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은 원래 1시간인 거 아니었나요?
한국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회사의 점심시간은 12시에서 1시 혹은 1시에서 2시로 정해져 있으며, 총 '한 시간'이다. 이전 한국 회사의 경우 금요일은 점심시간이 2시간이기도 했으며, 호주 회사에 다닐 때 싱가포르 지사 출장을 갈 때면, 점심시간은 기본 1시간에서 2시간까지 유동적이었다.(하지만 그건 스타트업에 아주 소수의 인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래서 어느 나라 건, 기본적으로 점심시간이 1시간이겠구나 싶었는데, 덴마크에 이직을 하고 나니 점심시간이 30분이라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다. 두 번째로 놀랐던 점은,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11시 15분부터 13시 30분까지이며, 언제든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30분간 점심을 먹고 오면 된다는 점이었다.
유동적인 부분은 그렇다 쳐도, 30분 동안 어떻게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쉬다가 올 수 있을까?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지난 2주간 회사를 다녀보니, 모든 것이 굉장히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먼저 덴마크 혹은 북유럽 회사 내 점심시간이 30분인 데는 짧은 근무시간과 여러 조건들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많은 북유럽 그리고 덴마크 회사들의 근무시간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곳 중에 속한다. 회사마다 상이하지만 어떤 회사는 36시간에서 38,39까지 다르다고 한다. 나의 경우 근로계약서에 37시간으로 적혀있다. 근무시간이 워낙 짧다 보니 모든 것들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을 선호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소위 말하는 '잡담'시간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Small talk 스몰토크를 하지 않고 업무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다소 낯설었던 지난 2주였는데, 정말 아무도 쓸 때 없는, 혹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중간에 거의 쉬는 사람이 없다. 커피 브레이크를 가지는 대신, 그냥 커피를 가져와 자리에서 마시며 일을 하는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한 가지로 예로, 10년 전 한국에서 교환학생을 했었다는 노르웨이 동료에게 함께 커피 브레이크를 가지자고 제안을 했는데 그녀가 웃으며 내가 말하길 "써니, 덴마크에는 커피 브레이크가 보편적이지 않아요. 저는 빨리 일을 하고 퇴근을 해야 해서, 차라리 다음 주에 일찍 와서 구내식당에서 아침식사 어때요?"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퇴근 후의 할 일과 또 다른 삶이 즐비하기에, 근무시간엔 오직 일만 효율적으로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덴마크에는 스타트업, 중소, 중견 그리고 대기업 할 것 없이 대부분의 회사들이 구내식당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남편도 초기 스타트업에 근무 중인데, 타 스타트업들과 함께 구내식당을 이용한다고 한다. 구내식당은 주로 뷔페식으로 매일 메뉴가 바뀐다. 비건 옵션부터, 글루텐 프리 등 다양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따로 밖에 나갈 필요도 없으며 메뉴를 걱정할 이유가 없어진다. 그렇다 보니 확실히 점심시간에 소요되는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무엇보다 덴마크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처럼 카페에 가서 커피 마시지 않고 사내 커피머신을 이용하여 무료로 커피를 마시기에 더욱이나 밖에 나갈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회사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남편과 나의 회사 그리고 친구들의 회사를 비추어보았을 때, 대부분의 회사는 건강식으로 점심을 제공하며 샐러드 가짓수가 최소 2개에서 최대 4개까지 나올 정도로 맛있고 건강한 점심을 제공한다. 그렇다 보니 좋게 말하면 소화가 잘되고, 속이 가벼운 음식들로 가득하고 나쁘게 말하면 한식처럼 든든하고 풍족한 식사를 하기 어렵다. 그래서 그런 건지 점심을 먹고 따로 밖에 나가 걸어야 할 만큼 몸이 무겁지 않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동료들을 보면 점심을 아주 소량으로 먹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퇴근 후 저녁에 가족들과 혹은 친구들과 더 맛있는 것을 먹으면 된다는 이유에서다. 또 이건 근무시간과 연관성이 있는데, 근무시간이 짧다 보니 배가 고플 때쯤 퇴근하면 되기 때문이다. 굳이 점심에 든든하게 배를 채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점심시간이 총 30분이고, 한국처럼 12시에서 1시로 정해진 시간이 아니기에 동료들과 함께 이야기를 할 시간이 턱 없이 부족하다. 물론 회사에는 일하러 갔으며 친목을 다지는 곳이 아니지만, 점심시간에 주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누군가를 알아갈 수 있는데 덴마크는 30분이다 보니 정말 먹는 것에 집중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들 먹는 시간 패턴이 달라 함께 먹는 사람이 매일 바뀌게 되며, 혼자 먹는 것이 스스럼없기도 하다. 그래서 알아가고 싶은 동료에게는 며칠 전 미리 점심 약속을 해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덴마크 회사에는 친목 모임, 즉 클럽들이 많이 존재한다. 우리 회사는 한 달에 한번 금요일 아침 식사를 함께 하는 시간이 따로 있고 금요일 퇴근 후 오후 3시부터 밤 10시까지 진행되는 Friday Bar가 있는데, 그곳에 참가하면 업무 외에 누군가를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사내 뮤직클럽, 테니스 클럽 등 다양한 관심사를 두고 퇴근 후 일주일에 한두 번 만나 친목을 다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러한 이유로 덴마크에서 혹은 북유럽에서 점심시간이 30분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는데, 아직 낯설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 군더더기 없는 직장생활이 참 마음에 들기도 하다가, 때론 정이 없어 보이기도 하는 나는 덴마크 새내기 직장인이다. 한 가지 좋은 점이 있다면, 아침, 점심과 커피 값이 들지 않아 돈 쓸 일이 거의 없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온전히 근무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참 매력적이라고 느껴지는 덴마크 직장생활.
다음 주에는 또 어떤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느끼고 보게 될까?
매일매일이 특별한 경험이다.