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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Choi 메덴코 Jul 04. 2022

코펜하겐 쇼핑몰 총격 사건 현장에 남편이 있었다.

나의 생활권에서 일어난 피부로 와닿은 덴마크 총격 사건.

2022년 7월 3일 여름, 그 어느 때보다 화창하고 평화롭던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총격 사건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곳은 내가 살고 있는 집 앞, 3분도 채 거리지 않는 쇼핑몰이었고 피부로 와닿는 테러에 적지 않은 충격에 휩싸여있다. 현지시간 오후 6시경, 친구와 나는 다른 지역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남편에게 전화가 10통이나 와 있었고 무슨 일인가 싶어 전화를 거니, 남편은 버벅거리며 내게 어디냐고 물었다.


"당신 지금 어디야. 지금 필즈(쇼핑몰) 아니지?" 

"나 지금 멀리 나와 있는데, 왜 무슨 일이야?"


남편은 일단 사람 많은 곳이면 지금 즉시 자리를 피하고 밖에 앉아 있지 말고, 일단 뉴스가 나올 때까지 집 근처로 오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전화를 끊었다. 친구와 함께 당황스럽고 몹시 걱정이 되어 남편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고 많은 사람들이 괴함을 지르며 뛰어가고 있는 모습, 하늘엔 헬기 두대 그리고 도로엔 경찰차와 앰뷸런스로 뒤 덮여있었다. 남편도 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뭔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고만 말하고 연쇄 테러일 수도 있으니 즉시 사람 많은 곳에서 피해있으라고 반복했다.


한 20분 후 기사가 떴는데, 내가 거의 매일 장을 보러 가는 쇼핑몰에서 총기난사가 일어났다는 것이 아닌가. 절대 말도 안 된다며 이 평화롭고 안전한 코펜하겐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며 친구와 어쩔 줄을 몰랐다. 식사를 이어나갈 수 없었고 체한 듯이 속이 꽉 막혀 갑갑했다. 동시에 혼자 집에 있는 남편이 걱정되어 어떻게든 집에 일단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고, 집 방향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예상대로 지하철은 사고 지점, 즉 집과 가까운 지하철역은 폐쇄되었고 중간에 내려서 집으로 걸어가야만 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같은 방향으로 함께 걸었고 남편은 내가 걱정되어 나를 데리러 나온 상태였다. 집으로 가는 길에는 기자와 경찰들 그리고 많은 목격자들과 피해자들이 인터뷰를 하고 있었고 몇몇은 자리에 앉아 울고 있었다. 집 근처가 모두 수색지역이 되어서 도로가 모두 막혔고 돌고 돌아 안전한 방향으로만 걸을 수 있었다.


분명히 집에 있었다던 남편은 내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안도하며 사실을 털어놓았다.


"사실 나 쇼핑몰에 있었어. 총소리도 두 번 들었고. 당신이 너무 놀랄까 봐 일단 피신하고 집에 와서 전화한 거야"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고 남편에게 괜찮냐고 다친 데는 없냐고, 놀랐을 그가 걱정되어 한참을 울었다. 남편은 저녁식사를 하려고 쇼핑몰에 갔고 1층에서 2층으로 바로 이어지는 계단을 올라서려는 순간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혹시 뭐 사고가 났나 싶어서 멈칫했고 주변 모든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위층으로 올라서려는데 두 번째 큰 소리가 났고 그게 총소리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그는 재빠르게 1층에서 바로 출구로 나와 집으로 뛰어 왔다고..(사고는 3층인 푸드코트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남편은 3층에 가는 중이었다.) 그를 따라 많은 사람들이 뛰어나왔고 도망치기 시작했다고 한다. 뛰는데도 총소리가 났다고 했다. 남편의 말을 듣고, 뉴스를 보면서도 전혀 믿기지 않았고 이 안전한 도시에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것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무엇보다 나는 그 쇼핑몰에 토요일에 장을 보러 갔었다.


총 세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고, 몇 명의 중태에 빠진 사람들 그리고 총에 맞아 부상을 당한 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이 내가 될 수도 있었다는 것을 느끼고 더욱더 피부로 와닿았다. 우리 건물 1층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뛰쳐나온 사람들의 안전한 피신을 위해 현관문을 열어주었다고 한다. 다들 공포에 떨며 우는 소리가 건물 전체에 들렸다고 한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이 혹시 뉴스를 보고 놀라실까 미리 우린 괜찮다고 연락을 드렸고, 남편의 식구들과 동료들의 연락을 받고 마음을 안정시켜보았지만 그 상황에 있던 남편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 같아 걱정이 심하게 들기 시작했다. 


"만약 내가 1분만 더 빨리 도착했더라면, 그래서 3층에 있는 푸드코트까지 갔더라면.."

그는 이런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했고, 나도 그 끔찍한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그곳에 내가 있었을 수도 있고, 내가 사망자가 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 너무 가까운 나의 생활권에서 일어난 테러. 그래서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했던 밤이다. 예상치 못한 사건과 사고로 한순간에 삶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 그곳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현장에 없었던 나 조차도 이렇게나 충격적인데 이 사건을 목격하고 겪은 모든 이들은 어떨지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나도 아프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한 명의 범인은 현장에서 잡혔고, 22살의 백인 덴마크 남성으로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한다. 그는 사건 전날 유튜브에 'I don't care'이라는 총 3개의 영상을 올렸고, 모든 영상에는 총으로 자신의 머리와 입을 겨냥하고 있는 영상이었다. 다만 테러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여전히 수사 중이라 정확한 범행 동기는 나오지 않았다. 어젯밤 이후로 코펜하겐 전체 모두 보안 강화에 나섰고, 쇼핑몰은 현재 일시 폐쇄된 상태이다. 


https://www.bbc.com/news/world-europe-620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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