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ny Choi 메덴코 Mar 08. 2020

브랜드 러쉬(Lush)가 코로나19를 대응하는 법

이 시국에 가장 눈에 띄는 마케팅(브랜딩) 전략이 아닐 수 없다.

마케터로 근무하기 전에는 사람을 관찰하는 걸 좋아했다. 누군가를 파악하고, 그 사람의 성향을 잘 꽤 뚫어보고 취향을 파악하는 것에 대한 능력이라면 능력이 있었다. 그러던 내가 마케터가 되면서 사물과 다른 것들에 대한 관찰력을 기르게 되었다. 습관적으로 모든 메시지를 읽는 버릇이 생겼고, 분석을 하곤 했다. (정량적인 것에 분석 능력보다 정성적인 분석과 능력에 대한 흥미도가 높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여행 중 내가 가는 모든 거리 그리고 내가 방문한 레스토랑 및 메뉴를 남들보다 유난히 바라보고 사진을 찍는다. 방문한 카페는 어떤 콘셉트이며, 무엇이 독특하고 인상적이었는지 가격은 적당했는지 메뉴는 몇 가지로 구성해있는지. 왜 모든 지하철역에 똑같은 여성 모델이 구비되어있는지그리곤 그 모델이 대체 누군지 찾아본다거나 등등. 



아무래도 예전엔 카피(Copy)까지 담당해보아서 그런지 지나가던 메시지를 보고도 깊은 뜻을 누추해보려고도 한다.


오늘 마침 한국에 돌아온 지 거의 2주 만에 외출을 하면서 본 메시지가 나의 발걸음을 사로잡았다.



손을 씻고 싶을 때
언제든 매장을 들러주세요.
Come in and wash your hands for free



누군가는 이 메시지를 보며 아무렇지 않게 지나갈 수도 있겠지만, 나는 지나치지 못했다. 그리고 사진 한 장을 찍고 나도 모르게 매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사실 나는 러쉬 제품을 살면서 딱 한번 써보았다. 선물 받았던 프로덕트 이외에, 행사상품으로 받은 비누는 부모님 집에 둔적도 있는데 그 정도로 러쉬 또는 bath 제품에 흥미가 없기에 러쉬 매장을 살면서 가 본 적이 없었다. 그런 내가 러쉬 메시지로 인하여 자연스레 매장 안에 들어가 러쉬 제품으로 손을 씻고 있었고 자연스레 향을 맡고 매장까지 둘러보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나는 살면서 처음으로 내 돈을 주고 러쉬 제품을 구매했다.


그저 손을 닦고 나가기 미안해서가 아니라, 내가 손을 닦은 비누 향이 좋아서가 아니라 이 기업의 이 심플한 듯 보이는 하지만 절대 심플하지 않은 마케팅 전략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브랜드 호감'이 바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마케터로서 또는 카피라이터로서 나는 저 한 줄이 얼마나 단순하지 않은지를 알기 때문이었을까? 뻔해 보이지만 결코 뻔하지 않은 저 메시지와 접목성에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사실 러쉬 코리아가 의도하지 않은 마케팅 전략일 수 있지만) 너무나도 멋지다고 생각했다.


러쉬가 얼마 전 대구에 비누를 기부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이미 러쉬가 착한 기업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잘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러쉬 제품을 쓰지 않는데도 이미 브랜드 자체는 나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었고, 긍정적인 인식은 늘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내게 크게 구매력을 주진 못했던 그 러쉬가! 저 캠페인(?) 착한 대응으로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나의 구매 전환 경로를 살펴보면,  퍼널은 이랬다.



'러쉬'가 적중한 마케팅 퍼널



1) 강남역을 지나가다 메시지를 발견


2) 코로나 바이러스로 손 씻기를 자주해야 한다는 생각에 매장에 입장


3) 러쉬 프로덕트로 손을 씻는 행위(경험)를 하게 됨


- 이 과정에 향을 맡게 되고, 매장을 보게 되며, 착한 대응을 하는 이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 상승.

