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15일
몽골 남부 여행의 하이라이트: 고비 사막
이 어마어마한 자연경관을 보기 위해 먼 길을 달려왔다. 드디어 고비 사막에 가는 날이다!
이날도 역시 꼬박 반나절을 스타렉스로 이동해야 하는 일정이었기에 중간에 화장실 겸 coffe shop을 들렸다.
이곳에서는 고비사막에 진입하기 전 거의 마지막 휴게소 같은 곳이라 전 세계에서 온 많은 여행객들이 모여있었다. '외국인'이라는 한글이 적힌 모자를 쓰고 있는 호주인도 있을 정도.(무맥락) 여하튼 시간 되면 오후에 고비에서 보자는 말만 남기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 채...) 고비를 향해 다시 출발했다.
어느 순간부터 내리기 시작하는 비. 처음에는 뭐 그치겠거니와 별 신경 안 쓰고, 늘 그랬듯이 덜컹거리는 스타렉스에 몸을 맡기며 선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데 가던 중 스타렉스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길래 무슨 일이 났나 싶었고, 우리 차 역시 멈춰 서게 되었다. 알고 보니 단시간에 비가 갑자기 많이 내려 강이 생긴 거였다. 물살이 세서 스타렉스들이 건너기 어려웠고, 일부 스타렉스는 고비로 넘어가는 다른 길을 찾아 우회했다.
일단 비가 그칠 수도 있으니 기다려보자는 선택을 하고, 약 1시간 동안 스타렉스에서 기다렸다. 계속 차 안에 있으니까 몸이 찌뿌둥해져서 친구들이랑 다 같이 나와 댄스파티를 열었다. 이런 극한의 상황에 불만을 갖지 않고 오히려 즐기는 태도. 긍정 마인드가 청춘 아니겠는가.
결국 기다리다 우리 차 역시 우회해서 다른 길을 찾으려 했지만, 어딜 가도 물살이 너무 세 보였다. 민데 아하(투어 운전사)께서 직접 발 걷고 강을 건너며 수심을 확인했을 정도. 마치 극한직업에 나오는 한 장면 같았다...
한 3시간이 지났을까. 비가 그치기 시작했고, 다행히 사막의 건조기후 덕분? 에 강이 점점 마르기 시작했다. 때마침 우리 투어사에서 추가 차량을 지원해 주었고, 추가 차량이 앞장서서 남겨주는 바퀴자국을 따라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다른 여행사 차량도 하나둘씩 고비로 이동하기 시작.
사막에 홍수가 났다는 말은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결코 일어날 수 없는 비유적 표현인 줄 알았건만, 실제로 볼 줄이야. 당시 인턴십에서 기후위기와 관련된 기관에서 일하고 있었던 터라 그 심각성을 몸소 체험했었다. 내가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풍경에 웃프기도 했지만, 특별한 순간을 경험한 거라 생각하니 앞으로도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 것 같다! (가이드 언니 말에 따르면 이제껏 가이드하면서 처음 겪는 일이라고 함, 이날은 24년 8월 중 가장 많은 비가 내렸던 날로 울란바토르에도 엄청나게 비가 왔다고 함)
이것도 추억이겠다 중간에 내려서 매드맥스 오토바이도 보고, 사진도 남기기.
오늘의 숙소를 향해 마지막으로 달리는 중에 슬그머니 보이는 모래 언덕. 어느새 해가 나서 언덕의 명암대비가 선명해졌다.
그렇게 예상치 못하게 오후가 아닌 저녁에 도착해 버린 오늘의 게르. 다행히 날이 비가 그쳤다.
조난당하느라 쫄쫄 굶어서 7시가 넘어서 먹은 점심(라면)과 2시간 있다 먹은 저녁(닭볶음탕). 어떻게 먹나 싶었는데 폭식했다. 뜻하지 않은 홍수 이슈로 오후 사막 일정(낙타 타기)이 취소되어서 너무 아쉬웠지만, 그래도 낼 아침에 새벽 일찍 사막을 오르기로 결정하고, 얼른 잠을 청하였다. 그런데 고난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으니...!
제목은 절망편이라고 썼지만, 함께 동행한 고등학교 친구들의 긍정 마인드 덕분에 꽤 즐거웠다. 더욱이 지나고 나서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보니 우리가 엄청난 경험을 했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역시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 몽골 여행에서 장시간 동행인들과 붙어있으니, 누구와 함께하냐가 정말 중요하다! 그러니 잘 모르는 타인과 동행할 경우, 미리 성격이나 가치관을 파악하고 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예민한 분들은 몽골 여행에 대해 다시 한번 신중히 검토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