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한 달 전부터 계속 축하파티를 받았고, 짝꿍은 마음껏 즐기다 오라 했다. 그리고 어제 나는 3년을 넘게 근무한 회사를 떠났다. 퇴사 하루 전, 늦게 집에 돌아와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기분이 진짜 좀 이상해. 눈물이 나려는 걸 꾹 참고 회사에 갔어."
그러다 그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냥 울지 그랬어. 울어도 되는데 왜 참았어? 나도 기분이 이상해. 너에게 어떤 의미인지 아니까 아쉽고 복잡한 마음이야. 내일은 너의 감정에 더 솔직해져도 될 것 같아."
그 말을 듣고, 또 동료들이 준 많은 편지들을 하나하나 다시 집에서 읽어가며 눈물이 차오를 때쯤 그가 내게 해 줄 말이 있다고 했다. 그러더니 환하게 웃으며 한 가지 약속하고 장담할 게 있다고 했다.
네가 한국에서 행복했던 지난 3년이 넘는 시간보다, 나와 함께 하는 앞으로의 3년이 훨씬 더 행복할 거라는 걸 약속해. 내가 꼭 그렇게 할게.
이런 낯 간지러운 말을 자주 안 하는 사람이라 진심임을 알았고 그래서 듣자마자 참던 눈물이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나의 인생에 있어 나의 모든 선택들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내가 결정한 것들에 대한 확신이 있다고 그에게 말했다.
무엇보다 앞으로의 3년 아니 30년은, 네가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게 아니라 '나'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며 '우리'가 함께 노력해야 할 일이라고. 너 스스로가 너무 부담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의 온전한 행복은 누군가가 대신 채워줄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나의 인생에 조금 더 책임감을 가지고 그에게 돌아갈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퇴사를 하던 오늘 아침 그는 내게 이렇게 문자를 보냈다.
우리의 시작을, 너의 새로운 인생을 축하해. 너의 마지막 근무일은 너의 또 다른 인생의 시작일이야. 잘하고 와! 너무 자랑스러워 네가.
10개월 만에 재회하는 그와, 지난 5년을 묵묵히 나를 기다려주고 지지해줬던 그와의 삶에 더 충실하기 위해 앞으로 남은 2주는 더욱더 새로운 시작에 집중하고 고민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른 아침, 새벽 4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