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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Choi 메덴코 Oct 12. 2022

덴마크 본사의 유일한 한국인 마케터

코펜하겐 직장인: 대망의 첫 출근

첫 출근을 하기 전까지 얼마나 떨렸는지 모른다. 사실 실감도 잘 나지 않았고, 내가 입사한 사실이 모두 거짓말 같았다. 어쩌면 싱가포르에서 돌아온 다음 날 바로 출근을 해서 시차 때문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상사는 내게 첫날은 10시까지 오면 된다고 했고, 이미 온보딩 일정이 다 있으니 그거에 맞춰 움직이면 된다고 전달받은 상태였다.


시차 적응이 되지 않아 오전 5시에 눈이 떠졌다. 그래서 앉아서 명상도 조금 하고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흥분된 마음을 다독이다 9시 10분쯤 집에서 출발을 했다. 회사가 코펜하겐 대표 관광지인 뉘하운이 있는 Kongens Nytorv 역 근처에 위치해 있어, 집에서 20분이면 도착이 가능했다. 너무 빨리 도착해서 10분 간 주변을 산책하다 들어갔다.


1층 로비에 도착하자마자 리셉션에 있는 HR 담당자 한분께서 나를 기억하셨는지, 내 본명을 부르며 첫 출근을 축하한다며 출입증 카드를 주셨다. 그리고 그 옆에 서 계시던 사내 레스토랑의 헤드 셰프께서 반갑게 맞아주시며 혹시 알레르기가 있으면 알려달라고 하셨다.


그리고 옆에는 크리에이트 디렉터가 있었고 그의 아주 강한 영국 엑센트 덕에 첫 만남부터 인상이 깊었다. 그렇게 1층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나의 온보딩 1일 차를 도와줄 같은 부서의 또 다른 마케팅 매니저가 나를 데리러 내려왔다. 그녀는 이탈리아 출신인데 덴마크에서 대학원을 마치고 인턴을 거쳐 이 회사에 취업했다고 했다.


오피스는 총 6층으로 아주 넓고 큰 200년도 더 된 두 건물을 사용하는데 길을 종종 잃을 수 있으니 그럴 땐 걱정 말고 아무나 붙잡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물어보면 된다고 했다. (정말로 2일째 아침엔 건물 내에서 길을 잃어서 아무나 붙잡고 마케팅 부서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물었다.)


그렇게 두 건물 중, 한 건물의 투어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와 새로운 휴대폰, 노트북을 받고 회사 이메일에 접속했는데 메일이 글쎄.. 75통이 와 있어서 뒤로 자빠지는 줄 알았다. 물론 모든 이메일이 나를 위한 건 아니었지만 절반은 온보딩과 프로덕트 트레이닝에 관한 것들이었다. 다행인 건 3차 인터뷰 때 준비했던 케이스 스터디 덕에 이미 자사 프로덕트와 경쟁사에 대한 이해가 있었다. 그리고 지난달 새로 론칭한 프로덕트가 앞으로 내가 맡을 업무라고 전달받았다. 쌓인 이메일을 읽고 있는데 모든 사람들이 한 명 한 명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당신이 써니군요! 입사를 축하해요. 정말 반가워요”


마케팅 부서에만 10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있어서 누가 누구인지 이름이 하나도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모두가 나를 따뜻하게 반겨주었다. 그렇게 오전 시간이 지나고 11시 30분쯤 팀 런치가 있어서 5층 식당으로 올라갔는데 이제야 실감이 났다.


“와! 나 덴마크에서 회사 다니는구나.. 이제 혼자 집에서 점심 안 해 먹어도 된다니..”


덴마크 기업은 주로 스타트업, 중견, 대기업 할 것 없이 대부분 구내식당이 있다고 들었다. 주로 여러 회사가 함께 사용한다고 들었는데, 우리 회사는 본사에만 50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있어서 온전히 우리 회사 소속의 요리사분들이 20명은 족히 넘게 있는 것 같았다. 모든 음식은 뷔페식이었고 원하는 음식을 자유롭게 먹을 수 있었다.


재택근무 및 휴가 중인 팀원들이 꽤 많아서, 오피스에 있던 네 명의 같은 부서의 동료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온보딩을 도와준 이탈리아인 동료, 이탈리에서 태어나고 자란 덴마크인 동료, 슬로바키아인 동료 그리고 잠비아와 덴마크 혼혈인 동료 이렇게 함께 점심을 먹고 돌아와 오후 동안 쌓인 이메일을 보며 온보딩을 해나갔다.


그중 온보딩 리스트에 부서에 관한 프로필이 있어서 훑어봤다. 100명 가까이 되는 마케팅 인원 중 아시아인이라고는 중국인 두 명 그리고 우크라이나에 계신 한국인 번역가 한 분뿐이었다. 한국 지사에 계신 분들을 제외하고, 코펜하겐 본사에는 정말 내가 유일한 한국인이자 마케터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마음이 좀 몽글몽글해졌다. 뿌듯하고, 엄청 자랑스럽기도 하고 동시에 부담감이 커진 상태였다. 잘해야 하는데..! 한국인을 대표한다는 마음까지 들 정도였다. 남편이 퇴근 무렵 회사 앞에 데리러 와서 함께 집에 가게 되었고, 그렇게 짧고도 길었던 나의 첫 출근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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