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17일
어느덧 남부여행이 끝이 다가왔다.
오늘의 일정은 어제 조난당하느라 못 간 바양작을 가는 것. 다소 단순한 일정이었지만, 그 와중에 꽤 많은 사건? 들이 있었다.
바양작 입구에 덜렁 놓여있는 간판 하나.
바양작은 붉은 사암 절벽 지역이며, 공룡알 화석이 발견되었던 만큼 고고학적으로 유명한 명소라고 한다. 앞서 갔던 차강소브라에 비해 확실히 붉은 톤이 짙다. 마치 화성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영화 듄의 한 장면이 생각나기도 했다. 절벽 지역을 오르내리는 데는 꼭 안전을 유의할 것.
오늘도 어김없이 열일하는 중인 낙타 15마리. 이곳의 랜드마크인가 보다.
간단히 사진을 찍고, 일정상 바로 오늘의 베이스캠프를 향해 이동했다.
한참을 달려 점심을 먹기 위해 잠시 들른 바양작 근처의 작은 소도시. 며칠간 끝없이 펼쳐진 평야만 보다가 오랜만에 도시를 보니 어쩐지 반가웠다.
이곳에서 우리는 '허르헉'이라는 몽골 전통 요리를 먹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양갈비찜 같은 맛이다. 꼭 양이 아니더라도 소고기로도 만들 수 있지만, 주로 양을 이용해 만든다. 몽골에 5개월 살면서 허르헉 요리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산채로 요리하기 때문에 비위상 안 보는 게 좋다는 말을 들은 적은 있던 터였다. 이미 양잡내에 익숙해진 나는 그런대로 맛있게 먹었건만, 친구들은 먹기 꽤 힘들어했다. (참고로 몽골은 해산물보다 고기 위주의 식단이기 때문에 비건이나 수산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버거울 수 있음!)
점심식사 후, 가이드 언니가 잘 못 먹는 우리가 안타까웠는지 식당 근처에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바로 옆 셴(몽골 인기 브랜드) 가판대 근처 cu에 미리 들려 간식거리를 사고 나왔는데...!
가판대 앞에 카메라와 사람들이 서있었다. 갑작스럽게 친구가 '0000이다'를 외쳐서 쳐다보니 유명 유튜버와 그의 친구(역시 유명)가 아이스크림을 들고 영상을 찍고 있었다. 몽골의 그 넓은 대륙에 한국인이라곤 거의 우리밖에 없었던 자그마한 소도시에 유명 유튜버를 마주쳤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했다. 세상은 넓은 듯 좁다. 뒤에서 우리 아이스크림을 사주기 위해 기다렸던 가이드 언니는 이 사실을 모를 수밖에. 이후로 나온 그분의 유튜브 영상에서 우리들은 잘 블러처리되었다. (저도 해드렸습니다...) 우리는 고비를 지나서 다시 울란바토르로 돌아가는 길이었고, 저분들은 고비로 향하는 길에 교차해서 마주쳤다고 한다. 여하튼 맛있는 셴을 한입 하고, 다시 달렸다.
가는 길에는 요렇게 큰 쌍무지개(내 인생 살면서 가장 컸던)도 운이 좋게 보기도 하였다. 0.5배로 줌을 댕겨야 한 프레임에 다 담기는 크기 이때 소원 많이 빌었어야 했는데~
북쪽으로 계속 달리다 보니 확실히 남부보다 풀과 돌들이 무성해지기 시작했다. 아마 이곳이 스텝지역이겠지.
여전히 노을 질 때 풍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경이롭다. 일출보다는 일몰의 하늘이 더 예쁜 거 같아.
돌 절벽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저 양 떼들. 양은 원래 초원에만 있지 않나...? 왜 저기 위태롭게 서있는 건지 직접 물어보고 싶다.
그렇게 꼬박 하루를 달려 도착한 남부여행 마지막 게르 되시겠다. 게르촌 밖에서는 작은 클럽이 열렸는데, 처음에는 우리를 위한 이벤트가 했더니, 알고 보니 근처 초등학교 45주년 동창회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때를 놓칠세라 캠프파이어의 감성으로 밖에서 삼겹살을 구워서 먹었다. 오랜만에 먹는 한식의 아찔한 맛. 어쩔 수 없나 봐. 난 한국인이야.
라이브 밴드가 연주도 해주고, 신청곡을 제출하면 틀어주기도 했다. (누가 강남스타일 신청했는데 몽골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듯했다.)
마시멜로우 구워 먹는 게 또 묘미 아니겠는가. 살짝 태운 부분이 젤 맛있다.
비록 여행 중 게르팅을 하진 못했지만, 남부여행 마지막 밤을 이색적인 현지 파티에 참가할 수 있어 인상 깊었다. 이동에서 이동으로 끝나는 단순한 일정이었지만, 사이사이 예상치 못한 이벤트가 많아서 즐거웠다고... 그래서 이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들에게 몽골여행이 단순히 자연경관만 보는 여행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모든 여행이 그렇듯 그저 보기(see) 보다 감정을 느끼기(feel)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