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영상통화를 하며 다투다가 결국 짝꿍은 나의 마음에 못이 박히는 말을 하고야 말았다. 아니, 솔직히 그의 말이 모두 사실이기에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엉엉 울어버렸다. 정답이 없는 이 굴레에서 우리는 벗어날 수 있을까?
2020년 7월 1일 기준으로, 한국은 안전한 국가로 분류되어 EU 입국 제한이 풀렸다. 이 날만을 기다렸는데, 막상 너무 빨리 다가온 이 날이 그다지 반갑지가 않았다. 일을 당장 그만두고 유럽으로 떠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다른 기분 좋은 소식을 하나 듣게 되었는데 덴마크는'장거리 커플'들의 이별의 아픔을 안아주기 위해 교제 사실을 증명하면 입국이 가능하다는 훈훈한 소식도 있었다. 무엇보다 짝꿍의 회사에서 먼저 기뻐하며 그에게 이제 나와 그가 재회할 수 있는 것이냐며, 어서 빨리 함께 만나서 행복했으면 좋겠다며 내가 바로 유럽으로 갈 수 없으면, 그에게 한국에 얼른 다녀오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개인의 행복이 우선시돼야 업무 효율도 오를 수 있는 것이고 가족이 함께 있어야 사는데 의미가 있다면서 말이다.
그래서 나는 먼저 한국 출입국 사무소에 연락을 취했고, 무비자 협정은 아직 완화되지 않아 짝궁에게 관광비자를 받고 한국에 입국을 할 것을 권고했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전달받았다. 그는 내가 프로젝트로 바쁠 것을 고려해 자가격리를 우리 집이 아닌 국가 시설에서 하는 곳에서 하겠다고 했고, 총 140만 원의 비용은 내가 지불하기로 했다. 그러나 덴마크와 라트비아 대사관에서는 그에게 코로나로 인해 비자를 내어줄 수 없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했고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나는 무비자로 입국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리고 그게 나의 내적 갈등의 시작이었다. 7개월을 떨어져 있으며 수도 없이 나 스스로에게, 그리고 그에게도 말했다.
"국경이 풀리면 바로 너한테 갈게. 이제 진짜 다른 걸로 우리 사이를 희생시키지 않을게"
나는 거짓말쟁이가 되었다. 나는 갈 수 있지만 내가 지금 맡고 있는 프로젝트를 내버려 두고 가고 싶지도 갈 수도 없었다. 그리고 그에게 나는 적어도 앞으로 2~3개월이 지나야 한국을 떠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저 내가 모든 걸 다 내팽개치고 돌아올 수 있을 때 돌아오길 바랐다. 그리고 며칠을 울며 고민을 해보았지만 나는 좋은 끝맺음을 하고 싶었다. 내가 시작하고 내가 담당자인 프로젝트를 마무리를 잘 짓고 싶었고 무책임한 사람이 되긴 싫었다. 근데 그러기에 나는 그에게 너무나도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또 우리 관계를 일 때문에 희생시키는 '나쁜년'이 되어있었다. 모든 걸 내팽개치고 내일 당장 가버리면 나 스스로가 앞으로 살면서 너무 불행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짝꿍에게 너무나도 미안하고, 속상해서 일마저 손에 잡히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또다시 걱정을 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2~3개월 뒤의 상황 때문이다. 다시 가을이 오고, 겨울이 왔을 때 그때도 내가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또는 백신이 개발되어 그가 올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다시 모든 것이 막히면 우리는 앞으로 언제 다시 함께 할 수 있을지 모르는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두렵고, 겁이 나고 속이 상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나의 결정은 변함이 없었고 그에게 최소 앞으로 두 달은, 맡은 일을 끝낼 때까지 난 유럽에 갈 수 없다고 대답하고 밤새 울었다.
코로나가 아니라 어쩌면, 나의 이기심이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나의 빌어먹을 신념과 책임감이 우리의 재회를 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