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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광진 Jan 13. 2019

17. 가짜, 사이비에 현혹되지 않기

말이 사실보다 지나치다

가짜  뉴스가 세상을 현혹합니다. 정보화 시대에 네트워크 방대하게 퍼져나가 있지만, 그만큼 비대면 접촉이 늘어났습니다. 중요한 정보들이  독점되어 있어, 인터넷에 퍼지는 가짜 뉴스의 진위를 판별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가짜, 사이비는 대중을 현혹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가짜, 사이비이기 때문에 말이 가볍고, 말이 쉬워서, 자극적인 문장들과 극단적인 구성으로 치우치기 때문입니다. 가짜  뉴스의 효과는 대중을 현혹하기 위함인데, 더 많은 대중을 현혹하기 위해서 더 자극적이고, 극단적이게 됩니다. 가짜, 사이비에 현혹되지 않으려면, 그것들을 분별해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인물지》에서 인재를 분류할 때 사이비를 판별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그것은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 사이비라는 것입니다. 《인물지》는 조괄의 고사를 인용합니다. 진나라와 조나라가 전쟁을 벌이던 도중에 장군 염파가 너무 잘 싸워서 진나라가 애를 먹었습니다. 그러자 진나라는 계책을 부려서 조나라에 소문을 냅니다. "사실은 염파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조괄이 두려운 것이다."


조괄은 조나라의  명장 조사의 아들입니다. 조괄은 병법에 능했으나, 글로만 배웠지 실전 경험이 전혀 없었습니다. 조나라 왕은 그 소문을 믿고,  염파를 불러들이고 조괄을 전쟁에 내봅니다. 이때, 조괄의 어머니가 왕에게 진언합니다.


"그 애의 아버지가 살아 있을 때 제게 여러 번 당부했사옵니다. 조괄은 전쟁을 아이들 장난으로 여기고 있으니 이는 상당히 위험한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 애를 대장군으로  삼았다가는 조나라를 망치기 십상이니 앞으로 임금님께서 그 애를 중용하지 않도록 잘 여쭈어 올리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러하오니 절대로 그 애를 대장군으로 세우지 말아주시기를 바라옵니다." 그러나 조나라 왕은 무시하고 조괄을 전장으로 내봅니다.


결국 조괄은 장평  전투에서 조나라 40만 대군이 몰살 당하고, 조나라도 망하게 이릅니다. 조괄이 병법에 능하고, 말을 잘하는 것은 남의 목숨을  가벼이 여겼기 때문에 말이 술술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주인공 마속은 제갈량이 아끼고 신임하던 부하였습니다. 마속 또한 병법에 능하고, 언변이 뛰어났습니다. 그는 제갈량이 남만의 맹획을 정벌할 때 계책을 올려서 제갈량의 신임을 얻습니다. 그러다 마속은 촉나라가 위나라를 공격하는 북벌전쟁에서 선봉을 맡게  됩니다. 그러나 제갈량의 명령에 따르지 않고, 자신이 익힌 병법으로 독자적으로 행동하다가 위나라의 장합에게 대패했습니다. 결국  제갈량은 심혈을 기울인 북벌전쟁을 포기하고 회군하게 됩니다. 유비는 죽음을 앞두고 "마속은 말이 사실보다 지나치니 중용하지 말라. 차라리 조운을 쓰라."라고 경고했었습니다.


또 다른 유형의 사이비가 있습니다.


 "시세에 영합하면서도 겉으로만 점잖고 성실한 듯이 행동하여 순박한 마을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 사람은 바로 덕을 해치는 사람이다." 《논어》 <양화>


공자는 이런 사람을 '향원'이라고 불렀습니다. 두루두루 잘 지내고, 적이 없는 사람, 마을의 순박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런 사람은 사실 비판을 두려워하는 심약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 저 사람 다 잘해줍니다. 감상적인 이상주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입장과 정견이 분명치 않고, 이랬다가 저랬다가 합니다. 갈등을 원천봉쇄하는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진정한 교감을 할 수 없습니다. 어느 쪽이든 자신의 진짜 마음이 그렇지 않으니까요. 덕을 해친다는 것은, 그 사람이  덕을 이루지 않음에도 명망을 가져, 마을 사람들 모두가 덕을 찾지 않게 되지 때문입니다. 덕을 이루려면 입장과 정견이 분명해야 하고, 덕에 미치지 못하는 행동들에 대해서 비판도 하고, 갈등도 있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 서로 교감하고, 교화되어 모두가 덕을 실천하려 하는 과정이 되는 것입니다.


책임감이 없어 말이 쉽게 나오는 사람, 시세에 영합하여 적을 두지 않고, 좋은 게 좋은 것으로 인정받는 사람. 이런 부류의 사람을 가짜라고 합니다. 역사에서 봤을 때, 이런 가짜들을 분별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했습니다. 가짜들이 여론을 형성하면, 그것이 정치가 바로 서는데 악영향을 끼치지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조는 공자의 후손인 공융을 죽였습니다. 공융은 공자의 후손입니다. 당연히 명망이 높았고, 사람들이 많이 따랐습니다. 공융이 한마디를 하면 그 자체로 여론이 형성되었습니다. 그러나 공융은 조정 밖에서 여론을 형성했습니다. 이는 조조가 확립하려는 공적 기능을 저해시켰습니다.


공융이 그 시스템에 들어와서 여론을 형성하고, 시스템을 운영한다면 발전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밖에서 여론을 형성하면 시스템 자체가 무력화될 것입니다. 조조는 난세의 간웅으로 나라를 바로 세우는 과정에서 떠들어대기만 하는 여론을 잠재운 것입니다.


진시황의 분서갱유(焚書坑儒)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이비를 걸러서, 진짜를 가려내는 과정이었습니다. 진나라 통일 전 여러 나라로 쪼개지면서 사상과 학문이 여러  갈래로 흩어졌습니다. 이는 백가쟁명이라 불리며 사상의 발전을 꾀하기도 했지만, 이것이 민간으로 흩어져서 서로 난잡하게 전승되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분서는 민간에 흩어진 가짜들을 솎아내는 과정이었습니다. 갱유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진시황의 불로장생에 대한 관심을 이용해 한건 해보려는 도사들이 도성에 수백 명이 몰려들었습니다. 이들이 퍼트리는 말과 풍속이 어지럽히게 되자, 그들을 생매장한 것입니다.


 "옛사람들은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데, 이는 행동이 따르지 못할 것을 부끄러워 했기 때문이다." 《논어》 <리인>               


현장에  있지 않고 말을 하는 것은 쉽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근거하지 말들은 자극적이고, 극단에 치우쳐서 사람을 현혹시키기 쉽습니다. 그런 여론이 대중을 현혹하면, 현장의 책임자들은 곤란해집니다. 말로 하는 것과 사람 간의 관계에서 무언가를 이루는 것은 천지차이기 때문입니다.



《논어》《인물지》《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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