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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러치타임 Aug 17. 2021

2. 한 번도내 손으로 집지 않았던 그 것

<당신이한 번도해보지 않은 일>#두 번째

아이들의 시선은 직관적이다. 그러면서도 울림을 준다. 그리고 지극히 일상적인 것을 재료 삼아 영감을 준다.      


   이 책은 경북 봉화 분교 어린이들 1학년부터 6학년들의 시이다. 동시는 짧고 간결하다. ‘파를 많이 뽑았는데도 파가 많이 남아 파 부자’라고 하며, 주제는 봄인데 사과나무가 소똥을 먹는다고 표현한다. 1학년 아이들의 시이다.      


   동시에도 가정환경이 반영된다. 다문화가정이 이야기는 특별하다. 베트남으로 어머니가 가게 되어 아버지가 집안일을 하신다. 너무 잘해서 '엄마의 영혼이 아빠에게 들어갔나 보다'는 표현도 있다. 4학년쯤 되면 해리포터의 영혼이 임하나보다.

      

   동시는 현실을 반영한다. 가정의 갈등 역시 직관적으로 그린다. 집에서 드럼만 치고 있는 삼촌, 그걸 못마땅히 여기는 할머니“야 이놈아 드럼만 치지 말고 장가나 빨리 가.” 삼촌은 밴드의 멤버이다. 할머니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삼촌의 드럼 소리도 커진다.라고 표현한다. 갈등 상황을 흥미롭게 표현한다.     


   동시는 철학적이다. 집으로 오는 길에 개구리 시체를 발견하고 다음날에는 뱀의 시체를 발견한다. 그의 하굣길은 '동물의 무덤과 같다'고 표현한다. 6학년 아이의 시이다. 일상에서 경험한 것들을 절대 빼놓지 않고 잘 관찰한다.

      

   동시는 현실적이다. 계란빵을 파는 집인데, 잘 팔리는 날에는 계란을 못 먹고, 안 팔리는 날에는 계란을 많이 먹는단다. 심지어 계란찜, 계란말이, 계란 프라이까지. 그러나 아이는 입에 들어가는 계란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맛있는 계란 덜 먹어도 좋으니 아빠가 계란을 많이 팔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또 단소가 잘 안 불어 지니 여러 단소를 불어 보아 자신의 입이 불량이라는 결론을 단 3 문장으로 표현한다.     

 

   동시에는 희로애락이 담겨있다. 삶이 담겨있다. 그들의 시선은 꽤나 깊은 통찰을 준다. 내가 세상을 보는 시선을 돌아보게 한다. 의외로 깊다. 지나치게 추상적이지도, 지나치게 현실적이지도 않다. 판타지 같지 않지만 희망을 주며, 직관적이지만 따뜻함을 준다. 단 한 번도 내 돈으로 사서 읽어본 적 없는 ‘동시’이지만, 아이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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