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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Choi 메덴코 Oct 14. 2022

입사 3일 차에 느끼고 배운 2가지

팀워크, 나만의 속도와 위치.

입사 3일 차에는 나의 매니저와 면담이 첫 일정이 있었다. 싱가포르에 있는 그녀와 시차를 맞추느라 오전 7시 30분까지 회사에 가게 되었다. 한 정거장 미리 내려 걸어가는데 코펜하겐 특유의 찬 가을 공기를 맡으며 회사로 가는데 기분이 참 좋았다.


원래 덴마크에 거주했던 나의 캐나다인 상사는 얼마 전 남편의 이직으로 인해 싱가포르로 이주했다고. 두 달에 한 번씩 본사에 오는 조건으로 이동을 했다고 하는데, 나는 반대로 코펜하겐에 거주하며 싱가포르를 오고 가는 생활을 해왔었기에 그녀의 마음과 걱정하는 것들이 잘 이해가 갔다.


아무리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삶이 당연해졌다고 해도, 함께 살 부대끼며 일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잘 알기에, 특히 팀원들과 떨어져 일하는 것이 얼마나 갑갑하고 답답한 일인지 아주 잘 알기 때문이다.


그녀는 덴마크에서 15년을 살았다고 했다. 나이가 짐작이 가지는 않지만, 인터뷰 때부터 느꼈지만 프로의, 경력직의 느낌이 강렬했다. 아주 친절하게 그리고 천천히 회사에 대해, 내가 해야 할 업무에 대해 정리를 해주었고 함께 옆에서 근무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연신해서 나는 정말 당신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러다 문득 함께 근무했던 싱가포르 팀원들이 생각이 났다.


내 팀원들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괜찮긴 분명히 괜찮은데 내 옆에 내 팀장이 없다는 것이 은근히 외롭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고 약간은 허전하기도 한 이 기분을 나의 이전 싱가포르 팀원들도 느꼈을 것 같아서 괜스레 미안해졌다. 그래서 결국 전화를 해서 미안했다고, 고마웠다고 말을 전했다.

회사에서 먹는 아침식사

그렇게 나의 매니저와의 면담이 끝나고 배가 고파서 구내식당으로 올라갔다. 점심엔 사람이 너무 많아서 풍경을 잘 보지 못했는데, 아침에 가니까 2-3명의 직원만 식사를 하고 있어서 텅텅 비어있었고, 아주 아름다운 코펜하겐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여름에 주야장천 갔던 Kayak Bar가 바로 보이는 풍경이다.


아침식사는 오전 8시부터 9시 30분까지 가능한데 정말 갓 구운 빵이 정말 정말 엄청 맛있었다. 덴마크에서 이렇게 맛있는 빵은 처음 먹어보는 것 같다. 따뜻한 빵에 얇은 초콜릿, 치즈 그리고 버터와 잼을 얹어 먹었다. 에스프레소 샷을 끝으로 간단하고 짧은 아침식사를 마치고 다시 오피스로 돌아가 하루를 시작하려는데, 아주 흥미로운 미팅들이 눈에 보였다.


'PPT training'이라는 워크숍 같은 세션이었다. 학교도 아니고 이런 트레이닝을 해준다니 놀라워서 바로 참석 버튼을 눌렀다. 내가 생각했던 트레이닝은 사내 템플릿에 관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말 그대로 PPT 트레이닝이었다. 물론 이 회사에 모든 사람들이 피피티를 어떻게 만드는 줄 잘 알고 있겠지만, 아주 기초부터 단축키까지 알려주는 세션이었다. 최근 입사했거나, 교육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종종 열리는 트레이닝 중 하나라고 하는데 다음 주에는 엑셀도 있다고 했다. 각 여러 부서의 사람들이 모였는데, 두 명씩 짝을 지어서 팀워크를 해야 했다. 정말 마치 학교로 돌아간 것 같달까. 서로의 의견을 물으며 이 데이터는 어떻게 더 예쁘게 그리고 편리하게 바꿀 수 있을까를 의논하며 모든 것을 함께 작업했다.


