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에서 문득 나의 무심함을 발견할 때
어느 집이건 욕실 벽에 수건걸이가 있을 것이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욕실 한쪽 벽에 지지대가 부착되어 있고 그 지지대에 'ㄷ'자 모양의 스텐 봉이 고정되어 있었다.
그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수건걸이에 걸려있는 수건을 빼려고 잡아당겼다. 수건이 잡아당겨짐과 동시에 수건걸이 스텐 봉 한쪽이 지지대에서 빠져나와 비스듬히 아래로 처졌다. 순간 난 당황했고, 어떻게 지지대에 끼워져 있었던 건지, 접착제를 사용한 건 아닌지 이리저리 살펴보았지만 알 수 없었다. 겉으로 보기엔 못이나 그 어떤 타공을 사용하지도 않은 것 같았다. 임시방편으로 'ㄷ'자 스텐 봉 한쪽을 지지대에 끼워 넣었지만 수건을 잡아당길 때마다 스텐 봉이 자꾸 빠졌다.
'관리사무소에 연락하면 직접 수리해 주려나? 아니면, 업체 연락처를 알려주려나? 내가 이 집에 이사 온 지가 육 년이 가까이 되는 것 같은데 그 정도면 수건걸이가 빠질 세월인가? 낙숫물이 바위도 뚫는다더니 세월 앞에선 장사 없구나.' 지지대에서 빠져버린 스텐 봉을 볼 때마다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수리할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몇 달이 흘렀다. 욕실에 들어갈 때마다 매번 ‘관리사무소에 연락해 봐야지, 생각했지만 욕실을 나오면 그만이었다.
어느 휴일 아침, 욕실 청소를 마친 후 나의 시선은 수건걸이에 머물렀다. 자세히 살펴보았고, 보이지 않는 부분은 이리저리 만져보았다. 'ㄷ'자 스텐 봉 아랫부분이 육안으로 확인을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어서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무언가 만져졌다. 아주 작은 나사가 박혀있는 것 같았는데 수건걸이 양쪽 지지대와 'ㄷ'자 스텐봉을 고정하는 나사일 것 같았다. 오른쪽으로 수건을 잡아당기는 것이 반복되다 보니 수건걸이 오른쪽과 지지대를 연결하고 있던 나사가 헐거워진 것이 아닐까. 그래서 이 수건걸이가 지지대에서 빠진 걸까. 이리저리 추측해 보았지만 알 수없었다.
공구 서랍에서 작은 드라이버를 꺼냈다. 밑져야 본전이지, 하는 심정으로 'ㄷ'자 스텐봉을 지지대에 끼우고 아래 뭔가 튀어나온 곳에 드라이버를 돌려보았다. 몇 번 돌리지도 않았는데 수건걸이에 지지대가 단단히 고정되었다. 헛웃음이 나왔다. 한 번이라도 이렇게 시도해 보았으면 되었을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지난 몇 달을 방치한 나의 행동이 스스로 생각해봐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내가 이렇게 매사에 무심한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게 욕실 수건걸이를 수리하고 나니 별안간 자신감에 차서 집 안에 내가 손을 볼 것이 더 없는지 둘러보았다. 구입한 지 일 년 넘었지만, 아직 물걸레 기능을 시험해 보지 않은 무선 청소기가 눈에 띄었다. 무선청소기로 청소는 하지만, 물걸레 기능은 매뉴얼이 이해되지 않아서 그동안 사용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었다. 더 이상 살림에 무심해지지 않으려면 가까운 시일 내에 무선 청소기의 물걸레 기능도 시험해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가까운 시일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