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13일
무려 1년 전의 이야기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몽골은 핫한 나라이기에..!
약 6박 7일간의 고비&테를지 여행기를 담아봅니다.
때는 내가 몽골에서 열심히 인턴생활을 하고 있을 무렵, 고등학교 친구들과 고비사막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20살 때부터 매달 2만 원씩 모아둔 모임통장 돈으로 대학교 졸업여행을 가려고 했었고, 후보군 중에는 항상 몽골이 껴있었다. 자연, 청춘 등의 수식어가 우리의 추구미와 겹쳤다고 해야 할까.
마침, 내가 4월~9월까지 몽골에서 해외인턴생활을 하고 있어 친구들만 한국에서 오게 되었다. 새벽 4시? 정도에 여행사에서 나를 데리러 와 잠을 거의 못 잤지만, 잠시 회사일을 접어두고 일주일간 멀리 떠난다는 사실만으로 설렜었다.
더욱이 칭기즈칸 공항에서 고향 친구들을 맞이하는 기분은 꽤 묘했다. 쌈짓돈 모아가며 떡볶이집이나 가던 우리가 언제 이렇게 커서 나라를 오갈 정도가 되었을까. 공항에서 친구들을 맞이하는 행위자체만으로 다 큰 어른이 된 것만 같았다. 가이드님과 환영문구가 담긴 플랜카드를 직접 만들어서 들고 있는데 랜딩 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는 그들... (입국 수속하는데 꽤 시간이 걸리는 듯했다.) 갑자기 5명이 캐리어를 끌고, 우르르 등장하는데 감동적이긴 보다 그냥 얼굴 보니 웃겼다. 참, 이런 게 고향 친구들이 아닌가 싶다.
공항을 나서니, 8월임에도 불구하고 쌀쌀했다. 그래도 한국보다 시원해서 좋다는 친구들. (24년도 한국 여름이 그렇게 더웠다고 하는데, 어휴 나는 이제 한국 못 가겠다...)
짐을 다 실은 후, 스타렉스에 탑승해 가이드(슈레 언니), 운전사 분(민데 아하)과 인사를 나누며 여행을 시작했다!
한참을 달려 중간에 방문한 노민마트. 노민은 몽골의 대표적인 슈퍼마켓 브랜드인데 입지가 상당히 높다. 거의 독과점 느낌. 여하튼 가격도 저렴하고, 영토가 넓은 몽골 내에서 유통도 잘하는 편인 것 같다. 오늘 밤에 먹을 저녁거리, 간식 등을 구매해 다시 출발.
한참을 자고 일어나서 덩그러니 놓인 식당에 도착했다. 오늘의 점심은 딱 몽골식 양고기와 밥, 샐러드. 이미 몽골생활하며 익숙해진 나는 허겁지겁 먹는데 친구들은 입에 맞지 않았는지 몇 숟가락 먹더니 수저를 내려놓았다. 양 특유의 잡내가 쉽지 않긴 하다.
그리고, 식당 바로 옆에 너무 덩그러니 놓인 화장실... 중요한 부분만 가림막 설치해 놓은 이것이 몽골 바이브 되시겠다. 무엇을 기대하던 기대이하의 청결과 인프라이니 마음 단단히 먹고 오십쇼.
다시 한참을 달려(약 7시간 달린 듯하다) 도착한 오늘의 목적지: 차강소브라
몽골어로 하얀 절벽이라고 불린다. 절벽으로 이루어진 곳이니 편한 신발을 신는 게 좋음.
절벽 너머로 보이는 끝없이 펼쳐지는 언덕의 경관에 가슴이 뻥 뚫렸다. 처음 보는 종류의 자연이었다.
절벽을 조심조심 내려오면, 퇴적층이 선명히 보이는 절벽들을 볼 수 있다. 다시 자연에 압도되었다.
가이드 언니가 맞은편에서 찍어준 멋진 구도의 단체 사진. 몇십 년 후에 다시 이 사진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요런 아치형의 작은 동굴에서도 찍고,
언덕 중간에 왜 있는지 모를 쉼터에서도 찍었다.
가이드 언니가 너무 열심히 찍어주셔서 참 감사했다. 우리처럼 여자 일행만 있으면 인센티브 따로 줘야...
그래서 아이스크림 사드렸다. 몽골어로 아이스크림은 제르막이라고 한다. 보통 이렇게 흰 우유맛 나는 콘 아이스크림을 많이 맛볼 수 있다.
첫날 일정을 다 소화하고, 일찍이 숙소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유목민 게르만 골랐는데, (청춘이니까) 지나고 보니 첫째 날 숙소가 제일 좋았던 거 같기도 하다. 이날만 3인 씩 2개의 게르에 배정받았다.
잠시 낮잠 때리다가 판초를 입은 감성 사진 찍기도 하고,
뉘엿뉘엿 지는 예쁜 노을과 끝없이 펼쳐지는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대망의 저녁. 노민에서 산 센구르(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몽골 맥주 원탑)을 게르 밖에 미리 내놓았다. 그런다고 맥주가 확 시원해 지진 않았지만... 가이드 언니가 열심히 맹들어주신 갈비찜과 김치찌개를 흡입하고 오랜만에 걸스토크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어느덧 1년이 지났지만, 사진을 보니 왜인지 1달밖에 안 된 것 같은 생생한 기분. 그간의 1년 동안 취업하랴, 정착하랴 정신이 없었지만, 꾸준히 기록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때론 사진을 보아도 기억나지 않은 이야기들이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