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14일
여행에서 첫 게르 조식은 간단한 빵과 계란.
덜컹거리는 스타렉스에서 하루 온종일 버티려면 잘 먹어둬야 한다.
몽골에 오는 많은 사람들(특히 젊은)이 동행을 구해서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서로 사진을 찍어줄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그래서인지 판초 같은 망토나 드레스코드를 같이 맞추는 편이다.
우리 역시 여행 가기 전부터 설렘을 가지고, 매일매일의 드레스코드를 정했다. 둘째 날에는 욜링암 트레킹이 예정되어 있어 편한 복장(바지류)과 운동화를 꼭 신어야 했다. 그래서 결정한 '한사랑 산악회 어머니룩'.
누가 제일 어머니처럼 입었는지 어머님들께 투표를 붙였건만, 결과는 예상외로 젊게 입는 친구가 1등을 했다. 요즘 4,50대 어머니들 생각보다 젊게 입으신다!
어머님이 아니라 아버님 같다는 피드백을 받았던 나의 룩... 회사에서 받은 저 낚시 조끼 때문에 그런 거 같다.
욜링암 가는 길에 한식집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 몽식에 익숙하지 않았던 친구들이 허겁지겁 열심히 먹는 모습을 보고 역시 우리에겐 한식이 최고구나 싶었다.
달리고 달리다 보니 울란바토르에서 확실히 많이 멀어졌다.
둘째 날의 숙소는 침대 6개가 한 게르에 있었다. 게르 문 쪽에 가까워질수록 신분이 낮은 것을 의미하기에 최대한 안쪽(왕, 왕비 자리)을 사수해야 한다.(바람의 영향을 제일 적게 받음)
오늘의 하이라이트이자 하나밖에 없는 일정: 욜링암 승마 트레킹!
갑작스럽게 비가 와서 어떻게 하나 싶었는데 다행히 우리가 탈 때쯤에는 비가 그쳤다.
자 들어가 보자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큰 말이 아닌 조랑말보다 약간 큰 말이기도 하고, 현지분들이 옆에서 잡아주기 때문에 무섭지는 않다. 그런데 말마다 성향차이가 있어서 가끔 말 안 듣는 말이 걸리면 컨트롤하기 힘들다.
가이드 언니가 따라와 주면서 계속 사진을 찍어주신 덕분에 예쁜 사진을 많이 남길 수 있었다. 많은 국가를 여행했지만, 진짜 몽골 가이드 = 극한직업.
14살짜리 아이가 말 두 마리를 끌어주는 여기는 몽골..(그 상황이 웃기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들었던)
드디어 욜링암 중심지 도착.
욜링암은 여름에도 얼음이 녹지 않은 계곡인데 최근 지구 온난화 때문에 얼음이 녹아 폭포가 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물이 많이 내렸던 터라 안쪽까지 가려면 말에서 내려서 물을 건너야 했다. 그것까진 무리인 거 같아서 여기서 다시 돌아가기로 하였다.
하늘이 맑게 개여서 기분이 상쾌. 다시 돌아갈 때는 백마를 탔는데 이 친구... 주의력이 ADHD 수준이라 계속 이상한 곳으로 가려고 했다.
이 친구다.
갈 때는 승마가 꽤 익숙해져서 현지인 없이 혼자 고비를 땅기며 갈 수 있었다. 왼쪽으로 가고 싶으면 왼쪽 줄을, 오른쪽으로 가고 싶으면 오른쪽 줄을 당기면 된다. 현지인 분들도 가는 중간에 사진이랑 영상을 많이 남겨주셨다!
이렇게 어머님들 승마 체험도 끝!
비하인드로 현지분들이 가이드 언니한테 우리 보고 일부러 맞춰 입은 거냐고 물어봤다고. 젊은 아가씨들이 나이 들게 입으니까 이상하게 생각하셨던 것 같다. 약간은 부끄러웠지만, 우리끼리 즐거웠으면 된 거다.
스타렉스가 있는 곳까지 걸어서 가는 중 지나가는 용달차 히치하이킹에 성공하여 1시간 30분 걸리는 거리를 40분? 만에 도착했다. 예측 못하는 날 것의 재미가 몽골 여행의 묘미이다.
저녁은 가이드 언니가 만들어준 토마토 파스타과 미역국 되시겠다. 사진 찍어주느라 하루 종일 우리 케어하고도 저녁을 만드는 언니는 철인일까?
몽골 여행 시 함께 여행하는 동행자들과 드레스 코드를 정해보자. 멋진 광경보다 더 기억에 남았던 건 서로가 준비한 옷을 보며 웃고 떠들던 순간들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