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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러치타임 Aug 31. 2021

그 중에 제일은 '신분'이니라

21세기 교회 '골품제도'

옛날 옛날 충만이는 전도사가 되어 가’족’같은 교회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충만이는 잔혹한 첫 출근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어요.


   충만이는 곰곰히 생각에 잠겨요. 전도사는 원래 그런 것인가, 이 바닥은 원래 이런가? 생각해보면 대학원을 다닐 때, 여러 전도사 친구들을 본 것 같아요. 큰 교회에 다니는 친구, 중간 정도 교회에 다니는 친구, 그리고 가’족’같은 교회에 다니는 친구. 아 참. 가’족’같은 교회는 작고 크고는 상관 없어요. 교회에 어떤 빌런이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요.


   한 친구는 넋두리 하듯 말해요. ‘야, 옆 교육 부서(유아부, 유치부, 초등부)에 피바람이 불었대, 담당 목사 전도사할 것 없이 다 려나갔대.’ 충만이는 귀를 의심했어요. 피바람이라니요. 르다니요, 교회가 무슨 ‘사람이 먼저라고 해놓고 신입들 다 른 대기업’ 이라도 되나요? 구조조정을 하게?  심지어 요새는 ‘인턴’전도사도 있어요. 그게 뭐냐고요? 밖에서 신나게 경력 쌓고 시다바리하는 그런 ㅈ같은 직업이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게 맞아요.


   어디서 그렇게 못된 것만 배워오는지 모르겠어요. 눈길을 돌리자, 다른 친구는 하소연을 해요. 어제는 찬양인도를 정시에 시작했는데 혼났대요. 성도님들이 많이 안왔는데 니 맘대로 시작했다고요. 참.. 유두리 없는 친구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그걸 ‘2인칭 단수’를 써가며 훈계한 목사양반도 참…거시기해요..


   한 친구는 또 한숨을 쉬어요. 어제 식권을 잘랐대요. 기가 막혔어요. 아니 전도사가 왜 식권을 자르나요? 무슨 식당 직원인가요? 그 교회는 식당 직원 쓸 돈도 없나봐요. (어마어마하게 큰 교회였어요.)


   그러자 가만히 듣던 큰 형님 전도사가 한마디 했어요. ‘니들은 원래 안되는기라.’ ‘읭? 이건 또 무슨 신박한 사운드인가요.' 충만이는 귀를 기울여요.


   큰형님 전도사는 부처님같은 자애로운 표정으로 말해요. ‘아야(경상도 사투리: 얘들아)~ 니 여기도 신분이 있다. 그거 아나?’


   큰 형님 전도사는 아야(애들)전도사의 벙찐 표정을 뒤로 하고 계속 말을 이어가요. ‘봐래이~ 신라시대처럼 이기도(여기도) 신분이 있데이~ 먼저 1) 성골 : 신학교, 신대원 그리고 큰교회 목사님 아들’ 2) 진골: 신학교, 신대원, 메이저(큰) 교회 전도사 3) 육두품 : 일반대, 교음대(목회음악과) ! 자! 니들은 어데고?’


   충만이와 친구들이 외친 정답은 3번이었어요. 육.두.품. 목사님 아들도 아니요, 신학교- 신대원도 아니요, 시고르 잡종이에요. 이건 뭐, 그냥 똘마니로 부름 받았나봐요. 그래서 식권도 자르고 그랬나봐요.


   ‘충만전도사!’ 누가 부르네요. 목사양반이에요. 앗! 교회 사무실에서 멍 때리는데, 갑자기 목사양반이 불렀어요. 부르시니 가야죠. 육두품 전도사가 뭘 하겠어요. 오늘은 무슨 신박한 이야기를 할까요. 아직 ‘전도의 도사’의 충격도 가시지 않았는데 충만이는 어정쩡한 표정으로 목사 양반에게로 향해요. ‘이런 육두품!’ 을 외치며, 꼰대양반의 표정을 살펴요. 그래도 식권은 안자르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육두품 전도사 충만이는 잘 해낼 수 있을까요? 오늘의 동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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