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ny Choi 메덴코 Oct 17. 2018

2년 차 마케터가 되기까지

#마케팅/ 1. 나도 모르게 나를 브랜딩 하다.

어느덧 회사 주식회사 마이쿤 - 스푼 라디오에 입사한 지 1년이 지나 2년 차 마케터가 되었다.


2017년 9월 나는 처음으로 '회사'라는 곳에 가게 되었다. 결코 한국에서 정착하지 않겠다고 했던 내가 더 이상 프리랜서가 아닌 강사가 아닌 '디지털 마케터'로서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했다.


2017년 8월, 이왕 회사에 다닐 거면 즐겁게 좋아하는 회사에 가고 싶었다. 그리고 터무니없는 생각을 했다.



"회사만 사람을 뽑나? 나는 내가 뽑을 거야. 내가 가고 싶은 회사"



배부른 소리 같지만, 회사만 사람을 뽑는다는 사고는 난 지금도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회사에 다닐 나도 선택권이 분명 있어야 한다. 즐겁게,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곳인지를 대략적으로라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선택했을 뿐이다.

그리고 이력서를 넣었던 곳 들 중 정말 마음에 들었던 4곳에서의 기회가 왔었다.


그중 하나가 '스푼 라디오'라는 서비스를 하는 주식회사 마이쿤이었다.





"왜? 왜 하필 거기야? 왜 하필 스타트업이야?"



일단 나는 그전부터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이유인즉슨 덴마크 그리고 스페인에서 외식 스타트업을 경영 중인 언니, 오빠를 알게 되고 그들을 보고 배우고 함께하며 스타트업에 매력에 빠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다 된 밥에 숟가락 얹기가 싫었다'. 나는 애초 아주 오래전부터 안정적이게 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래서 굳이 한국에 온다면 회사를 다니게 된다면 나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곳에 있고 싶었다. 내가 서브가 아닌 내가 주도할 수 있는 환경에 있고 싶었다. 단지 하나의 부품이 되긴 죽어도 싫었다.


또 다른 이유로는, 나는 내가 다니게 될 회사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었다. 내가 행복할 수 있는 회사에 가고 싶었다. 그게 1년이 되던 2년이 되던 10년이 되던 내가 얼마나 한 회사에 다닐진 몰라도 제대로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그런 회사에 가고 싶었다. 어떤 스토리가 담겨있는지, 대표는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지 알고 가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회사를 다닌다는 건 내겐 사실 끔찍한 악몽이었기에, 무서웠다. 흔히 듣는 직장 생활 이야기를 겪을까 봐, 내가 버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사실 많았다. 그리고 공고를 보았을 때 굉장히 흥미로운 회사라고 생각했다.




1. 나랑 비슷한 점이 굉장히 많았다



이전에 서비스를 실패하고도 다시 일어났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한국사회에서 찾아보기 드문 곳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고작 20대라지만 그동안 나만의 실패를 거듭하고 또 거듭했기에, 그리고 그 실패가 늘 한국사회에선 낙오자로만 여겨졌던지라 늘 오뚝이 같이 일어서는 질긴 나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2. 퇴사율 0%의 회사



이런 회사가 정말 있을까 싶었다. 회사가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멤버들이 모두 함께 해오고 있다는 점이 너무나도 신기했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얼마나 끈끈한 걸까? 꼭 붙고 싶었다. 이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었다.



그렇게 궁금증을 안고 모든 기사를 찾아본 후

이곳은 나와 맞는 곳이라고 짐작했고, 확신이 든 후 지원을 했다. 그리고 2017년 8월 나는 면접을 보러 갔다. 밤새 준비한 PPT를 들고서.






마이쿤에 입사하고 싶습니다.



나의 첫 페이지는 회사 로고와 함께 '마이쿤에 입사하고 싶습니다'라고 적혀있었고, 그 아래 이 이미지를 넣었다. 원래 하단에 있는 그림이 원본이다.




"당신이 듣고 싶은 모든 이야기"



원본



저 문구를 '당신이 잡아야 할 인재 최빛나의 이야기'라고 바꿔서 프린트를 했다. 지금 생각하면 저때 나도 모르게 나 스스로를 브랜딩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스스로를 '잡아야 할 인재'라고 지칭했고 궁금증을 사게끔 했던 것 같다. 나라는 브랜드를 읽혀달라고 아무리 소리치는 거보다 눈에 띄는 하나의 카피가 조금 더 임팩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면접에서 구구절절 나에 삶에 대해, 내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알려줄 순 없으니까..



사실 그 당시 나는 마케팅의 '마' 자도 몰랐고, 디자이너 출신은 더더욱이 아니고 미적 감각은 1도 아니, 0도 없었다. 그래서 그 당시 만들었던 PPT를 다시 보니.. 나 스스로에게 놀랍다. (미적 센스가 정말 없었다.. 심각했다) 다행히 그런 외적인 것이 아닌, 내적 내용과 준비성을 보고 나를 판단해주신 이사님 덕분에 지금 나는 이 회사의 일원이 되었다.



1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번 PPT 안을 살펴보니 이런 내용들이 있었다.



1. 왜 스타트업에 지원했는가?

2. 왜 마이쿤이어야 하는가?

3. 왜 마케팅 부서에 지원했는가?

4. 왜 '나'와 함께 일 해야 하는가?



등에 대한 질문과 자체적인 답변을 써 놓았고, 그 후에는 회사에 대한 이해도를 적어두었다. 회사의 탄생, 이력, 신념과 목표 그리고 원칙. 기사를 하나하나 찾아보고 읽어보고 적어보았다.



그리고, 직접 어플을 면접 전 며칠간 사용 후 나름대로 분석(?)도 해서 갔다.



유저가 되어 스푼을 사용하다.




이런 식으로 대략 10장은 족히 넘는 PPT를 만들어가 발표를 했다. 그리고 왠지 느낌이 좋았달까.. 이유는..면접관이셨던 이사님이 단 하나의 질문도 하지 않으셨다는 점(?)이었다. 궁금해하실 점들을 이미 다 내가 말해버려서가 아니었던 걸까 싶다. 그렇게 나는 스푼 라디오에 첫 여자 마케터가 되었다.


여담으로, 이사님께서 내게 매 번 면접 때마다 이렇게 준비해 갔냐고 여쭤보셨는데, 단 한 번도 그런 적은 없었다. 그 정도로 공 들일만큼 마음에 드는 회사가 없었나 보다.


끝으로, 마케팅의 '마'자도 모르던 내가, 디지털 마케터가 되어 2년 차 마케터로서 살아가는 모습을 공개적으로 공유하게 된 계기는 요즘 '브랜딩'에 관심과 필요성을 느끼며 찾아보고 생각하던 중, 내가 나 스스로를 먼저 브랜딩 했던 기억이 떠올라 아니 기억이라기 보단 이제야 깨닫고 나니, 신기하기도 하고 나 자신의 브랜딩 자체가 모든 것에 발판이 되지 않을까 싶어 나의 스토리를 공개하기로 했다. 마케터는 정말 누구라도 될 수 있다. 마케터 전공이 아닐지라도, '마'자도 모를지 언정.


조금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아직도 미숙하고 부족한 2년 차 초짜 마케터의 여정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 달 동안 인스타그램을 쉬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