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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Choi 메덴코 May 06. 2020

실패해보라고 말하는 대표와 일한다는 건

입사이래 처음 CEO와 면담을 했다.

짜장면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 고민이 되면 일단 한입씩 다 먹어보고 제일 맛있는 걸 먹으면 되는 거지.


얼마 전 입사이래 처음으로 CEO에게 1:1 면담을 요청했다. 보통 면담은 팀 리드 또는 그룹 리드와 하는데 그날은 너무 머리가 복잡해서 큰 맘먹고 용기 내어 그에게 시간을 내어달라고 했다.


나의 대화 시작 멘트가 우스꽝스러웠다.


"저 퇴사하는 거 아니고요.

오히려 이번 연도는 한국에 남아있기로 했어요.

뭔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이야기가 하고 싶었고 닐한테 궁금한 것들이 생겼어요"



덴마크 이민이 미루어진 계기로 2020년은 한국에 남기로 했다. 그리고 스푼에 남아 조금 더 기여하고 스스로 성장하기로 다짐했다.


결정 후,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그와의 면담이었는데 이유는 동기부여가 필요해서였다. 즉 더 열심히 일하고 싶은 동기부여가 필요했기 때문에 나를 스푼에 입사하게 만든, 장본인은 지난 3년간 얼마나 성장하였고, 변했는지 그리고 여전히 내가 존경하는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지 그게 궁금했다.


입사 전 그의 기사를 읽고, 나는 이 사람과 반드시 한 배를 타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에서 그는 실패를 무릅쓰고 어떻게든 다시 일어나는 사람이었다. 도전은 남는 장사라는 말을 하는 그가 멋져 보였다. 그리고 실제로 그는 그런 사람이었고 언행일치가 늘 확실했다. 그런 그의 기운을 다시 받고자 나는 이런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앞으로 삶의 계획이 어떻게 되세요?"

"남은 시간 동안 제가 이곳에서 무엇을 더 기여하길 바라세요?"


물론 그는 실무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지난 3년간 나를 봐왔기에 그의 의견이 궁금했다. 그가 보는 나는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걸 내게 기대하고 바라는지 또는 내게 해 줄 말은 없는지. 무엇보다 나는 그에게 요즘 드는 여러 고민을 처음으로 털어놓았는데, 예를 들면 잘하는 것을 해야 하는지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하는지, 많은 선택지 중 어떤 선택을 하고 집중을 해야 하는지 등 업무뿐만 아니라 인생선배로서 그에게 물었다.


그는 내게 오히려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왜 선택하고 집중하려고 해? 반대로도 해봐. 그냥 먼저 집중하고 선택하면 되잖아. 안 그래?"


그러면서 그는 고민할 시간에 '실패'를 한번 더 해보라고 했다.  그 다운 답변이었다. 고민할 시간에 차라리 실패를 한 번 더 해보라니..


그의 말을 듣고 알 수 없는 동기부여가 생기기 시작했다. 한동안 찾아왔던 우울증과 무기력이 눈 녹듯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내가 저 마음과 저 태도에 반해서 입사를 했는데, 그는 정말이지 그때나 자금이나 똑같았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믿음직했다.


처음 입사할 때 나는 이런 마음이었다.


실패하고 넘어져도 이 사람들하고 망하고 싶다. 아니 저 사람들은 망해도 또 일어나겠지. 오뚝이처럼. 인생은 저렇게 사는 거야.


그와의 면담 끝에, 나의 지난 3년이 헛되지 않았구나를 다시 한번 깨닫고 다시 일어나 몇 번의 실패를 더 하는 계기를 맞았다. 정말 여러 가지 업무를 해보고, 이것도 저것도 해보고 내가 좋아하는 일 그리고 더 기여할 수 있는 것들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비록 그와 평소 말 한마디 하지 않지만, 늘 고맙고 존경하며 또다시 삶에 있어 어떤 실패를 겪던 그가 생각나고 다시 일어날 것 같다.


나의 인생에 있어서 나를 정말 많이 성장하게 해 준 회사. 그리고 그 조직원들에게 다시 새삼스레 고마운 마음이 커지는 요즘이다.



도전은 남는 장사라는, 실패해도 일어서는 그의 인터뷰 영상도 아래 남겨봅니다.



스푼 라디오 최혁재 대표 영상:

https://youtu.be/w2 UrmIbd5 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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