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ny Choi 메덴코 Mar 15. 2021

‘덴마크가 원하는 인재’ 라는 극찬을 받았다.

다섯 번째 오퍼를 받았다.

오늘은 아침 일찍 또 다른 덴마크 회사와 화상 인터뷰를 보았다. 이 회사는 네 번째 오퍼보다 규모가 조금 더 크고 오래된 곳이며, 가장 큰 시장은 유럽에서는 독일 그리고 아시아에서는 일본이라고 한다. 면접 전, 하나도 떨리지 않아서 스스로 건방 떠는 건 아닌가 싶어 걱정할 정도로 태연했다. 하지만 그건 역시나 나는 내게 마법의 주문을 걸었을 뿐, 사실 엄청 긴장해서 손에 땀이 나고 있었다. 사실 대면으로 마주하여 면접을 보면 차라리 상대방의 표정을 읽을 수 있기에 수월하다고 생각이 든다. 노트북에 있는 카메라 사이로 사람들을 마주하는 것이 오히려 내게 마이너스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익숙해져야 하는 숙제 같다.

CEO와 COO 그리고 타 국가 시장을 맡고 있는 마케터와 이렇게 넷이 컴퓨터를 통해 대화를 이어갔다. 그들은 나의 지난 경력보다도 나의 지난 삶에 대해 흥미가 더 강했다. 한국에서는 늘 '끈기 없는 사람'으로 불리던 나의 1년 살이와 수많은 실패와 포기들을 아주 흥미롭게 여기는 듯했고, 맨 땅에 헤딩하여 다시 덴마크로 돌아온 나의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듣고 싶어 했다. 그래서 고등학교 자퇴부터 시작하여 결혼까지의 여정 그리고 삶의 경험들에 "당신은 멋진 굴곡진 인생을 살아온 아주 흥미로운 사람이다."라는 칭찬을 들었다. 삶의 태도와 관점에 대한 이야기를 지나 커리어에 대해 3년 1개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핑퐁을 주고받았다. 전반적인 이야기가 굉장히 캐주얼한 듯 프로페셔녈 했다. 그들이 내게 질문하고 대답하는 형식이 아니라 어떠한 예시를 두고 함께 핑퐁 하며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의논했다. 마치 내가 이미 그곳에 속해진 사람처럼 말이다. 그리고 내가 빠삭하게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강력하게, 나의 의견을 어필했고 내가 모르는 것에 있어서 나는 아는 척하지 않고 모르는 부분이라, 당신들과 함께 배우고 알아가고 싶다고 대답했다. CEO는 이런 면을 좋아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는 부분이 너무 마음에 든다며 그것은 정말 누구나 가져야 할 태도라고 했다. 그리고 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하다, 테스트 아닌 테스트를 내게 주었다.


"이러한 방법들이 다수로 있을 때,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이건 바로 '선택과 집중'에 관한 질문이라는 것을 바로 깨우쳤고, 나는 그들에게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하면서 성공을 바라기는 어렵다고 대답하며 그중 가장 중요한 것부터 선택하여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며, 빠른 실행 후 에자일 하게 다른 방향으로 또 선택하여 집중하면 된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이것은 나의 이전 회사의 상사로부터 내가 3년간 배운 방식이라고 하자 CEO는 내게 극찬을 해주셨다.


"당신은 덴마크에서 원하는 인재예요. 이곳뿐만 아니라 어느 회사를 가도 함께 일하고 싶은 Work ethic과 attitude 그리고 다양한 문화까지 지녔어요. 저는 원래 인터뷰를 하면서 바로 오퍼를 내지 않아요. 아마 그런 회사는 대부분 없을 거고요. 근데 처음으로 그 룰을 깨고 싶네요. 선택은 이제 본인에게 달렸어요. 저희는 무척 함께 일하고 싶어요. 저는 그 태도가 너무 좋아요. 함께 성장하고 싶은 사람이에요."


살면서 면접 중에 이렇게 대놓고 극찬을 받아보긴 또 처음이라, 얼굴이 붉어졌고 나를 대견하게 그리고 자랑스럽게 여겨주실 나의 상사가 생각이 나서 기분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면접이 끝나고 조금 있다 오퍼 메일을 받았고 그 후 바로 나의 직속 상사셨던 CMO에게 문자를 해서 감사를 표했다.



덕분에 이렇게 잘 배워서, 또 다른 길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이다. "눈물 흘리면서 배우고"라는 말을 보고 옛날 생각이 나서 혼자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마케팅의 '마'자도 모르던 내가 처음 마케터로 취업하며, 백지상태에서 배워가며 일하던 그때가 생각났고 가끔은 혼나서 울 때가 그리울 때도 참 많았다. 결론적으로 5번째의 오퍼를 받으며, 이번에는 비자에 관련하여 사전에 의논을 했고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아서 4번째의 오퍼와 비교와 비자 관련하여 더 확인 후 둘 중 어떤 커리어를 쌓을지, 어떤 프로덕트를 마케팅할 지의 결정은 나에게 달렸다.


내가 여러 번의 덴마크 또는 스웨덴 회사들과 화상, 대면, 전화 면접을 보면서 느낀 건 회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커리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나의 삶에 대해 관심이 정말 많다는 것이다. 덴마크 회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Culture fit'이라고 한다. 덴마크 문화와 맞아야 한다는 기준이 아니라, 현재 그 회사의 컬처를 뜻한다. 남편도 팀원을 뽑을 때 Culture fit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여 실력은 기본이고 그 사람이 얼마나 현재 팀과 또는 다국적의 사람들과 어울려서 '함께' 일할 수 있는지를 본다고 한다. 물론 그건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내가 여태 몇 군데의 면접을 보면서 한국보다도 더 개인적인 질문을 많이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기서 개인적이라고 하면, 다들 나이 또는 학력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누구도 내게 결혼 여부, 나이, 학력에 대해 언급한 적 없었다. (물론 회사마다 다를 테고, 특히 대기업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1)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인가

2) 삶의 어떤 경험과 인생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가

3) 왜 구체적으로 이곳에서 일하고 싶은가

4) 어떠한 목표를 달성하고 싶은가

(본인이 생각하는 KPI)

5) 얼마나 정확한 의사소통을 하는가


이렇게 다섯 가지의 공통점이 있었고, 한국에서도 그랬고 덴마크에서도 똑같이 회사 인터뷰를 볼 때마다 내가 준비한 방법은 바로 '상대방이 나에게 무엇을 물어볼 것인가 또는 궁금한가'를 미리 파악하고 선빵 하여 말하거나, 추가로 그들의 걱정 또는 염려를 줄여주는 것이다. 나의 단점을 커버시켜줄 수 있는 장점들을 총동원해서 나를 팔아야 한다. 그리고 나를 팔 줄 아는 마케터가 물건이건 서비스건 팔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 좋겠다. 자기 PR, 퍼스널 브랜딩이 되어있는 사람에게 호감이 가는 것은 당연하기에 나는 늘 나를 소개할 때 한마디로 시작한다.


"I am a Roly Poly toy. Guess why?"

호기심을 자극해서, 나를 더 궁금해 할 수 있도록 말이다.

아무쪼록 그렇게 다섯 번의 오퍼를 거치며, 선택만이 남았다. 아니 어쩌면 또 다른 기회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이번 주는 천천히 고민하도록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덴마크 회사에서 받은 4번째 오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