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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광진 Jan 13. 2019

02. 상대방을 헤아리는 것의 어려움

나를 내려놓고, 서(恕)

삶의 주인이 나일 때, 그 자신감이 넘칠 때 우리가 쉽게 빠지는 오류가 있습니다. 그것은 자기 주관이 강해져서, 그것으로 타인을 규정하려는 오류입니다. 그럴 때 인간관계가 많이 틀어지기도 합니다. 이해되지 않을 때,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입니다. 《인물지》 <체별>에는 의미심장한 문장이 있습니다.


"서(恕)를 통해서 훈련하여 상대의 마음을 헤아린다 해도 자신의 치우친 관점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못 헤아리기 쉽다. 즉, 성실한 사람은 타인도 자신처럼 성실할 것이라 추정하여 교활한 사람을 성실할 것이라 생각하고, 교활한 사람은 자신의 교활함으로 상대를 추정하여 성실한 사람조차 교활한 사람으로 생각하게 된다." 《인물지》 <체별> 中


서(恕)는 공자의 사상을 두 글자로 압축할 때 충(忠)과 서(恕)로 표현된다고 《논어》에 나오는 그 서(恕)입니다. 상대방을 헤아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상대방을 헤아릴 때 그 상대가 우리와 같을 것이라는 자기 프레임을 벗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 나와 전혀 다른 타인의 강점을 보지 못하고, 나에게 없는 좋은 점을 수용할 여지조차 없게 됩니다.


《노자》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 '대기면성'(大器免成)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대기면성은 큰 그릇은 특정한 모습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자신의 주관이 강할수록, 이념이나 신념이 높을수록 그 사람은 경박하게 됩니다. 《노자》는 경계와 대립 면을 품으라고 주문합니다. 그럴 때 중후해질 수 있다고 합니다. 나의 주관의 주도권을 약화시킬 때 비로소 내가 있게 된다는 것, 그것이 유의(有爲)가 지배하는 것이 아닌 무위(無爲)의 경지인 것입니다.


자기 주관에 갇힌 상태가 아닌 유연함. 자기 주관에 지배당하는 피동이 아닌 능동.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자신을 도외시하는 그 무위(無爲), 이를 통해 무불위(無佛爲)에 도달해야, 변화무쌍한 현실에 조응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사회적 관계를 무수히 맺고 있는 우리들이 상대방에 대해서 유연하게 열린 자세를 갖는 것, 자기 주관으로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상대의 그 자체를 받아들이려는 우리의 노력에 그 관계는 질적으로 발전하고, 서로에게 행복해질 것입니다.



《인물지》,《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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