(그저 손을 씻고 나갈 수도 있었지만, 나갔다 하더라도 이미 러쉬에 대한 브랜드 호감 상승했을 것)


4) 이전에 사려고 했던 각질 제거제가 생각나, Body제품이 아닌 Face제품이 있는지 문의를 하게 됨


5) 제품을 추천받고, 이 제품에 관하여 인터넷으로 후기를 찾아보게 됨


6) 나의 경우 브랜드 Stickiness 및 loyalty 가 약한 사람으로서, 이왕이면 이런 착한 대응을 하고 있는 러쉬의 제품을 한 번 써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제품 '구매'


7) 주변인들에게 이 메시지를 공유 및 추천


8) 같은 제품이 아니더라도, 이미 각인된 이미지로 인하여 추후 다른 제품 구매 의욕이 생김.



이렇게 나에겐 리텐션까지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오직 러쉬 매장에 쓰여있는 메시지 한 문장 때문에 말이다. 물론 저걸보고 그냥 지나쳐가는 잠재고객이 훨씬 더 높겠지만, 나에겐 적중한 그런 마케팅 전략이자 브랜딩이었다. 사실 저 한 문장 "손을 씻고 싶을 때 언제든 매장을 들러주세요"에서 '언제든'이라는 단어가 빠졌더라면 조금 덜 감동(?)했을 것 같단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단어 배열 교체 및 문장 자체도 수정도 해보았다.



"언제든 손을 씻고 싶을 때 매장을 들러주세요"

"손을 씻고 싶을 때 매장을 들러주세요"

"손 닦고 가셔도 됩니다"

"무료로 손 닦으실 수 있습니다"

"손 닦고 가세요"

"코로나 예방을 위해 손을 씻고 가세요"



등등, 뭐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개인적으로 코로나 방지 확산을 위하여 손을 닦으라는 말이 언급되지 않은 것이 마음에 들었다. 보통 다른 사인들을 보면 크게 코로나 19에 대한 공포심을 더더욱 심어주는 것 같단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리고 다른 매장이나 캠페인을 보면 그 브랜드 자체를 강조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서, "XX는 코로나 확산 방지 및 예방을 위하여 손소독제를 무료로 나눠드리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들이 종종 보이는데, 러쉬는 깔끔하게 한 문장으로, 브랜딩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두 번째로, 러쉬는 영국이 본사라고 알고는 있었지만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로도 적어놓았다는 점에 세심함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매장들도 같은지는 모르겠지만, 강남은 외국인들도 많고 관광객을 배려해서였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고 다만 영문으로 된 카피는 크게 와 닿지는 않았다. 같은 말이지만 이렇게 말이 '아'다르고 '어'다르다. 억양이 다르게 느껴졌다. 한국인이라 그런지, 저 '언제든'이라는 말이 따뜻하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원래 매장 내외로 러쉬 제품에 대한 체험을 해볼 수 있도록 되어있던 것을 지나가다 몇 번 본 적은 있었는데 코로나 19 사태가 진정된다 하더라도, 저 메시지로 캠페인을 진행하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손은 원래 자주 씻어줘야 하는 게 맞으니까.



이 시국에 가장 어쩌면 가장 맞는 프로덕트이자, 가장 적절한 전략과 메시지를 보여준 것 같은 '러쉬'

그리고 어쩌면 주관적인 마케터의 관점에서, 직업병처럼 바라본 카피 한 장이 불러온 나. 나에겐 또 다른 영감이었고, 심플한 것이 곧 창의력이란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참신한 것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

카피가 얼마나 사람의 마음에 적중할 수 있는지 알게 된 하루였다.




러쉬 코리아 기부 관련 기사:

https://www.news1.kr/articles/?3853833


매거진의 이전글 페이스북 마케팅 성공사례: 스푼 라디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