기 때문에 그가 조정에 복귀하면 자신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 번은 자신의 심복을 시켜서 사마의를 살피러 보냈습니다. 그 심복은 병문안 형식으로 사마의를 찾아갔습니다. 이때 사마의는 치매에 걸린 연기를 하였는데, 죽을 먹다 흘리고, 동문서답하면서 그를 속였습니다. 이후 조상은 사마의가 얼마 안 있어 죽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더욱 전횡을 부렸습니다.


사마의의 역습

조상에 대한 민심은 점점 더 이반 되기 시작했습니다. 사마의는 때가 왔다고 생각하고 두 아들을 시켜서 은밀하게 모반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던 중 조상이 자신의 형제들과 황제를 모시고 조예의 왕릉에 참배하러 낙양을 비우게 되었습니다. 이때 심복들이 병권을 가진 형제들이 모두 낙양을 나가게 되면, 위험하다고 조언했으나, 조상은 무시했습니다. 천하에 누가 나에게 덤비겠냐면서 유유히 왕릉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조상이 낙양을 떠나자 사마의는 움직였습니다. 아들들과 함께 일사불란하게 모든 군령을 접수하고 낙양의 성문을 닫아버렸습니다.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일을 벌이자 단숨에 처리한 것입니다. 그리고 사마의 본인은 조정에 나가 황후의 명의로 조상의 모든 관직을 박탈시켰습니다.


조상은 소식을 접한 후 크게 놀랐습니다. 이때 환범이 낙양을 탈출하여 조상에게 달려갔습니다. 그는 조상에게 상황이 불리하지 않음을 설득했습니다. 황제를 모시고 있기 때문에 진을 치고 기다리면 제후들이 달려올 것이고 사마의를 고립시킬 수 있다는 계책을 내놓았습니다. 이는 자신의 조상인 조조가 했던 방법이기도 합니다.


"환범이 지략이 있긴 하나 조상의 수준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노둔한 말(조상을 비유함)이 마구간의 골에 연연할 뿐인 것처럼 그는 자신만 생각할 것입니다. 그는 원대한 계획이 없는지라 환범이 아무리 좋은 책략을 말해도 듣지 않을 것입니다." 《삼국지》


이렇듯 조상은 우유부단하며 결단하지 못했습니다. 사마의가 조상에게 황제를 잘 모시고 낙양으로 돌아오면, 목숨을 살려주겠다고 회유했기 때문입니다. 조상은 관직만 내려놓고 물러나서 고향에 가서 이제껏 쌓은 부를 가지고 노년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환법의 책략을 따르지 않고 낙양으로 투항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사마의는 조상의 삼족을 멸했습니다.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만 본다

조상은 자신의 주관적인 욕망에 사로잡혀 일을 그르쳤습니다. 자신은 실력이 없었으나 운이 좋아 분에 넘치는 권력을 쥐게 되자 자신밖에 안 보인 것입니다. 첫째로 조상은 사마의가 병을 위장했을 때 잘 살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사마의가 아파서 빨리 죽었으면 하는 자신의 주관적 욕망이 투영되어 잘 못 본 것입니다. 보고도 못 본 체 한 것일 수도 있고, 보려고 하지 않은 것도 있을 것입니다. 둘째는 관직은 박탈되어도 부를 누리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황제를 모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낙양으로 투항했습니다. 사마의가 살려줄 것이라고 믿고 싶었던 것입니다. 사마의가 빨리 죽었으면 하는 바람은 자신의 권력 독점의 욕망이 투영되었고, 사마의가 자신을 살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은 자신의 부를 더 누리고 싶은 욕망이 투영된 것입니다.


부와 권력에 취해서 자신을 잃은 형국입니다. 그러니 자신의 욕망의 노예가 되어 일을 그르친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도 작은 성취들에 취해 자신을 잃을 때가 많습니다. 주변과 정황을 잘 살펴 행동해야 하는데, 주관적 욕망에 사로잡히면 객관적으로 살피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렇게 잘못 인식할 때 잘못된 행동으로 귀결됩니다.


욕망에 사로잡히지 않기

부와 권력은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는 것이지 행복을 담보해주지 않습니다. 행복은 오히려 마음에 불편함이 없을 때 옵니다. 가진 것이 없어도 웃을 수 있는 힘은 부와 권력에 대한 초연함입니다. 없어서 초연한 게 아니라 있을 때를 대비해서 초연해야 합니다. 부와 권력이 철저하게 수단으로 인식될 뿐, 목적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 수단에 그칠 때 우리는 자신을 잃지 않을 수 있고, 초연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야 조상처럼 주관적인 욕망에 사로잡혀 자기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인식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입니다.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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