덴마크 교육이 이렇다고 전해 들은 적이 있는데, 학사 및 석사 모두 팀워크를 중요하고, 팀 프로젝트가 굉장히 많다고 전해 들은 적이 있다. 그게 학교뿐만 아니라 회사 내에서도 적용이 되는 것 같다. 어찌 보면 당연히 함께 해야 하고,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생각해보면 아시아에서 근무할 때 나는 팀 워크보다 '혼자 알아서, 누구보다 빨리, 더 많이, 더 잘하는 것'이 중요했던 것 같다.


나와 함께 PPT 연습을 하던 동료가 손이 꽤나 느렸는데, 사실 손이 빠른 한국인으로서 꽤나 답답하기도 했다. 내가 혼자 했더라면 그냥 이미 빨리 끝내고 다른 작업을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이 나쁘거나 옳다는 문제는 아니겠지만, 얼마나 내가 '혼자' 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지를 깨닫게 해 준 것 같다. 물론 나는 묵묵히 그녀를 기다려줬고, 내가 기대했던, 원했던 완성도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같이 하려면, 같이 나아가려면 수긍하고 템포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지난 3일간 여러 동료들과의 대화에서도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면 "혼자 하는 게 아니니까 걱정 말아요. 우리가 있고, 같이 할 거니까요."이었다. 물론 덴마크고 한국이고 어느 나라를 가건, 회사는 회사일 것이고 개인의 퍼포먼스가 승진과 연봉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 일 것이다. 하지만 무작정 개인간의 경쟁이 아닌 '우리', '함께'라는 단어가 반복되어서 꽤나 마음이 편안하면서도 불편하기도 했다. 팀플에 약한, 워커홀릭이었던, 홀로 앞으로 나가던 지난날의 나를 돌아보게 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싶다.


회사를 입사하고 여러 부서의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어떤 팀은 30년 차, 20년 차의 동료들이 있는데 나이가 많다고 해서 매니저가 아닌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나이가 훨씬 어리고 연차가 낮아도, 본인이 원하고 실력이 된다면 팀장 급에 있는 경우가 흔하고, 40대 혹은 60대이지만 실력이 문제가 아니라 그저 주니어로 남고 싶어서 승진을 안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내 상사가 나보다 연차가 낮던, 혹은 나이가 많던 전혀 불편하지 않다고 한다. 심지어 이튿날 만난 인턴 친구는 30대 후반과 40대 중반이었다. 둘 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 새로 시작하게 되었다고 했다.  


사실 그놈의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뭐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에 늦은건 별로 없는데 말이다. 나도 사실 덴마크 회사로 이직을 하면서 직급을 내려서 왔다. 더 높은 포지션을 갈 수도 있었고, 제안을 받았지만 먼저 내가 하던 일에 대한 흥미를 잃었고, 더 이상 비전이 없다고 느끼기도 했고 무엇보다 조금 더 제대로, 다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참 강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두 번의 스타트업을 경험하면서 사실 정말 많이 배웠고, 그 누구보다 빠르게 높은 타이틀을 얻었었지만 항상 마음속엔 불안감이 있었다. 여태 뭔가 기초공사 없이 아파트 한 채를 지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나는 다시 내려가서 배우고 제대로 올라가고 싶었다. 그래서 여태 그 좋은 타이틀을 다 내려두고, 오직 배우기 위해서 연봉도 감수했다. 이게 과연 옳은 걸까 고민도 했었지만 나는 더 장기적인 미래를 위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기로 했고, 아직까지는 후회는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왜냐면 나는 늘 내 선택에 만족했기에.


그리고 다시 생각하게 된다. 꼭 올라가야만 할까?

왜 다들 올라가려고만 할까? 그냥 현재, 지금의 내 상태가만족스럽고 행복하다면 계속 이렇게 살 수도 있을 텐데. 꼭 그게 발전이 없는 것처럼 여겨졌을까?


오늘 나는 회사에서 인생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배웠다.


1. 혼자서는 멀리 갈 수 없다. 혼자가면 금방 지치고 외롭다. 같이 함께 성장해 나가자.

2. 내 속도에 맞춰 원하는 곳으로 가자. 남의 기준이 높은 곳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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