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로 일이관지一以貫之 하다
이석기 의원님 책을 단숨에 읽었다. 글은 쉬운데, 여운이 길게 남는 책이다. 그동안 복잡하게 얽혀있던 문제들에 대해서 명쾌하게 해설하신다. 한 번 읽고 나서 내가 온전하게 정리할 수 없겠지만, 두세 번 곱씹어 보기 위해서, 내가 이해한 만큼 글을 남기고자 한다.
책을 읽으면서 이석기 의원님이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다. 나는 크게 3가지 질문을 찾았는데, 첫째는 '자기 스스로의 힘을 믿는가?' 둘째는 '철저히 현실에 기반해서 사고하는가?' 셋째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원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첫째, 자기 스스로의 힘을 믿는가?
이전에 이석기 의원님이 한겨레 인터뷰에서 '감옥 안에 있지만,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온전한 자유'를 언급했던 부분이 특히 기억에 남았다. 나는 과연 상황과 조건으로부터 자유로운가는 질문을 하게 된다.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는 자유 그 자체가 아니라, 자유가 가능한 힘, 자기 자신의 힘을 믿는가에 대한 태도의 문제를 말씀하시는 것으로 느꼈다.
나의 힘을 믿어야, 힘을 발휘해서, 상황과 조건을 타개하고 온전한 자유로 나아갈 것 아닌가? 그러자면 나의 스스로의 힘을 믿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옳다. 책 속에서는 곳곳에서 자신의 힘을 믿어야 한다고 격려하신다. 자신의 힘을 믿어야, 다른 것에 기대지 않고, 상황과 조건에 눌리지 않고 하고자 하는 바를 이루려고 할 것이다. 이것이 자주성, 자주적인 입장과 태도일 것이다. 특히 뒷부분에서는 민중 세력화를 말씀하시면서도 민중 자신이 힘을 가지려면 스스로의 힘을 믿어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나의 힘을 믿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것을 확장해 대중이 자신의 힘을 믿고, 밀고 나가는 사회 변화까지 하나의 원리로 말씀하신 부분은 꼭 새겨들어야겠다.
둘째, 철저히 현실에 기반해서 사고하는가?
한반도 정세를 언급하는 내용에서는 철저하게 현실에 기반해서 이야기를 풀어가신다. 이 또한 철저히 자신의 힘을 믿기 때문에 다른 '착시'를 걷어내고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착시'는 기존의 이데올로기들이다. '한미 동맹', '반북적 사고' 등 우리한테 익숙한 이데올로기에 기대어 사고하면 볼 수 없는 '현실'을, 자신의 힘을 믿기 때문에, 이데올로기에 기대지 않고 '현실'을 볼 수 있는 것 아닐까. 의원님이 하나하나 지적하는 '현실'은 우리가 '착시'라고 느끼는 많은 질문들을 근본에서 흔든다. 특히 동맹은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외교안보적인 개념이라고 짚으시면서, 단순히 외교안보적 측면에서 한국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말씀하신다. 그리고 트럼프의 고립주의를 언급하면서, 분업화된 경제시스템, 세계화로 인해 냉전 당시의 배타적 영역이 사라져버린 현실을 말씀하신다. 통일비용에 대해서, 추산된 근거가 북한 인프라 개발이라는 점을 지적하시면서, 이런 건 보통 '투자'라고 부르지, '비용'이라 부르지 않는다는 언급은 단순한 '사실'들을 상기시키면서 '착시'를 걷어낸다.
셋째, 사회를 변화시키는 원리가 무엇인가?
마지막으로 사회 변화의 원리로 민중들의 조직된 힘을 말씀하신다. 특히 한국 사회의 발전의 계기를 불평등이 완화되었던 두 번의 역사적 시기를 언급하셨다. 한 번은 해방 직후 토지개혁, 두 번째는 87년 노동자 대투쟁이다. 특히 87년 노동자 대투쟁을 언급하신 부분이 인상 깊었다. 요 근래 불평등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해방 직후 토지개혁에 대한 연구는 많이 봤어도, 87년 노동자 대투쟁을 연결 지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토지개혁은 내 땅을 갖겠다는 민중들의 열망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고, 87년 노동자 대투쟁은 전태일 열사 이후 노동자들이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고자 하는 열망과 투쟁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석기 의원님은 그 민중들의 분출을 만들어낸 운동가들에 대해서도 언급하셨다.
자산이든, 소득이든 독점된 것을 분배했을 때 불평등이 완화되고 사회가 발전한다는 단순한 원리를 해방 직후와 87년 노동자 대투쟁 사례로 쉽게 설명해 주셨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에서 가장 빛을 발한 것은 평등한 공적 의료체계였다는 점, 자산재분배의 목표는 소유가 확산되는 자산의 분산이 아니라, 소유에 도전하는 분배여야 한다는 점, 능력주의가 타락한 원인으로 세습과 독점에 대해서 지적한 점, 임대료 받는 건물주를 소작농에 비유한 설명은 평소 연결 지어 생각해 보지 못한 부분들을 이어주었다. 평등이라는 어찌 보면 선험적 가치에 대해서 현실의 풍부한 이야기를 연결 지어서 설명하는 것은 곱씹어 보게 된다.
이러한 과제를 위해서 민중의 세력화가 중요하며, 민중들이 스스로의 힘을 믿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 노동조합을 비롯한 대중 단체 활동들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다. 가장 원칙적이고,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민중들이 스스로 조직되는 것을 말씀하신 부분은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내가 누군인지에 대해 다시금 성찰하게 된다.
논어 위령공 편을 보면, 공자가 제자인 자공과의 문답에서 "너는 내가 많은 것을 배워서 그것들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냐? 아니다. 나는 하나의 이치로 모든 것을 꿰뚫고 있다."라는 구절이 있다. 논어에는 일이관지一以貫之라고 쓰여있다. 하나로 꿰뚫는다는 뜻이다. 이석기 의원님 책을 보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자주'의 이치로 꿰뚫어져 있다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정말 쉽게 읽히는데, 쉬운 글이 더 쓰기 어렵다. 의원님이 우리들에게 소중한 선물을 주셨다. 내 삶에서 이석기 의원님을 만나서, 운동을 배우고, 이 길을 나설 수 있게 된 것에 다시금 감사드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