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
따라 하기에 익숙한
우리는 누군가 만들어놓은 길을 따라가는 것에 익숙하다. 그게 안정적이다. 이미 앞서가는 사람이 시행착오를 겪었으니까, 나는 발자국만 따라서 길을 가면 되니, 당연히 편하지 않겠나. 우리 시대에 교육이라는 것은 매뉴얼이 있고, 정답이 있다. 왜 그러한지에 대한 질문은 잘 허용되지 않는다. 사물에 대한 의심, 그 원리에 대한 의문에 대해서 질문해도, "왜 그런 질문을.."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 그래서 우리는 어려서부터 튀지 않게, 질문 없이, 빠르게 적응하는 것을 몸소 배워왔다.
우리나라가 여기까지 발전해온 것, 그것은 '따라 하기'의 극한이었다. 우리는 다 따라 했다. 철강, 조선, 자동차, 반도체까지.. 그냥 따라 하기만 한 것은 아니고, 효율의 극대화로, 아주 영리하게 따라 했다. 그래서 지금의 우리나라가 있다.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는, 국민소득 3,000만 달러에 달하는 경제강국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적응만 해서는 새로운 것이 창조가 안된다.
시대가 변화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가 온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 AI, 디지털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지금까지 해온 '따라 하기'가 앞으로 올 미래에 먹히지 않을 것임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신자유주의, 경쟁과 효율, 우리가 믿어왔던 신념과 가치는 현실에서 여지없이 산산조각 났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이후 세계경제 위기에서 우리나라는 무기력했다. 세월호 이후 더 이상 경쟁과 효율만으로는 삶이 유지될 수 없음을 우리 모두 깨달았다.
구글의 철학, 10x
미래는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과 같은 혁신기업들이 선도하는 시대, 디지털 시대, 창조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구글의 철학은 '10x'라 한다. 경쟁사를 따라잡는 것, 경쟁사보다 좀 더 나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모든 것에서 10배 더 뛰어난 것을 만들겠다는 포부와 배짱이다. 구글의 창업자 페이지는 "사람들은 야심적인 아이디어를 현실화하지 못해도 완전히 실패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진정한 실수란 대담하지 못한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기존의 것을 따라 하기에 익숙한 우리가 듣기에는 좀 생소하다. 대담한 선택은 어떻게 가능할까.
그들은 '제1원리'에서 시작해서 '10x'의 철학으로 세상을 그려나간다.
그들은 제1원리라는 물리학적인 개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다른 모든 추정을 걷어내고, 근본적인 추정 및 상태, 아주 근본적인 원리만 남겨두고 모든 거품을 제거해서 다시 생각한다.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모두 해체시켜 모든 것을 의심하고 뜯어보는 것이다. 철학의 속성, 그 시작이 기존의 것을 의심하고 해체하는 것이니, 이들은 철학자다. 디지털 시대에 중심에 있는 구글의 엔지니어가 철학자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렇다 지금 시대는 철학을 필요로 하고 있다.
우리도 한때 인문학 열풍이 불었다. 우리는 분명히 무엇인가 잘못되었음을 감지했고, 새로운 시대정신과 철학에 대한 모색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철학조차 따라 하려고만 했을 뿐, 스스로 생각하지 못했다. 스스로 사고할 때, 기존의 것을 의심하고 해체할 수 있다. 기존의 모든 관념을 해체시키고, 그 뼈대만 남겨두면,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 이것을 '제1원리'라 한다. '제1원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 전제다.
세상을 어떻게 넓게 바라볼 수 있을까
사람은 철학의 깊이만큼 세상을 본다. 당장 나의 삶에 급급하면 내 주변의 것만 보인다. 그래서 한걸음 물러서서 객관화시키고, 좀 더 둘러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맥락과 구조가 보인다. 전체 맥락이 어떻게 흐르는지, 우리를 둘러싼 구조가 어떠한지에 대한 자기 나름의 이해, 이것이 철학적 사고다. 그렇게 모든 거품을 걷어내고, 핵심을 바라볼 때, 우리도 '제1원리'에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철학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결정한다.
사람은 이성을 가진 동물이다. 이성을 가짐으로써 동물과 다르다. 이성의 가장 위대한 작용은 목적의식에 있다. 현실에 있지 않은 것을 목표로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목적에 맞춘다. 그렇게 해서 현실에 있지 않은 것을 창조한다. 그런 목적의식으로 우리 인류의 삶은 여기까지 온 것 아닌가.
결국 한걸음 물러서서, 모든 포장들과 거품을 걷어내서 핵심을 바라보는 것,
그 핵심에서부터 목적의식을 분명히 하는 것,
그렇게 철학적인 사고를 가지는 것,
대담한 선택을 하며, 실패 속에서 답을 찾아나가는 그런 태도가 필요하다.
지금 시대는 철학을 모색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남의 철학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철학을 정립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