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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Choi Jan 08. 2021

덴마크에서 맞이한 서른 그리고 결심

건강을 우선순위에 두기로 했다.

덴마크에 온 지 어느덧 3개월이 되었고, 코로나로 인해 비자는 아직 깜깜무소식이다. 성격상 아무것도 안 하고 쉬다간 마음의 병이 도질 것 같아, 참 열심히도 무언가를 해왔다. 재취업 준비, 1인 사업 준비 그리고 학업 준비 등 무언가를 꾸준히 하다 보니 이미 길을 찾게 되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찾지 못한 것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건강’이었다.


그리고 나는 나에겐 사치라고 생각했던   챙기기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기 시작했다.

자전거는 나의 교통수단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 거야.

엄마가 늘 해주시던 말씀이다. 10대와 20대 때는 이 말이 와 닿지도 않았고 하시모토 갑상선이라는 희귀병을 앓으면서도 나는 그냥 살이 쪄도, 몸이 아파도 약을 먹으며 견디거나 누워서 쉬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갑상선 혹까지 생기며 2년마다 암 검사를 받게 되었다. 그때부터 덜컥 겁이 나면서도 그냥 아직 어리니까, 젊으니까. 살이야 빼면 되니까!라는 생각으로 나를 계속 방치했다. 하지만 월경전 증후군이 죽을 만큼 힘들 때마다 나는 괴롭고 스스로가 싫어진다. 생각해보니 나를 사랑한다면서 아낀다면서, 나는 지속적으로 나에게 좋지 않은 음식들을 쑤셔 넣고 있었다.


그때부터 운동을 종종 하긴 했지만, 식사에 있어서 어떻게 조절을 하고 무엇을 먹어야 할지 감이 오지도 그럴 여유와 시간이 없었다. 할 일이 태산인데, 언제 직접 음식을 다 차려서 먹겠냐며 방치하다 덴마크에 오게 되며 이건 어쩌면 더 나이 먹기 전, 내게 내려진 크나 큰 선물이자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적 그리고 심적 여유가 많아진 지금 보살펴야 할 것은 커리어도 남편도 투자도 아니고, 나야 나. 내 건강”


아침식사
You are what you eat

지금 나에게 주어진 여유로움을 나의 몸을 관찰하고 힘을 키우는 시간으로 바꾸게 되며, 식단을 철저히 바꾸기로 했다. 온전히 살을 빼서 예뻐지고 싶다는 목적이 아니라 정말 건강해져서 더 이상 조직검사를 받고 싶지도 않고, 생리 전 찾아오는 우울증을 이겨내고 싶어서 나는 행동으로 변하기로 하며 식품영양학을 조금씩 공부하며 나의 병명 또한 제대로 알아가기 시작했다.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는 전분들

먼저 하시모토 갑상선염을 오래 앓은 나는, 체중이 20킬로씩 불어났다가 줄어드는 경험을 오래 해왔다. 최근 3년은 불기만 했고 몸이 계속 부어 있었는데, 가장 큰 원인은 밀가루 그리고 글루텐에서 오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글루텐 알레르기가 심하지 않지만 몸에 염증을 일으키고 병원에서 유제품도 우유는 락토프리를 먹으라는 조언을 받았다.

차전차피로 만든 식빵

그렇게 글루텐을 줄이기 위해 아몬드 가루, 차전자피 가루, 코코넛 가루, 메밀가루 등을 구매하여 직접 빵과 쿠키를 만들기 시작했다.

카카오 가루로 만든 글루텐 프리 스콘과 아몬드 가루로 만든 식빵

가끔 무염버터와 락토프리 우유가 들어가기도 하지만 보통 버터는 들어가지 않고, 소금과 설탕을 넣지 않고 베이킹을 시작하며 온전히 재료의 맛을 음미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천연 조미료로 만든 멕시칸식 미트볼

원래 요리를 워낙 좋아하는 데다가 레시피 없이 그냥 만들어보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선물 같다. 탄수화물 자체를 절제하고, 소금과 설탕 없이 자연의 맛으로 만들어보는 음식들. 그리고 천천히 음미하며 내가 오늘 무엇을 섭취하였는지 새로운 인스타그램에 기록하는 재미에 빠지기 시작했다.

콜리플라워와 저항성전분밥으로 만든 페스토 리조또

음식은 위대하다. 정말 무궁무진한 레시피들이 있었고, 그걸 활용해 나만의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먹고 싶은 것을 참지 않고 직접 만들어 먹어보고 그래도 정 안 되겠다 싶으면 편하게 스트레스받지 않고 먹기로 한 후, 외식과 배달 음식 비용이 0원이 되었다. 대신 식료품비는 20%나 더 늘은 것으로 파악이 되었는데, 이건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 긍정적 변화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남편과 함께하는 아침 식사

하루에 늘 블루베리와 청사과 그리고 자몽을 섭취하고, 육류를 줄이기로 하고 캔 참치와 연어 그리고 새우를 먹고자 노력하며 일주일 만에 몸의 변화가 생겼다. 손을 늘 간지럽히던 알레르기가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매일 아침 속이 쓰리지  않다는 것.

매일 걷다보면 만나는 산봉우리 위 벤치

물론 먹는 것만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하루 최소 7km를 뛰고 걷기로 했다. 자연경관이 좋은 덴마크에서 걷지 않는다는 것은 참으로 멍청한 일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답기 때문.

소가 뛰어 다니는 초원

이렇게 걷다 보면 초원을 만나는데 소들이 자유로이 다니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숨이 벅차오를 때 잠시 쉬어 긍정적인 생각들로 가득 채우곤 한다. 내게 지금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귀하고 감사해야 하는지를 느낀다.

운동 후

그렇게 지난 7일, 단 하루도 빼먹지 않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나는 달리고 뛰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남편도 가끔 함께하고 있다)


1월 말부터는 프리랜서로 한 중국계 기업에 소속되어 카피라이터로 일을 하게 되어, 일을 하면 시간이 더 줄어들겠지만, 멈추지 않기로 했다. 나의 소중한 서른을 맞이하며 그리고 덴마크에서 거주하게 되며 앞으로도 내게 주어진 이 소중한 환경과 시간들을 헛되지 쓰지 않을 것이라고 난 다짐했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는 마음뿐만 아니라 나의 몸도 사랑해주기로 했으니. 건강하자. 앞으로 더욱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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