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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러치타임 Aug 17. 2021

1. 누구도 서점에서 해보지 않은 그것

<당신이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 #첫 번째

나는 교보 문고에 간다. 물론 책을 사기 위해서이다. 내가 찾아본 책이 어떤 내용인지, 과연 살만한 것인지 보기 위해서다.      


   나는 교보문고에 간다. 분위기가 좋고 고급스러운 환경이 좋다. 나는 주로 내 ‘일’을 보러 교보문고에 간다. 오늘은 내 ‘일’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남의 ‘일’을 보기로 하였다. ‘남을 관찰하는 것’이었다.     


   도대체 다른 사람들은 어떤 책들을 보러 오는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또 직원들은 무슨 일을 하는지, 그 속에는 무슨 대화를 하는 것일까? 단 한 번도 궁금하지 않았다. 오늘은 관심을 가져보기로 한다.   

 

   먼저 중고등학생들은 다이어리 속지를 본다.  나이가 20대 후반에서 30대쯤 되어 보이는 여성은 자격증 교재 코너에 있다. 한 중년의 아주머니는 심리학 책을 하나 가지고 부동산 투자 책을 보고 계신다. 또 나이 지긋하신 노부부께서는 농업기술 책을 보고 계신다.      


   교보문고에는 이처럼 사람이 녹아있다. 또 옆의 문구코너에는 겨울왕국 엽서와 스티커를 사는 여성분이 있다. 아마 집에 아이들을 위해서 나오셨나 보다. 왠지 친근감이 든다. 겨울왕국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아이 둘이 우리 집에 있기 때문이다.      


   모두들 자신이 찾는 책에 몰두할 때, 멀리서 밝은 기운이 몰려왔다. 커플이었다. 그들은 무엇이 관심이 있을까? 그들은 요리분야로 간다. 책이 재미있어서 즐거운 것 같지는 않고, 그냥 서로가 즐거워 보인다. 또 한 커플은 토익책을 보고 있었는데, 한국인- 외국인 커플이었다. 그들은 영어로 대화했다. 대화를 엿들을까 하다가 영어가 튀어나와서 다른 서가로 이동하기로 한다.      


   그에 반해 긴장의 기운이 느껴지는 그룹이 있었다. 직원들이다. 쉴 새 없이 책을 분류하고 정리하고 선반을 닦는다. 들어온 책의 현황표를 가지고 열심히 체크한다. 그들도 사람이다. 남직원과 여직원이 웃으며 대화한다. 아르바이트생과 여직원이었다. 핑크빛 기류는 아니고 함께 새로운 환경을 알아가나 보다. 설렘이 느껴졌다.      


   교보문고의 대부분의 책은 에세이나 학습교재였다. 특히 학습교재가 꽂혀있는 서가에서는 힘 있고 격동적인 클래식이 나왔다. “힘내서 공부해!라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렇게 1시간 반 동안 교보문고를 쉴 새 없이 관찰하였다. 아니 그곳에 있는 사람들과 환경을 관찰하였다. 나의 일만 보려고 오갔던 장소인데, 목적을 바꿔 남의 ‘일’을 보니 새로웠다.      


   잘 입고 다녀야겠다. 잘 가지 않았던 서가에도 계속 가보아야겠다. 익숙한 서가만 가지 말아야겠다. 내‘일’만 보는 익숙함에서 이제 벗어나야겠다.

     

   남을 본다는 것은 참 쉽지 않다. 작가 이외수 선생의 아들이 무한경쟁 시대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계속 뛰어야 한다고 하니 이런 말을 했다. ‘뛰지 말고 너도 심판 보면 되지 않겠니?’     


   선수는 나의 일만 본다. 심판은 경기를 본다. 나는 심판이 되고 싶다. 아니 ‘관중’이 되고 싶다. 승패로 인생이 결정되지 않는 사람, 그러나 승패를 즐기는 사람. 그런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 ‘일’만 보며 옆도 뒤도 안 보고 뛰지 않고, 주변도 살피며 삶도 즐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내‘일’만 보며 사는 이에게 ‘내일’(tomorrow)은 전쟁터일 뿐이다. 남의 ‘일’을 돌아보는 이에게 ‘내일’(tomorrow)은 안식처이다. 나도 우리도 좀 더 따뜻한 내일을 맞았으면 좋겠다. ‘내일’ 교보문고에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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